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도 않았는데 있지도 않은 부처의 각료를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느냐.”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가 한 말이다. 그러면서 한 신문을 집어 들었다. 15일자에서 조각 명단을 사진과 함께 게재한 뒤 협상이 타결됐다고 보도한 신문인데, 그 신문은 다름아닌 조선일보다.

▲ 한겨레 2월16일자 5면.
15일자 아침신문에서 협상 타결됐다고 보도한 조선…결국 오보

좀 이상하긴 했다. 15일자 대다수 아침신문들이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조선일보만 1면에서 <여성부 존속 … 정부개편안 타결>이라고 ‘단독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는 단독보도였는지 몰라도 이는 결국 오보로 판명이 났다. 오늘자(16일) 아침신문의 주요뉴스를 정부개편안 협상결렬 소식이 장식했기 때문이다.

오보로 판명이 났으면 정정보도 내보내고 물의를 빚은데 대해 사과를 하는 게 순리인데, 조선일보는 그럴 생각이 없다. 오늘자(16일) 신문 어디를 살펴봐도, 정정보도는커녕 사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정부조직법이 개정되지도 않았는데 있지도 않은 부처의 각료를 발표하는 게” 말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 ‘결과론적인’ 해석이긴 해도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이명박 당선인의 거부라는 변수를 예상하지 못한 채 협상타결을 낙관했던 것 같고, 대통합민주신당 입장에서 보면 협상의 카운터 파트너로서 완전히 무시를 당한 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펴봐야 할 것은 조선일보 보도가 가진 문제점이다. 최종타결이 되기도 전에 미리 앞서 협상타결로 단정을 지었고, 초기 내각이 사실상 결정됐다는 식으로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통합신당 측을 압박하려는 당선인 측의 언론 플레이라고 단정한’ 손 대표의 항변을 무시할 수 없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 조선일보 2월15일자 1면.
정정보도 실어야 할 조선일보 … 일단 모르는 척?

결과적으로 오보지만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정치적으로’ 해석할 경우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좋게 보면 이렇다. 조선일보도 ‘이 정도면’ 타협이 가능한 수준이고 무난하다고 평가를 했지만 이명박 당선인이 ‘거부’할 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좀 나쁘게 보면 이런 해석도 가능하다. 최종 타결을 앞두고 대통합민주신당을 압박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언론플레이를 했고, 여기에 조선일보가 적극적으로 응했다는 식의 해석. 물론 단정은 피하자. 대신 해석의 여지는 남겨 두자.

▲ 동아일보 2월16일자 3면.

그런 점에서 오늘자(16일) 동아일보의 3면 기사는 정말 ‘깬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확정도 안된 상태에서 부처의 각료를 사실상 언론에 공표해 논란을 빚고 상황인데, ‘각 부처 장관 내정 이후 차관 물망에 오른 사람들’이라는 기사를 거의 전면을 할애해 싣고 있다.

장관도 모자라 차관 인사까지 '하마평' 형식으로 거론하고 있는 셈인데 이명박 당선인의 의지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인가. 아니면 대통합민주신당의 ‘반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인가. 어떤 이유가 됐든 이것 하나는 명심하자. 동아의 ‘오만’이 언제가는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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