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양준일만큼 영화 <서칭 포 슈가맨>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슈가맨이 또 있을까. 양준일은 유튜브 온라인 탑골공원(과거 음악 프로그램 동영상)을 통해 재발굴된 이후 최근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이하 <슈가맨3>)에 출연하여 큰 화제를 모았다.

재미교포 출신인 양준일이 한국에서 데뷔하고 활동할 당시만 해도 그는 대중에게 박수받는 인기 가수가 아니었다. 양준일이 지난 6일 방영한 <슈가맨3>에 출연했을 때 90년대 초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한 40대 판정단의 고백처럼, 당시 양준일은 일부 소수만 극심히 좋아하는 존재였다. (방송인 김숙이 JTBC <님과 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 양준일의 오랜 팬임을 고백한 바 있다.)

90년대 초 시대 정서를 감안했을 때 양준일은 여러모로 파격적인 모습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때문에 당시 사람들이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짐작은 했었다. 그러나 무대에 선 양준일에게 물건을 던지는 것은 기본, 양준일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며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다.”면서 양준일에게 큰 상처를 안겨준 출입국 관리소 직원 관련 에피소드는 놀라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양준일 "앵커브리핑 보고 눈물…대한민국에 고마워"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양준일이 <슈가맨3>에서 덤덤히 고백한 “난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다는 게 싫어.”라는 발언이 너무나도 충격으로 다가왔던 탓인지, 25일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등장한 양준일 인터뷰는 지난 21일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양준일의 무사 귀환(?)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과거와 달리 자신을 뜨겁게 맞아주는 달라진 분위기에 감격한 시간여행자는 "매일이 꿈만 같고 행복하다"면서 인터뷰 내내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손석희 앵커가 뉴스룸에 출연하여 이렇게 시종일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출연자는 처음이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슈가맨3> 출연 이후 각종 방송, 광고 출연 제의가 쏟아졌을 양준일이 첫 인터뷰 매체로 <뉴스룸>을 선택한 이유는 양준일의 <슈가맨3> 출연을 다룬 손석희의 12월 9일 [앵커브리핑]에 있었다.

시대를 앞서간 탓에 90년대 초 활동 당시 많은 사람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았던 양준일 이야기를 통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한국 사회의 폐쇄성과 혐오 문화를 지적한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여러모로 뼈저리게 다가왔다. 과연 91년의 양준일에 열광하는 2019년의 사람들은 지금 또 다른 양준일이 등장한다면 선뜻 환영의 불을 켜줄 수 있을까. 용기 내어 다시 어렵게 한국의 대중 곁으로 돌아온 양준일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예나 지금이나 편견, 차별, 혐오, 악플로 뒤덮인 한국 사회를 따끔히 꼬집는 손석희의 멘트는 양준일에게도 감동으로 다가온 듯하다.

[인터뷰] 양준일 "앵커브리핑 보고 눈물…대한민국에 고마워"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양준일은 손석희 앵커와의 <뉴스룸> 인터뷰에서 지난 9일 앵커브리핑을 언급하며, “(손석희) 사장님이 나를 표현해줬을 때, 사장님의 눈에 내가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면서 자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준 손석희 앵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을 보면서 펑펑 울었다는 양준일은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며 가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지난날의 아픔을 털어놓았다.

"인생이 롤러코스터 같았다. 실제로 살면서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했다. 머릿속에 있는 쓰레기를 많이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내 과거를 보면 내 미래로 이어간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 그래서 이걸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행복하기 전 불행함을 버려야 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느라, 그런 노력을 거의 생활처럼 했다"

“살면서 투명인간이 됐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다. 내가 왜 존재하나 물음표가 많이 나오는데 (손석희) 사장님이 그 물음표를 놓게 해 줬다. 모든 국민분들이 따뜻하게 받아주는 느낌이 느껴져 더 이상 내 과거가 날 괴롭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 제 삶의 하루하루가 재방송 같았는데 최근엔 하루하루가 안 끝나고 계속 가는 느낌이 든다"

무대를 사랑했고, 무대를 진정 즐길 줄 알았던 양준일에게 2019년 대중이 열광하는 1991년 그의 과거는 마냥 아름다운 추억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정말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픔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기에 아련한 과거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양준일은 다시 무대로 돌아온 그에게 따스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팬들로 인해 마음의 문을 열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박수를 보내며 좋아해 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감격해하고 있었다.

오는 31일 처음으로 열리는 팬미팅을 시작으로 사람들이 자신을 원하는 동안은 음원이든 광고든 뮤지컬이든 많은 활동을 다 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밝힌 양준일. 다시 한국 대중 곁으로 돌아온 뮤지션 양준일이 사람들과 시선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는 일이 없기를, 그리고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양준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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