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2일 SBS <긴급출동 SOS24>의 한 장면이다.

5남매가 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사이의 아이들이다. 집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쌓여 악취가 진동하고, 밥도 제때 먹지 못한다. 빨래를 하지 않아 입은 옷은 뻣뻣하고, 몸에는 오랫동안 씻지 않는 흔적이 역력하다. 부모 없이 방치된 아이들일까? 아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같이 산다.

이때 세상이 5남매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부모동의서가 우선이다.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도, 일정 기간 동안이라도 따로 마련된 시설에서 보호를 받는 것도 그것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러나 부모들은 동의서를 써주지 않고 있다. 그 어머니와 아버지는 '나쁜 사람'일까?

돌을 던지기 전에 물어보아야 할 것들이 있다. 그들은 왜 '나쁜 부모'가 되었을까? 그것을 알아야 또 다른 '나쁜 부모'가 발생할 확률을 줄일 수 있다.

12일 방송된 SBS <긴급출동 SOS24> '왕따가족 5남매' 편은 작은 편견이 한 가족에게 어떤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방송에 드러난 사실만 나열하면 그동안 SBS <긴급출동 SOS24>에 나왔던 각종 사례들의 종합편을 보는 듯했다. 집안을 보면 '쓰레기 가정' 사례에 적합했고, 부모들은 아이들을 방임하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다.

돌아보면 시작은 작은 문제일 수도 있었다. 첫째 딸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았다. 현재 집에서 영양제를 먹이는 게 치료의 전부였다. 아버지는 "정신병이라는 게 내가 얘기를 다 들었는데 사람을 멍하게 하는 약도 있고, 병원에서는 (그런 안 좋은 약들을) 다 쓰기 때문에 아이가 더 안 좋아진단 말이에요"라고 말했다.

결국 이런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이 딸의 증세를 악화시킨 듯하다. 벌써 첫째 딸은 18세가 되었다. 현재 환청, 환시, 환각 등의 증세로 고통받으며 집안에만 갇혀지내고 있었다.

이런 사례는 '왕따가족 5남매' 편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이 소개한 또 다른 사례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다 결국 자살에 이른 여고생이 나왔다. 그 여고생의 아버지도 5남매의 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노원구 정신보건센터 아동청소년 담당 서교일 씨는 "정신병에 대해서 잘못된 그런 편견들이, 정신과 치료를 시작하게 되면 바보가 되거나 멍해지거나 그 약에 중독이 된다는 잘못된 생각들 때문에 더 문제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것이 큰딸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먼저 어머니가 변했다. 딸이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기 시작하자, 어머니도 그때부터 점차 가정을 방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자 집은 쓰레기 가정이 됐다.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왕따가 되기 시작했다. 신체발달은 물론이고 학습능력도 저하되기 시작했다. 방송 후반부에 진행된 검사에서 가족 모두가 각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왕따가족 5남매'는 제작진과 아동복지관련 단체들의 도움으로 새출발을 하고 있다. 가족 모두 치료에 들어갔고, 동네주민들이 힘을 모아 집도 깨끗하게 치웠다. 깔끔해진 환경과 각종 치료로 가족 모두 환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런 가정을 해보자. 만약 첫째의 정신과 치료를 초기부터 제대로 받았다면? 또 다른 불화가 일어났다고 하더라도 현재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듯하다.

도미노가 쓰러지듯 가족들이 하나씩 자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그 모습들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아버지는 자살도 생각하고, 혼자 도망가서 살 궁리도 해봤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 뿐이었다. 이 또한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아마도 이 가정은 큰딸만 치료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속적인 관리로 모든 가족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별도로 고민해야 할 주제가 있다. 정신질환이 명백한 어린이와 청소년이 있어도 부모가 동의 하지 않으면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내 자식 내가 알아서 키운다"는 식의 논리에 사회가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가 강제로 치료할 수 있게 된다면, 거기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막을 방법은 또 무엇일까?

<긴급출동 SOS24>는 홈페이지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되는 소재와 피해자 인권침해 우려로 인해 '다시보기'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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