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나는 가수다>가 시작되면서 정말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쟁쟁한 가수들이 나와 서로 경쟁하면서 오랜만에 노래다운 노래를 들려주었으니 화제가 될 만도 했지요. "오랜만에 가수다운 가수들이 나왔다" 하면서 칭찬이 많은 현상이 일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뛰어난 가수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나마 윤도현, 백지영, 김건모는 예능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브아솔의 정엽, 이소라, 박정현, 그리고 김범수는 보통 예능에서도 볼 수 없는 인물들이고, 음악 프로인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나 "김정은의 초콜렛" 그리고 폐지된 "음악여행 라라라" 에서도 자주 볼 수 인물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반가웠지요. "가수" 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CD와 큰 차이가 없는 라이브를 보여준 것은 확실히 감동적이고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점이 있으면 안 좋은 점도 있는 법이지요. <나는 가수다>가 화제가 되면서 몇 가지 안 좋은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듭니다.

댄스 가수들과 아이돌에 대한 비평과 비난

어떤 이들은 "아이돌이 비난 받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합니다. 물론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실제로 가수로 활동하는 아이돌 중에는 정말 노래실력이 "영 아닌" 아이돌도 있습니다. 한 아이돌 가수는 자기가 "노래를 못 부른다" 대놓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게 현실이니 비난받을 만도 합니다.

허나 모든 아이돌이 다 그리 형편없는 수준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가수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유, 태연, 창민, 종현, 루나 등은 오랫동안 경력을 쌓는다면 저들까지는 못 갈지라도 상당히 근접할 수 있을 만한 끼와 잠재력이 어느 정도 보입니다. 아직 5년도 안 된 아이돌들을 굳이 저들과 비교하며 "못하느니" "발리느니"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아이돌들이 현저히 부족한 건 이미 사실인 마당에서요.

또한 댄스가수들에 대한 비난도 심합니다. 물론 댄스 가수들이 대체로 부족한 가창력을 가지고 있다는 면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댄스가수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어떤 이들은 가요계의 질을 저하시킨다면서 "댄스가수 추방"식의 발언들로 그들을 비하합니다.

하지만 가요계도 발란스가 맞아야 합니다. 한때 거의 그랬던 적이 있습니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시작된 "소몰이 창법"의 시대에는 댄스가수들이 나오기만 하면 묻혀버리는 그러한 때도 있었지요. 그 당시에는 아이돌도 묻혀버려서 사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SS501 등 팬덤이 강한 아이돌이 아니고선 살아남지 못하는 시절이기도 했지요.

그게 좋은 현상이기만 했을까요? 당시 가요계는 어떤 면에서 보면 단조로웠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게 나은 시대였을지 모르지만 TV만 틀면 항상 똑같은 창법을 구사하는 노래가 주를 이루었지요. 소위 말해 "소몰이 창법"의 시대였습니다.

너도 나도 소몰이 창법으로 노래를 불렀고 그랬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인정을 못 받는 경우가 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V.O.S 같은 실력파 가수들도 그 당시 SG Wanna Be를 따라한다는 비난이 있었고, 그것 때문에 힘들었다는 이야기도 떠돌았습니다. 지금은 반대로 실력파 가수들은 가고 아이돌들만 남은 단계이지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 가요계가 대체로 극과 극을 형성한다는 것이지요. 2005년부터 현재까지 가요계는 "소몰이"와 "아이돌", 이 둘로 나뉘어서 다양성 면에서는 부족했습니다. 이번 기회로 발라드 가수들이 부활하고 실력파들이 재기하는 것은 마땅히 좋은 일이지만, 역으로 아이돌과 댄스가수들을 위축시키는 것도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아이돌과 실력파들이 공존하던 시절이 가장 바람직하고 정말 들을 노래도 많은 그러한 시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댄스 좋아하는 사람은 댄스를 듣고, 발라드 좋아하는 사람은 발라드 듣고, 둘 다 듣고 싶은 사람은 둘 다 들을 수 있는 그러한 시대였으니까요.


너도 나도 똑같은 예능을 찍어낼까 걱정된다

사실 이 점은 <나는 가수다>에서 시작되었다기보다는 <슈퍼스타 K>의 영향이 더 크지요. 작년 <슈퍼스타 K>가 케이블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뒤이어 나온 <슈퍼스타 K2>는 실제로 공중파 <청춘불패>를 이기는 대성공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이후 공중파에서도 너도 나도 이 포맷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아예 MBC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입니다. 금요일 밤에는 <위대한 탄생>, 주말에는 <나는 가수다>와 <신입사원>으로 승부수를 던져 대놓고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이 중 <나는 가수다>의 성공적인 반응으로 인해서 다른 방송사도 그런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할까봐 걱정됩니다. SBS는 올 4월에 <영웅호걸>을 폐지시키고 김연아를 필두로 해서 피겨계의 영재들을 뽑는 <기적의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나라 예능계는 뭐 하나 잘되었다고 하면 그것을 따라가는 그러한 경향이 있습니다. <무한도전>이 인기를 끌자, 그 뒤로 <1박 2일>이 나왔고 1박2일이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1박2일의 뒤를 잇는 버라이어티 형태가 나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청춘불패>나 <영웅호걸>도 <1박 2일>과 비슷한 컨셉을 두고 있는 것도 인정하는 부분이지요. (똑같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형식에서 무한도전을 토대로 리얼 형태를 잡았다는 말입니다.)

TV만 틀면 죄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조금 지루해지기도 합니다. 물론 <나는 가수다> 같은 좋은 프로그램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비슷한 프로그램들이 제작된다면 정말 볼 게 없는 방송계가 되지 않겠습니까?

한 6개월 이내에 "최고의 개그맨을 뽑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 것이고, "최고의 연기 지망생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도 만들어질지 모를 일입니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최고의 개그맨> <나는 배우다> 같은 프로그램들이 나올 것 같다는 예상이 듭니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야" 골라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의 성공을 통해서 또 프로그램이 단일화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도 나도 리얼 예능만 찍고 있는 상황인데 한 6개월 후 너도나도 오디션만 하는 상황은 지양했음 좋겠습니다. <나는 가수다> 그 안에서 오랜만에 들어보는 실력파 가수들의 노래들은 너무나 좋았지만, 위의 상황과 같은 일이 현실이 될까봐 걱정되고 불안합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다르고 가치관이 다릅니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들이 훌륭하다는 것은 모두 인정하는 반면 그렇다고 댄스가수들을 갈아치우거나 아이돌을 없애야 한다는 식의 사고방식 역시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아이돌만 넘쳐나는" 시대에 어느 정도 섞이는 것은 찬성하지만 또 아이돌과 댄스가수들이 모두 없어진다면 그 역시 가요계가 다양해지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이지요.

프로그램의 취지는 좋지만 부작용이 걱정됩니다. 항상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적절한 선을 유지하면서 좋은 음악 많이 들었으면 합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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