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제작진이 제 6의 멤버로 엄태웅을 섭외한 것은 정말 탁월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사실 처음에 엄태웅이 1박2일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었는데요. 저번 주에 이어 이번 주까지 엄태웅의 첫 오리엔테이션 모습을 보니, 1박2일 멤버와도 잘 어울리고 벌써부터 엄태웅의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일단 엄태웅을 보면 참 사람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물론 처음이라 얼떨떨한 것도 있고 예능에는 익숙하지 않아 정신없이 따라가기 바쁘겠지만, 그런 와중에도 전혀 불평불만 따위는 느껴지지 않고 나이가 많다고 대접 받으려는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곤란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결코 웃음을 잊지 않고 순박하게 웃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인데요. 무엇보다도 열심히 하고자 하는 그 마음가짐 자체가 참 보기 좋고 볼수록 매력 있는 것 같습니다.


엄태웅의 닉네임, 다정 엄태웅은 어떨까?

1박2일의 큰형님이자 야생이란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강호동, 앞잡이 이수근, 낙오전문 은초딩 은지원, 어리버리 김종민, 허당 이승기까지... 1박2일에서는 멤버들마다 그 각각의 캐릭터가 자리잡혀 있는데요. 하지만 제 6의 멤버로 엄태웅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과연 엄태웅은 어떤 캐릭터로 자리잡게 될까 쉽게 예상이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엄태웅은 가수 엄정화의 동생이지만 결코 그 후광에 기대지 않고, 연기라는 영역에서 스스로 입지를 다지고 결국 인정을 받은 연기파 배우인데요. 수많은 매니아층을 형성했던 부활에서 그가 보여준 1인 2역의 연기력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연기자로서는 엄포스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을 만큼 카리스마 있는 그가, 1박2일과 같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어떤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줄지 상당히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강호동의 강하면서도 가벼운듯한 카리스마와 더불어 엄태웅은 조용하면서도 묵직한 카리스마로 조화를 이루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엄태웅의 첫 출연을 보고 드는 생각은 배우가 아닌 인간 엄태웅은 조용한 것은 맞지만 엄포스라는 닉네임과는 달리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었는데요. 외외로 허술해보이면서도 다정다감한 그의 인간적인 모습이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또한 1박2일 멤버들 역시 엄태웅의 그런 인간미에 반한 모습이었는데요. 강호동은 보기드문 칭찬 뒷담화를 통해서 엄태웅을 치켜세워주기도 하였습니다.

엄태웅은 지난주 1박2일 멤버들이 새벽에 자택을 급습했을 때 자다 일어나 정신이 없으면서도, 짜증이나 화 한번 내지 않고 그저 허허 웃으며 가지고 있던 양말도 잃어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는데요. 또한 그렇게 정신없이 시작된 오프닝에서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눌린 머리를 감추기 위해 쓴 모자를 인사를 할 때마다 벗는 것도 평소의 겸손함이 자연스레 드러나는 모습이었습니다. 또한 구구단 게임에서 '7×9=49', '5×7=49', '6×7=49'로 49만을 외치는 그 모습도 정말 의외였는데요. 배우 때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달라 놀라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훨씬 더 친근하게 와 닿게 되더군요.

그렇게 지난주 엄태웅의 허술해보이면서도 순박한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주에는 좀 더 다정다감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운전을 하는 이수근을 위해 어깨를 주물러주고,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점점 늘어가는 낙오 사교성, 시민들에게도 예의바른 모습, 예능 PD같은 대학생들에게 쩔쩔매는 모습, 열심히 하겠습니다를 외치며 동해 바다에 입수하는 모습, 저녁식사 복불복 후에 이수근이 김치볶음을 만드는 것을 먹어보면서 친근하게 어깨에 손을 올리고 김치가 차갑다며 웃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또한 아침기상 미션 때 고생해서 뽑은 깃발을 선뜻 이승기와 강호동에게 건네주는 모습, 가장 먼저 깃발을 가지고 오고도 옷 갈아입는 사이 현장에 없었다고 밥을 못 먹게 되었는데도 "그렇냐"며 해맑게 웃는 모습, 화를 내보란 말에 소심하게 종이컵을 바닥에 던지며 이내 웃는 모습, 아침 못 먹게 된 것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란 이승기의 위로에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귓속맛을 하던 모습까지...

또한 은근히 드러나는 예능감도 빛을 발했는데요. 저녁식사 복불복으로 멤버들의 손에 자신의 몸을 누이는 암전 미션을 진행하면서, 불이 켜지자 갑자기 데구르르 바닥으로 떨어지는 몸개그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무튼 그렇게 첫 촬영을 정신없이 보내면서 힘들고 어색했을 텐데도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고 다정하게 1박2일 멤버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참 좋았습니다. 김C가 예전에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잘 드러나면서 1박2일의 어머니 같은 존재로 멤버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엄C는 특유의 다정한 인간미를 바탕으로 포근하고 정감있는 1박2일의 어머니 같은 존재가 기대되는데요. 그렇게 엄태웅의 닉네임은 다정 엄태웅 선생이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