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를 비판하거나 비협조적인 사람들에 대해 대중이 공격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영남은 '가수의 노래를 점수로 매겨 떨어뜨리는 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라고 했다가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다.

신해철은 <나는 가수다>에서 설사 섭외가 와도 나갈 생각이 없다고 했다가, 네티즌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네티즌이 신해철의 실력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휘성도 <나는 가수다>에 대해 평가를 애매하게 했다가 네티즌의 비아냥을 받았다. 실력을 비웃는 말들부터, '이시끼는 가수가 벼슬이야.... 갈수록 비호감이야..... 너 하나 안 나온다고 아쉬워 할 사람 없어'라는 댓글까지 있었다.

이소라는 부담감 때문에 중간평가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또 일부 네티즌의 비아냥을 샀다. 떨지 말고, 부담 갖지도 말고, 쿨하게 경쟁무대에 나서란다. 부담감 가지면 안 쿨한 거라나?

모든 가수에게, <나는 가수다>를 찬양하며 군말없이 이 프로그램의 경쟁구조를 위해 복무하라고 강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간주되는 가수들은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의 부작용이 벌써부터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나는 가수다>에는 가수들을 경쟁시켜 줄 세우고 누군가는 배제하는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근원적인 부정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독한 예능을 통해서라도 가수의 열정이 담긴 무대를 대중에게 소개해주고, 대중이 음악에 몰입하게 한다는 긍정성이 있다.

그렇게 몰입해서 얻는 게 무엇일까? 보다 깊은 음악의 의미이면 좋다. 하지만 경쟁에의 탐닉과 거기에서 배양된 공격성뿐이라면? 최악의 결과다.

<나는 가수다>로 인해 신해철 등에 대한 비아냥이 생긴 것이 과도한 등수놀음의 폐해다. 뮤지션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추구하는 바가 있으며, 각자의 장점들이 있다. 그런데 등수매기기는 단 하나의 가치로 모든 사람을 줄 세운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며 이는 각자의 개성을 무력화한다.

<나는 가수다>는 그 속성상 파워풀한 '열창능력'으로 가수들을 줄 세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이것을 즐기는 차원까지만 가면 좋은데, 그런 능력을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해 점수를 매기고 누군가를 비웃게 되면 여기서부터 등수매기기의 폐해가 발생하게 된다. 개성을 말살하는 입시경쟁의 폐해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열창능력은 뮤지션의 여러 가지 미덕 중의 하나일 뿐이다. 사실 비틀스를 비롯한 수많은 신화적인 가수들이 그렇게 엄청난 열창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열창능력이라는 단 한 가지의 기준만으로 가수를 줄 세우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영남이 한 말은 전적으로 옳은 얘기였다. 점수 매겨 줄 세우는 건 예술에 대한 모독이 맞다. 다만 우리 시대가 그런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음악을 들어주지 않는 황폐한 상황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것이고, 그런 특수성 때문에 <나는 가수다>같은 프로그램에도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그런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런 서바이벌 형식에 혐오감을 느끼는 뮤지션 당사자를 비난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당사자가 모욕감을 느낀다는데, '건방지게 어디서 모욕감을 느껴! 모욕감 느끼지 마!'라고 명령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건 파쇼다. 이 프로그램에 기꺼이 협조하는 가수들에게 환호하는 정도로 그치지 않고, 협조 안 하는 가수들을 공격하는 것도 파쇼다.

<나는 가수다>에 과하게 몰입하면 안 된다. 예능 정도로 가볍게 즐기면 그만이고, 그걸 즐길 수 없는 사람의 입장도 이해를 해줘야 한다. 경쟁프레임에 빠져서도 안 된다. <나는 가수다>가 제시하는 가창능력이란 것이 결코 가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하나의 가치에 입각한 경쟁과 줄 세우기만 있다면 결국 파쇼사회로 흘러가게 된다.

<나는 가수다>에서 진정 몰입해야 할 단 하나의 것은 음악 그 자체다. 음악을 깊이 듣는 경험 그것 하나만 하면 된다. 그래서 음악의 의미, 그 다양성의 세계를 몸으로 체득하게 되면 <나는 가수다>가 왜 예술에 대한 모독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것을 통해 <나는 가수다>에 혐오감을 느끼는 대중을 길러내는 것이 최고의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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