종편을 극구 반대했던 김태호 PD JTBC 이적설이 19일 심야에 터져 나와 누리꾼들을 불안케 했다. 그러나 마침내 20일 오후 김태호 PD가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결국 김태호 PD 이적설은 오보였고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뭔가 의도가 읽히는 오보라는 점이 걸린다.

그러나 이적설이 사실이었다고 할지라도 쉽게 김태호 PD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돈의 위력에 무릎을 꿇어서가 아니라 현재의 MBC가 이적설이 나도는 종편과 과연 얼마나 다르냐는 것 때문이다. 정치권으로부터 손봐야 할 방송사로 찍힌 MBC에 가해진 변화는 실망스러운 것들뿐이었다. 손석희의 100분토론 하차,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축소로 시작해서 현재는 PD수첩 최승호 PD교체, 김미화 하차설이 MBC를 뒤흔들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김영희 CP의 전격 경질도 PD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고 남을 일이었다.

애칭 마봉춘으로 불리며 믿을 수 있는 유일한 방송사였던 MBC의 위상은 현재 형편없이 무너진 상태다. 2009년 신입사원 모집 카피로 썼던 “MBC니까, MBC라서”의 상징적 의미는 이제 거의 퇴색되어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든 상태다. 하다못해 주말의 뉴스데스크는 이런저런 논란을 부추기며 MBC 보도의 인상을 흐리고 있다. 한마디로 어딜 가도 MBC만 못하겠냐는 자괴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돈도 돈이지만 MBC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적의 유혹을 더 강력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무엇 하나 MBC를 위한 변화는 없다. 모든 것이 MBC를 흔들기 위한 것일 뿐이며 그로 인해 흔들리는 MBC 분위기 속에 김태호 PD의 이적설은 사실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로 크나큰 충격을 던져준다. 그만큼 무한도전이 갖는 의미가 워낙 큰 탓이다. 시사 부재의 시대에 예능으로서 무한도전은 시사와 교양의 경계까지 오가며 의미 있는 웃음을 선사했다. 다큐멘터리가 사장되어가는 시대에 예능의 양심선언처럼 교양의 몫도 함께 다루어왔다.

무한도전의 이런 특성에 대한 호불호도 존재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예능의 순기능에 대한 보루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단비 같이 좋은 프로그램도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 것이 현실인 이상 시사 프로그램들이 죽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은 현상이다. 거기에 종편의 가세로 인해 TV는 더욱 바보상자 되기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강제적 구도가 갖춰졌다.

김태호 PD의 종편 이적설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무한도전을 흔들면서 동시에 해당 종편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계약금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둘 중 어느 쪽의 무게가 더 클까도 판단하기 어렵다. 시사의 PD수첩과 예능의 무한도전이 갖는 상징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김태호 PD의 이적이 사실이 아니라 할지라도 MBC 흔들기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달랑 기사 하나로 종편은 돈을 쏟아 부은 것 이상의 홍보효과를 얻었다.

문제는 이것이 MBC 흔들기의 끝은 결코 아닐 것이라는 점이다. 내부건 외부건 MBC를 MBC답게 지켜나가는 많은 사람과 프로그램에 대한 손보기는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MBC를 고깝게 보는 정치적 시선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더한 흔들기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런 고립무원의 MBC를 도와줄 유일한 힘은 역시나 시청자뿐이다. 김태호 PD와 무한도전을 더 오래 보기 위해서도 MBC 흔들기에 대중이 먼저 의연해져야 한다. 시청자가 별걸 다 각오해야 하는 이 불행한 시대를 어쩌나.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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