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사장이 MBC의 분신인 PD수첩을 도려내려고 한다. 제 살을 제가 도려내는 데에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국민프로그램’ PD수첩을 도려내겠다는 것으로, 비단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PD수첩을 지키기 위한 범국민운동이 전개될 예정이다. 오는 16일 ‘<PD수첩> 사수 공동대응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PD수첩 범대위)가 발족한다. 야5당과 200여개 언론계, 시민단체가 참여한다고 한다.

하지만 PD수첩 범대위는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 공영방송 MBC에 불어닥치는 광풍을 고려한다면 원 포인트다. 원 포인트, 사태의 심각성을 희화하자는 게 아니다. 공영방송 MBC에 불어닥친 광풍의 전체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김재철 사장은 PD수첩과 함께 광역화라는 미명하에 지역MBC를 도려내려고 한다. 한참 진행된 진주-창원MBC 통폐합에 이어 강릉-삼척, 청주-충주MBC가 MBC 내외부에서 일순위로 거론된다. 거론 단계라고 보기도 어렵다. 김재철 사장은 2013년까지 광역화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릉-삼척, 청주-충주MBC에 겸임 사장을 발령, 통폐합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기 시작했다.

▲ 19개 지역MBC노조가 2월23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에서 김재철 사장 규탄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송선영
지역MBC 통폐합은 수직 계열화된 서울MBC와 19개 지역MBC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공영방송 체계의 문제이며 진행 중인 진주-창원MBC 통폐합에서는 지역방송의 기능, 방송 종사자와 시청자에 대한 고려와 배려는 담겨있지 않았다.

‘만나면 좋은 친구, MBC’에서 PD수첩의 이름을 지울 수 없듯이 19개 지역MBC 또한 마찬가지다. 막말로 PD수첩은 정권이 바뀌면 돌아올 수 있지만, 통폐합된 지역MBC는 돌아올 수 없는 것 아닌가.

PD수첩 도려내기와 지역 MBC 통폐합은 한 뿌리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공영방송의 시장화, 사영화다. 김재철 사장은 방송의 연성화, 시사 보도프로그램 폐지 또는 퇴출 등을 통해 관제방송의 다른 모습인 시장 친화적인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 지역 MBC 통폐합 또한 시장 친화적인 방송으로 가기 위한 구조조정에 해당된다. 시장 친화적인 지역MBC가 목표 아닌가. 그래서 PD수첩과 지역MBC 통폐합은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PD수첩 범대위는 MBC 풍전등화 위기의 한 부분만 집중하고 있다. PD수첩이 지켜져야 하는 것과 동일하게 지역MBC도 마찬가지라는 진실을 전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