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기아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하나인 안치홍이 롯데로 이적했다. 올 시즌 FA에 대해 각 구단이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소극적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적 선수들이 100억이 당연한 듯 받았던 호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프로야구 흥행부터 다양한 문제까지 최악의 상황이 이어졌다. 야구에 대한 비토 세력이 늘어나며 프로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 FA 선수들의 실력과 성적이 돈의 가치를 하지 못한다는 평가들이 쏟아지며 FA 금액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기도 했다. 메이저에서도 30살이 넘어가면 큰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초특급 스타 선수는 열외일 수밖에 없다. 평균적인 가치와 기준치가 달라졌을 뿐이다. 이런 상황은 국내에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

선수층도 얇고, 실력 측면에서도 시간이 갈수록 비난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팬들의 평가가 야박해질 정도로 선수들의 실력이 아쉬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 야구선수들의 사건사고가 연이어 터져 도덕적 문제도 제기되며 프로야구 전반에 대한 비난이 높아진 상황이다.

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 안치홍(30)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다. 롯데는 6일 안치홍과 2년 최대 26억원(계약금 14억2천만원, 연봉총액 5억8천만원, 옵션총액 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연합뉴스]

기아 타이거즈는 메이저 출신 감독과 코치진으로 새로운 구성을 했다. 최악의 상황에서 최고의 결과를 위한 시작은 좋았다. 하지만 중요한 선수 계약과 관련해 잡음이 나왔다. 프로 시작부터 기아와 함께했던 부동의 2루수였던 안치홍이 FA 계약을 하지 않고 전통적인 라이벌인 롯데와 계약을 맺었다.

안치홍은 6일 롯데와 2년 최대 26억 원(계약금 14억 2000만 원·연봉 총액 5억 8000만 원·옵션 총액 6억 원)에 계약했다. 국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메이저 식의 옵트 아웃을 적용한 첫 사례가 되었다. 4년 최대 56억이지만, 이는 2년 후 상호 합의 하에 결정하게 되는 문제다.

2년 26억만 확정이고 남은 2년 31억은 서로가 원하면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구단이나 선수 모두 윈윈일 수도 있고,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계약이다. 안치홍으로서는 최악의 FA 시장을 생각해 가장 현명한 방법을 선택했다고 보인다. 우선 안정적인 금액을 받고, 2년 후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 다시 FA로 뛰어들겠다는 생각이니 말이다.

롯데로서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원했던 최고 2루수를 얻었다. 그리고 2년 26억만 지불하면 그만이다. FA 선수를 이 정도로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계약일 수밖에 없다. 2년 후에도 잘하면 다시 연장하면 된다. 물론 안치홍 역시 그에 동의해야 하지만 말이다.

기아 역시 LG 오지환보다는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확정금액으로 4년 40억에 계약했다. 이 금액이 올 FA 최대 금액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만큼 FA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지환에게 너무 과한 금액을 줬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2019년 KIA에서 뛸 때의 안치홍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가 오지환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는데 안치홍은 왜 떠났을까? 2개월 동안 적극적으로 계약을 하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일부의 주장이다. 그럴 수도 있다. 시장이 얼어 있는 상황에서 구단이 적극적으로 임할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원하는 선수라면 먼저 움직이는 것이 당연하다.

2019년 안치홍의 모습은 좋지 못했다. 데뷔와 함께 최고의 선수가 되었던 안치홍으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 하필 그의 첫 FA에서 이렇게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사실도 불행이다. 4년 전에 나왔다면 안치홍의 100억은 당연시되었을 것이다. 거품이 잔뜩 끼었던 시절이니 말이다.

안치홍은 총액에 집중했다는 말도 있다. 4년 40억 이상을 불렀지만 롯데의 총액 56억에 사인한 이유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보장액보다 옵트 아웃을 선택한 것은 총액이 아니다. 기아에서는 2년 옵트아웃 조항을 거절했을 가능성이 높다. 확정된 4년이라면 안치홍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금액이었을 것이다.

기간 확정보다 안치홍에게 중요한 것은 빠르게 FA를 다시 맞이하는 것이었을 듯하다. 자신의 능력을 다시 평가받고 싶은 생각이 컸을 테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안치홍이나 기아 모두 누가 잘못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기아 본사의 긴축재정도 한몫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안치홍이 2019 시즌 부진을 씻고 다시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 2년 후 FA 대박을 치면 그만이다. 기아로서는 안치홍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도록 선수 수급이나 신인들의 성장을 제대로 이룬다면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결국은 결과로 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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