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일밤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물론 첫 회에 뜨거웠다 급속히 식어버린 단비의 예도 있어 아직은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작년 슈퍼스타K부터 불기 시작한 오디션의 트렌드에 편승한 것이어서 아주 큰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뜨거워도 너무 뜨거웠던 것인지 나는 가수다가 느닷없는 조작 논란에 휘말렸다. 그런데 조작의 근거가 참 웃어주기도 힘들 정도로 어설픈 정황만 있을 뿐이라서 신빙성은 기대할 수조차 없다.

조작론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탈락이 확정된 가수가 결과에 반발해 클로징에 참여하지 않아 제작진에서 재녹화를 했다는 요지다. 가수 지망생도 아니고 대부분 10년 이상 가수로 살아온 그들 중 어느 누가 그런 행동을 했을지가 우선 의문이다. 이 조작론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그 자체로 이번 주 방송에서 밝혀질 탈락자에 대해서 고의건 아니건 민폐를 끼치게 되는 것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설혹 조작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녹화 도중에 항의하고 반발할 가수가 있을 거라고는 쉽게 상상할 수 없다. 게다가 매니저까지 동반한 상태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미 나는 가수다는 진작에 스포일러 논란까지 일어 뜨거운 반응만큼이나 구설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조작설도 그런 호사다마의 한 증상이겠지만 일전의 스포일러처럼 최소한의 신빙성도 갖추지 못한 주장에 휘둘리는 언론의 가벼운 리액션이 더 문제일 것이다. 가까스로 부진의 늪을 헤쳐 나오려 하는 일밤에 대해서 악의는 없더라도 좀 걸렀어야 할 내용인 탓이다.

그렇지만 나는가수다는 서바이벌 오디션이라는 독특한 시스템 속에 불안전한 점들이 있어 이번이 아니더라도 조작논란은 이미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크게 두 가지 점들이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을 위협한다. 첫 번째는 서바이벌에 참가하는 이소라가 사회자라는 점이다. 이소라만한 가수가 쉽게 탈락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하지만 그렇다고 어떤 변수에 의해서 500명의 청중평가단으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아주 오랜만에 노래와 MC능력 모두를 완벽하게 만족시켰지만 이소라가 계속 사회를 보기 위해서는 절대로 탈락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일종의 모순이 존재하다. 그렇지만 만에 하나 탈락하게 되면 그때는 MC만으로도 출연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의 출발점과는 달라진다는 점에서 대쪽 같다는 이소라가 수용할지 의문인 점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모순은 향후 상황에 따라서 조절할 여지가 있어 아주 치명적인 부분은 아니다. 크진 않지만 의심을 가질 수 있을 정도라는 정도다.

그러나 나는 가수다의 가장 핵심 되는 아킬레스건은 500명의 청중 평가단이다. 첫 회는 분명 지원자가 적어 제작진이 일부 동원한 부분도 발견되었다. 그러나 첫 회 방송이 나간 후에는 일밤 홈페이지에 지원자가 엄청나게 몰리고 있어 동원의 허점이 커버되었다. 그러나 조작 논란을 떠나서 공정성 시비를 불러올 위험성은 바로 청중 평가단의 투표에 있다. 나는 가수다뿐만 아니라 위대한 탄생 역시 마찬가지로 서바이벌 결과를 녹화로 내보낸다면 당연히 조작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위탄의 경우 본선 탑10부터는 생방송으로 진행할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일반 투표용지와 비슷한 곳에 단순한 표기만 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의심을 살 여지가 있다. 첫 회에도 보였지만 청중 평가단의 투표를 개표하고 집계하는 일을 일밤 제작진이 하고 있다. 이를 검증할 객관적인 존재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투표의 문제는 아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 굳이 김영희 CP가 발표할 것이 아니라 청중 평가단이 전자투표를 하게 하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애써 개표, 집계에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없다. 바로 전광판으로 결과를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최고의 문제는 스포일러 유출이다.

일밤이 종이 투표방식을 택한 것은 결과를 청중 평가단에 의한 스포일러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생각이 컸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방법대로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하든 스포일러는 유출될 수밖에 없고 조작 및 공정성에 대한 의심 또한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서바이벌 방식이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스포일러와 공정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않고는 일밤의 어둠을 밝혀줄 나는 가수다의 불씨는 꺼지고 말 것이다. 결국 일잠 제작진 스스로가 공정성을 지키면서도 스포일러를 방지할 수 있는 양수겸장의 묘수를 짜내서 논란 없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 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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