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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프로, 질문금지, 일단즐겨
황지희 기자 | 승인 2008.02.11 01:30

   
 
2월 10일 SBS <일요일이좋다> '김서방을 찾아라'의 한장면이다.

요즘 연예인들 먹고 살기 힘들다. 방송사별로 사서 고생하는 스타들을 보고 있노라면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스튜디오에 둘러 앉아 입담을 과시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물벼락을 맞았던 시절은 봄날로 회고될지도 모른다. 방송사별로 예닐곱명의 남녀 연예인들이 밖으로 나가 더 힘든 현장을 찾아다닌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전국을 여행다니며 추우나 더우나 밖에서 잠을 청한다. 매주 새로운 과제에 도전하는 MBC <무한도전>은 9일에는 눈밭에서 특전사들과 훈련을 했다. SBS <라인업>은 얼마전까지 태안에 가서 자원봉사를 하면서 화제를 모았고, 9일 방송에서는 대학 신입생의 집까지 구해줬다.

일주일 내내 살아남느라 지친 시청자들이 버라이어티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피로를 푸는 셈이다. 강도가 점점 강해져야 즐겁다. 설 특집으로 돌아온 KBS <못말리는 토크박스>가 재미있으면서도 밋밋한 이유도, 이런 웃음들에 이미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이렇게 바뀌다보니 관전포인트도 다양해졌다. 누가 꾀부리지 않고 진짜 고생하는지도 관찰해야 하고, 누가 재빠르게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해가는지도 살펴야 한다.

2008년에도 새로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이 탄생할 듯하다. 먼저 SBS <일요일이좋다> '김서방을찾아라'가 10일 뚜껑을 열었다. MC 6명이 시청자가 부탁한 물건을 해외에 있는 주인공에게 배달해 준다는 줄거리다. 이때 주소를 바로 알려주지 않고,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듯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는다. MC는 서경석, 김성수, 알렉스, 문희준, 윤정수, 찰스가 맡았다. 이번주는 뉴질랜드에 곰취김치와 황태포를 배달하러갔다.

과연 시청자들은 올해도 즐거운 주말을 보낼 수 있을까? 이런 버리이어티 프로그램을 두배로 즐겁게 즐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왜'라는 질문을 금지해야 한다.

KBS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왜 굳이 밖에서 자는가? 그것 말고도 충분히 재미있는 장면이 많지 않나?'라거나, MBC <무한도전>에 '왜 훈련도 안된 사람들을 눈밭에서 구르게 할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면 김이 빠진다. 이들 프로그램은 이제는 그동안 방송이 되는 과정에서 진행자들의 캐릭터가 이미 구축된 상태다. 그래서 '어떤 과제를 수행하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를 보며 즐기는 프로그램이 됐다.

이런 선례들과 비교하자면, '김서방을 찾아라' 편은 아직은 초기라 장면마다 '왜'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먼저 달랑 상자 하나 밖에 안되는 물건을 전해주러 왜 6명이나 되는 인원이 가는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통역 역할을 거의 맡고 있는 알렉스와 왕년의 아이돌 가수 문희준을 제외하면 역할을 차이가 없어보였다. 차라리 해외에 있는 가족의 생일 잔치에 가서 깜짝 공연을 해준다는 식의 이벤트라면 고개가 끄덕여졌을지도 몰랐다.

주소를 가르쳐 주지 않는 점도 오히려 억지스럽게 느껴졌다. 설령 주소를 알더라도 낯선 나라에 가서 낯선 사람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주소 한장 달랑 들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해, 6명의 연예인들이 좌충우돌하며 해외까지 가서 물건을 전해준다고 했어도 감동이 반감될 것 같지 않았다.

또 하나 '김서방을 찾아라' 편은 택배를 받을 주인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PDA를 통해 미션을 하나씩 전달한다. 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지름길을 두고 돌아가야 한다. 예를 들면 이렇다. 10일 방송에서는 뉴질랜드의 한 양떼 목장에 도착했다. 백여마리 양들이 뛰놀고 있었고, 그 중 세마리에 목에 복주머니가 달려있다. 10분 동안 세마리의 목에서 복주머니를 떼지 못하면 일부러 험한길로 돌아간다.

그런데 척 봐도 쉽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6명은 괜히 1명씩만 보내서 시간을 낭비했고 결국 과제에 실패하고야 말았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늪지대도 지나고, '어쩔수 없이' 동굴탐험까지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방송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져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구나 후반부 동굴 장면에서는 한국 방송 최초로 그곳을 찍었다는 것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래서 방송이 재미없었을까? 물론 아니다. 뉴질랜드 풍경도 보기 좋았고, 다 큰 어른들이 양들의 목에걸린 복주머니 하나 떼겠다고 뛰어다니는 장면도 웃겼다. 승용차로 늪지대를 지나는 장면이나 웅장한 동굴의 모습도 색다른 재미와 풍경을 제공했다. 무엇보다 문희준이 스스로 한때 '아이돌' 가수 였음을 강조하며 너스레를 떠는 장면들이 재미났다.

고민이다. 이쯤되면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평가기준을 바꿔야할 시점일까? 아니면 '왜'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 매끄러운 연출을 요구해야 할 때일까? 아무생각없이 계속 웃을 수 있는 1시간을 만나는게 이렇게 쉽지 않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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