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경제에 위기가 없던 적은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라는 진단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저널리즘은 위기였다. 그러나 경제 호황은 있어도 저널리즘 호황이라는 말은 없다. 다른 영역이기 때문일 게다. 방금 전까지 저널리즘은 ‘언론이 질문을 못 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터널 속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널리즘 위기는 질문의 방식을 묻는다. 정해진 결론은 없다. 미디어스는 질문의 방식을 묻고 있다고 판단되는 언론에 대해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질문의 방식은 다양하며 다양함 속에 길이 있다고 믿는다.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유튜브·팟캐스트로 서울 자치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있다. 서울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재울라듸오’다.

가재울라듸오는 2013년 출범한 마을라디오다. 아직 전파를 획득하지 못해 정식 라디오 방송을 하지 못하지만, 유튜브·팟캐스트·tbs ‘우리동네 라디오’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호기심이 생기는 곳이다. 가재울라듸오는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음성 미디어를 통해 지역 소식을 전하고 있다. 또 내년 전파 획득을 목표로 법인화를 추진 중이다. 사업성을 고려했다면 좋은 선택이 아니다. 가재울라듸오에 경제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미디어스는 장수정 가재울라듸오 대표, 황호완 PD, 이창민 PD를 만나 마을라디오의 현 상황과 미래에 대해 물었다. 장수정 대표는 라디오가 사양 산업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역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최적의 미디어는 마을라디오”라고 밝혔다. 아래는 가재울라듸오 구성원들과의 일문일답이다.

가재울라듸오 구성원들. 왼쪽부터 이창민 PD, 장수정 대표, 황호완 PD (사진=서울시 마을미디어 지원센터)

- 우선 가재울라듸오를 모르는 독자를 위해 소개를 부탁한다

장수정 : 2013년 출범한 마을 미디어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6년째 활동하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만드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단순히 미디어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영상이나 라디오는 유튜브, 팟캐스트에서 들을 수 있다.

-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가

황호완 : 수입은 일자리 사업 등 공모사업이 30%, 미디어 관련 교육 사업이 30%, 지역 영상제작 사업이 30% 정도다. 지역 광고는 거의 없다. 우선 가재울라듸오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가재울라듸오를 접하는 사람들은 주로 지역 자영업자로 받을 수 있는 광고비가 많지 않다. 그 광고를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제작비가 더 클 것이다. 광고효과도 따져봐야 하므로 별도로 영업을 하지 않는다. 그래도 적자는 나지 않는다. 운영비와 인건비는 충당하고 있다.

- 서대문구를 중심으로 방송하고 있다. 독자에게 소개해줄 만한 콘텐츠가 있는가

이창민 : 서대문구의회 회의록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방송이 있다. 보통 주민들은 구의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모른다. 구의회 속기록을 읽어준다면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황호완 PD와 내가 진행을 하다가 전직 서대문 구의원을 섭외했다. 우리가 속기록을 읽고, 구의원이 맥락과 배경을 설명해줬다. 시청자에게 많은 도움을 준 방송이라 생각한다.

장수정 : 인상 깊은 프로그램은 ‘라디오파킨슨사랑방’이다. 파킨슨병 협회 분들이 출연한 방송이었다. 또 ‘서역기행’이라는 서대문구 역사 소개 방송이 떠오른다. 지역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주민들과 같이 ‘서역기행’을 만들고 있다.

황호완 : ‘가재울 음악 수다방’. 처음에는 단순히 음악을 틀어주는 방송이었다. 그런데 회가 거듭되면서 점점 변화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지역 주민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음악을 듣는 프로그램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 문화를 조명하는 방송으로 발전했다.

- 마을라디오에 종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황호완 : 가재울라듸오에 오기 전 공동체라디오인 관악FM에서 일했다. 일하고 3년까지는 확신이 없었다. 라디오를 통해 서울의 자치구를 다루는 방식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서울 자치구마다 큰 차이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서울 관악구, 구로구의 모습은 참 다르다. 구의회 구성, 주민들의 관심 사항, 주요 정책 등 큰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서울 25개 자치구를 ‘서울’이라 통칭한다. 언론에 소개되는 ‘서울’은 국회, 청와대, 정부 기관 등에 집중된다. 언론은 진짜 서울 소식을 전달하지 않는다. 서울의 구체적인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진짜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장수정 : 서울 자치구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역시 자치구에 속해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 흔히 라디오를 두고 사양 산업이라 한다. 그런데도 라디오 사업을 하는 이유가 뭔가

장수정 : 사양 산업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지만, 지역에서 라디오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라디오는 주민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다. 쉽게 참여할 수 있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지역 네트워크와 함께할 수 있는 최적의 매체가 라디오다. 라디오는 공동체 네트워크다.

- 마을라디오와 공동체라디오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둘의 차이가 뭔가

황호완 : 운영구조에서 차이가 있다. 전파가 있는 방송국을 ‘공동체라디오’라고 부른다. 마을라디오는 전파를 가지고 있지 않다. 마을라디오의 경우 주로 인터넷에서 방송하고 있다.

- 전파 소유 여부는 방송 영향력, 경제적 가치 등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황호완 : 맞다. 가재울라듸오도 내년에 공동체라디오에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법인화를 진행 중이다. 법인 창립총회를 마쳤고, 미비 서류를 제출하면 법인화가 완료된다. 향후 공동체라디오 승인을 받게 된다면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공식성이 생긴다. 전파를 가졌다는 건 방송국이 공식성을 얻었다는 뜻이다.

또 마을라디오를 하는 분들에게 좋은 선례로 남고 싶었다. 마을라디오가 탄생한 지 수년이 지났다. 많은 단체가 성장하고 있고,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마을라디오에서 공동체라디오로 넘어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 경로를 뚫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고민하는 마을라디오 활동가들에게 비전을 주고 싶다. 가재울라듸오가 공동체라디오가 된다면 하나의 우수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장수정 : 전파는 책임감을 뜻한다. 전파를 가지게 되면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되고, 방송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현재는 팟캐스트 형식이기에 업로드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공동체라디오가 된다면 더 많은 방송을 해야 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조직에 큰 변화도 생길 것이다. 공동체라디오를 추진하면서 이러한 점을 고려하고 있다.

이창민 : 공동체라디오가 되면 방송에 투입되는 인력이 늘어나게 된다. 프로그램이 다양화되고, 많은 주민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 전파로 방송이 나가면 더 넓은 시청자층이 생기게 돼 기대가 크다.

- 공동체라디오의 경우 전국에 8곳에 불과하다. 미국(480여 개)·호주(140여 개)·일본(180여 개)과 비교했을 때 적은 수준이다

황호완 : 정부가 공동체라디오를 많이 허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전파가 없다’는 것이었다. 마을 미디어가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에 발맞춰 전파를 늘려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큰 의지가 없다. 실제 방통위의 라디오 정책 담당자는 1~2명에 불과하다. 레거시 미디어는 공동체라디오의 확대를 크게 반기지 않는다.

장수정 : 한 번은 지역 단체들이 유휴 전파를 찾아낸 적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역 단체들이 찾아낸 주파수를 공동체라디오에 쓰지 않고 다른 곳에 썼다. 그런 걸 보면 힘이 빠진다.

(사진=tbs)

- tbs는 ‘우리동네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미디어와 소통하고 있다. 마을라디오가 만든 방송이 지상파 전파를 통해 송출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황호완 : 처음에는 참 힘들었다. (황호완 PD는 ‘시민PD’로 ‘우리동네 라디오’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tbs의 제작방식을 맞추기 어려웠다. 지상파는 매끄럽고 깔끔한 진행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에 비하면 마을라디오는 어수룩하고 아마추어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을 거듭하면서 ‘우리동네 라디오’에 출연 중인 마을라디오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안정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동네 라디오’는 기존 퍼블릭 액세스(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와는 다른 경로를 밟고 있다. 사실 퍼블릭 액세스는 거래 관계에 가깝다. 방송사가 시민들의 프로그램을 심사해 채택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퍼블릭 액세스가 시민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동네 라디오’는 다르다. tbs PD, 시민PD, 마을라디오가 함께 프로그램 제작에 나선다. tbs PD들은 우리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함께 발전적인 방향을 만들기 위해 협업을 한다. 적극적인 소통 관계를 맺는 셈이다. 남은 과제는 “우리동네 라디오가 어떤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냐”다. 우리만의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동네 라디오’에 참여 중인 마을라디오의 고민도 있어야 한다. tbs 전파를 통해 방송이 송출된다는 건 엄청난 일이다. 무게감과 책임감이 필요하다.

- 시민들은 왜 언론을 신뢰하지 않을까

장수정 : ‘기레기’라는 말이 일상이 됐다. 시민들은 언론이 자신들을 위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황호완 : 기존 언론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서울신문은 서울 25개 자치구에 매년 수십억 원의 구독료를 받는다. 서울 지역신문도 마찬가지다. 홍보신문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이 시각을 광고주에서 시민으로 넓혀 가야 한다.

이제는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 언론이 많아져야 한다. 언론이 시각을 광고주에서 시민으로 넓혀 가야 한다. 마을 미디어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한 동네 소식 전달을 넘어서야 한다. 동네에 사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대변해야 한다.

- 언론인과 지역 주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황호완 : 마을 미디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레거시 미디어에서 근무하는 기자, PD들이 교육을 진행했다. 그런데 그들의 교육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왜 그럴까. 이들이 지역에 대한 관심 없이 글, 말, 방송학 등 기술적인 부분만 교육했기 때문이다. 지금의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레거시 미디어가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들과 다를까. 왜 지역은 사회면 사건·사고로만 알려져야 하냐. 레거시 미디어가 이런 관점을 계속 가지고 있다면 독자와 괴리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장수정 : 모든 시민은 지역에 속해있다. 서울이라고 다르지 않다. 그리고 각 지역에는 마을 소식을 전하려고 노력하는 마을 미디어들이 있다. 이제 시민들이 마을 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마을 미디어는 단순한 언론이 아니다. 시민과 활동가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 커뮤니티다.

이창민 : 서대문구 주민들이 있었기에 가재울라듸오가 존재할 수 있었다. 많은 주민이 방송에 참여해줬고, 지켜봐 줬다. 가재울라듸오를 지역 언론으로 인정해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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