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이상하다. 보통은 한쪽 방향으로 여론이 뜨겁게 타오르다가도 하루이틀 지나면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어느 정도 중심을 찾는다. 이번 <나는 가수다> 사태는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이상하고, 안타깝다.

특히 오랫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진 김제동이라든가 이소라가 더욱 그렇다. 이들이 뭘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이번 주 초에 김제동이나 이소라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수천 개 단위로 쌓이는 것을 봤다.

곧 무마될 줄 알았는데 주말이 다 되도록 흐름이 변하지 않는다. 지금쯤은 동정론, 혹은 이해론이 대세가 됐을 거라 싶어 항상 기사의 댓글들을 확인해왔는데 요지부동인 것이다. 금요일에 뜬 김제동 관련 기사에도 비난하는 댓글이 수백여 개가 달린 것까지 확인했다. 이소라에 대해서도 비슷한 분위기다.

도대체 이들이 뭘 그리 잘못했다는 건가? 지금의 무차별적인 공격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제동이 '땡!'을 당했다면

먼저 김제동의 경우를 보자. 그가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자고 말했다는 것이 사태의 발단이다. 특히 김제동은 평소 원칙을 중시하는 '올곧은 사람'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원칙을 깨자는 말을 함으로서 바닥이 다 드러났다는 지적들이다. 정체가 탄로났다며 앞으로는 사회정의에 대해서는 입도 벙긋하지 말란다.

정말 김제동이 그런 정도로 '나쁜 짓'을 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극히 예능적인 행동을 했을 뿐이다. 박명수는 다른 출연자들에게 종종 말도 안 되는 비난을 하거나, 아니면 행패를 부린다. 그가 성격이 나빠서 그런 건가? 아니다. 박명수가 그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대되는 리액션을 취할 수가 있고, 그런 충돌이 재미를 주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과거 <천생연분> 당시에 신정환은 툭하면 앞으로 나와 출연자들을 가리고 허튼 짓을 했다. 그렇게 하면 강호동이 신정환을 끌어낼 것을 알고 한 행동이었다. 어느 예능이든지 다 이렇다. 누군가는 강짜를 부리고, 그것이 상황극을 만들어낸다.

제작진에게 불평하고, 프로그램에서 결정된 것을 무효화하려는 시도도 어느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나 항상 나오는 예능적 상황극이다. 그럴 때 제작진은 우기는 사람을 무시하거나, 자막으로 희화화한다. 김제동이 한 말도 상황극의 일부였고, 제작진이 '땡! 안됩니다!'하면 끝날 일이었다. 아니면 '즐~'하거나.

결과가 안 좋았을 뿐이다. 예기치 않게도 대선배가 구제받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 상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전에 상황에 참여한 사람들을 줄줄이 책임자로 몰아 무슨 을사5적이라도 되는 양 낙인을 찍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와, 예능적 상황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이소라도 억울하다

이소라의 경우를 보자. 그녀가 울면서 진행을 거부한 것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이것을 그녀의 사생활과 결부시켜 지금까지 가수활동으로 쌓아온 아우라가 짓밟히고 있는 상황이다. 인격모독까지 당하고 있다.

울면서 진행 못하겠다고 한 것이 그리 큰 죄인가? 버라이어티 예능이다. 그리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감정이 격해져서 정상적인 진행을 못하게 되는 사람이 툭하면 나올 수 있고, 그런 것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 포맷이다.

이런 것을 돌발상황이라고 하는데,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은 이런 일이 터지면 '실제상황!!!!'이라며 만세를 부른다. 이런 돌발 사태가 프로그램의 긴장감과 생생함을 극대화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밤> 제작진도 평소 하던대로 아무 생각 없이 이소라가 우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냈을 것이다.

여기서도 문제는 결과가 안 좋았던 것뿐이다. 만약 강자가 재도전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파행으로 끝났다면 이소라의 눈물은 프로그램의 몰입도를 상승시키는 소재가 됐을 것이다. '그렇게 눈물 흘릴 정도로 피말리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첫 경쟁 초유의 파행 마무리! 역시 긴장감 대박!'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이소라의 행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결과 때문에 역적 취급을 받는 건 어처구니가 없다.

전반적으로 이전 '나는가수다, 벌써 폭력이 돼가나'라는 글에서 지적했듯이 이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이 너무 과몰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처음엔 이 프로그램에 비협조적인 연예인들이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고, 이젠 이 프로그램을 망쳤다고 간주되는 출연자들이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모처럼 감동적인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무대인데 너희들이 망쳤다!'라는 정서 때문이다. 이게 이율배반이다. 감동적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타인에 대해 편협하고 공격적일 수가 있나? 증오는 예술을 파괴한다. 그렇게 음악을 사랑하면 오히려 재도전 기회를 준 김영희 PD를 지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가수들 무참히 자르는 화끈한 모습이 보고 싶어 <나는 가수다>를 지지했던 게 아니라면, 진정성이 담긴 음악을 향유하고 싶어서 이 프로그램을 지지했던 거라면, 지금은 비난보다 가수들이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 음악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할 시점이다. '나는 선배다' 파동은 원칙이나 권위주의 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준 해프닝 정도였지,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죄를 저지른 건 결코 아니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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