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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수주=국운'이라는 사회에서 원전 사고가 난다면[기자수첩]방사능의 위험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김완 기자 | 승인 2011.03.17 15:35

   
  ▲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확산 일로인 가운데 국내 언론은 MB가 원전 수주를 위해 UAE로 날아간 사실을 잊지 않고, 비판 없이 보도했다. 지난 2009년 12월 27일 처음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UAE로 출국하여, 원전수주 계약을 이끌었단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방송 3사의 메인 뉴스 화면 캡쳐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일본 정부가 소극적이고 늑장 대응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사능 유출이 일국적 차원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주변 국가는 물론 지구 생태계 전체에 파장을 미치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일본 국민은 물론 국제 사회의 불안도 점점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지구 역사상 유일하게 핵을 맞아 본 경험이 있는 사회다. 한국 사회에 '레드 콤플렉스'가 있다면 일본 사회는 '핵 트라우마'가 있다고 해도 좋을 만큼 핵에 대한 일본 사회의 경계와 우려는 뿌리 깊은 것이다. 대지진 이후, 생과 사의 경계에서도 질서정연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여 '인류의 진화'를 증명했다는 극찬까지 받았던 일본인들이 방사능 유출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핵 트라우마'가 아직도 집단적임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를 몰랐을 리 없었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대해 보다 정교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와 시민사회는 후쿠시마 원전의 관리 체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었단 점을 지적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도쿄전력'의 소유이다. 이 회사는 일본 전체 인구의 1/3에 해당하는 4200만 명에게 전력을 공급하는 세계최대의 민간발전회사로 알려지고 있다. 한 해 매출액만 457억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다.

일본정부의 에다노 관방장관은 후쿠시만 원전 폭발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직후 "원전사태가 별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이 급변하자, 에다노 장관은 "도쿄전력이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호소하며 뒤늦게 정부 차원의 통합대책본부를 만들 것"이란 입장을 발표했었다.

즉, 일본 정부조차 상황의 심각성을 제 때에 파악하지 못했었단 말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도쿄전력이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우려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정부에게조차 제공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본 내 NGO들은 "원자력 발전소의 수명은 30년 정도인데 1971년 지어 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여태 운영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원자력 발전이라고 하는 국가적 차원의 중대한 문제를 맡긴 것이 일차적 문제이고, 이 민간 기업이 '비용대비 매출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 정부가 적절한 개입과 통제력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상황을 더욱 키웠다는 말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꺼야 할 당장에 급한 불은 방사능 유출 피해가 국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위해 일본 정부가 관료주의적 판단으로 상황을 최악으로 끌고 가는 것을 국제사회 차원에서 적극 개입할 수 있도록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참에 우리의 상황도 한 번 되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 전력이 오래도록 거대 공기업으로 존재해오다가, 지난 1990년대 후반 이후 '전력사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발전 산업이 차례로 민간 전환되고 있는 실정이다. 2001년 한전의 발전 부문이 6개의 발전회사 체제로 분리되었는데, 모두 형식적으로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원자력 부문의 경우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담당하고 있다.

한수원은 실질적으로 정부 소유인 한전이 100%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 산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주식회사의 형태를 갖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또 현재도 완벽한 정부 관리 체계에 놓여 있다고 보긴 힘든 상황이다.

16일 MB가 국내 원전에 대한 긴급 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UAE까지 날아가 원전 수주 계약을 체결하곤 이를 "국운이 따라준 일"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버젓한 상황이라면 아무리 긴급한 점검이라도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것이고, 설령 드러난들 이를 공개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더욱이 MB가 평소 "원전은 현 시점에서 현실적 대안이고, 전 세계적인 흐름"임을 강조하며 "현재 32.3%인 원자력 발전량을 2030년까지 59%로 확대할 계획"임을 소신으로 밝혀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대통령과 사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이러한데 한국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한수원이 도쿄전력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독일 정부는 1980년대부터 가동을 시작한 원전의 작동을 일시 정지시켰고, 도쿄에 비행기 착륙조차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은 정부 차원에선 "문제  없다"는 호언장담만 앞세우고, 고작 '긴급 점검'만 지시한 상황이다. 외려 방사능 괴담 유포자를 색출하겠다는 움직임이 더 부산스럽다. 방사능의 위험 앞에선 모두가 평등한데, 정말 괜찮으니까 괜찮다고 하는 것이겠지만 영 껄끄럽다.  

김완 기자  ssamwa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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