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방송에서 PD는 철저히 카메라 뒤에서 연출만을 담당합니다. 하지만 리얼 버라이어티에서는 PD 역시 연기자와 더불어 하나의 캐릭터처럼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PD의 노출 자체가 연기자와 밀당을 하면서 방송의 리얼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1박2일과 무한도전인데요. 1박2일에서는 나영석 PD가 직접 출연을 하며, 매회 강호동과 협상하는 모습들을 통해 나쁜 PD로서 "안 됩니다"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반면 김태호 PD는 자신의 모습보다는 주로 자막과 기획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감탄을 자아내는 천재적인 기획과 더불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는 촌철살인 자막으로 많은 매니아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작가주의 예능'을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박명수 VS 김태호 PD 외모 전면전

그런데 이번 무한도전 미남이시네요 특집에서는 김태호 PD가 직접 나섰는데요. 오호츠크해 특집 때부터 벌어진 박명수와의 외모논쟁에 강하게 반발하더니, 급기야 이번 외모대결에서 번외투표로 박명수와 외모 전면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태호 PD는 박명수와의 외모대결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사생결단 특집에서도 박명수가 김태호 PD를 보고 "나보다 못생긴 사람이다"라고 하자, 자막으로 "아닌데, 아닌데"라는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김태호 PD가 이번 미남이시네요를 기획하면서, 직접 박명수와의 전면전을 통해 동등한 입장에서 외모 대결을 펼치는 것은 프로그램을 위한 희생정신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월한 외모로 1-2위 대결을 펼치는 것도 아니고, 실질적으로 무한도전 내에서 진정한 외모 꼴찌가 누구인가를 가리는 대결인 만큼 이겼다고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대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PD가 직접 나서 번외투표로 박명수와 외모 전면전을 벌이며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자칫 식상할 수도 있는 외모논쟁을 신선하게 느껴지게 만드는데요. 그 둘이 서로 더 잘 생겼다고 티격태격하면서 대중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투표에 사용하는 사진 역시 결코 잘 나온 사진을 고르지 않으면서 그 사진만으로도 빵 터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7명 멤버들의 외모 대결에 의한 결과보다, 박명수와 김태호 PD의 번외투표 결과가 더 기대되는데요. 단순히 실제로 그 둘의 외모 순위를 가려보자는 것보다는, 그 둘 사이에 심상치 않은 자존심 싸움이 더욱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일단 김태호 PD도 유재석처럼 안경을 벗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요. 아무튼 과연 마지막에 누가 웃게 될지 그 결과가 너무나도 궁금해지네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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