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다르게 쓸까?"

기자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이는 질문. 같은 소재, 비슷한 주제의 글이 몇 분 차이로 포털 사이트에 쌓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속보 경쟁에 대한 회의가 절로 든다. '섹시한' 제목도 뽑아보고, 동영상도 삽입해보지만 독자들과 소통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각종 강연과 책 등을 통해 기사쓰기에 대한 고민을 공유해온 한겨레 안수찬 기자는 이에 대한 답으로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한국언론재단 펴냄)란 책을 내놨다.

그는 이 책에서 "과연 역피라미드 스트레이트를 열심히 배우고 익혀 더욱 정교한 틀로 다듬는 것을 통해 한국 신문 기사 스타일의 발전이 '종언'을 고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며 '한국형 이야기 기사 쓰기'를 제안한다.

▲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한국언론재단 펴냄).
책은 크게 네 단락으로 구성돼 있다. 1)무엇이 이야기 기사인가는 이야기 기사의 특징과 차이점을 설명한다. 이야기 기사를 다룬 책답게 미국 시애틀타임스에 실린 내러티브형 기사로 책은 시작된다.

2)왜 이야기 기사인가에서는 '전환'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스트레이트 기사의 명백한 한계, 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광범위한 불신, 극소수만이 조직 내 수직상승에 성공하는 현실 등을 인정한다면, 하루에 한번이라도 "내가 지금 뭘하고 있지?"라고 자문하는 기자라면 저자의 다음 질문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뚜렷한 전망도 없이 쫓기듯 일상에 찌들려 무심히 기사를 써내려가지 않고 그 언어와 함께 소통, 표현, 인정, 자유를 꿈꾸며 공명하는 기자, 지금 한국 신문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기자가 아닐까?"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만한 '스킬'은 3)어떻게 이야기 기사를 쓰나에서 설명되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설명하지 마라 △갈등을 점증시켜라 △인용하지 말고 대화를 들려줘라 △묘사는 전략적으로 △작은 에피소드를 활용하라 △적절한 파격을 계속 시도하라 등등이 그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되고 있으나 함께 실린 이야기 기사 예와 같이 읽어야만 실감할 수 있다. 저자는 "하버드대 부설 니먼 언론재단(www.nieman.harvard.edu) 아카이브에 등록된 기사를 하나씩 읽는 게 이야기 기사를 익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대표적인 이야기 기사 리스트를 소개해두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미국 신문의 기사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면 마지막 4)한국형 이야기 기사를 찾아에서는 이를 어떻게 한국 언론에 접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일단은 유명인 중심, 최루성 소재, 단발 취재에 그친 기존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벗어나야 한다. 데스크를 극복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저자 안수찬 기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기자는 자유로운 소통을 원하고, 시민은 일상의 카타르시스를 원하고, 신문은 새로운 독자를 원한다. 이야기 기사라는 광장에서 그들 모두가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다. 나는 그 광장에 서고 싶다. 많은 동료 기자들을 그 곳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