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운아' 이천수(일본 오미야)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난 2008년 9월,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 이후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천수는 최근 개막한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으며 3-3 동점을 이끌어내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내며 주목받았습니다. 2009년, 전남 드래곤즈에서 있었던 '일련의 사태'로 한국 축구계에서 거의 '매장'당하다시피 했던 이천수는 스스로 일본 무대에서 재기의 날갯짓을 펼치다 2011 새 시즌에서 강력한 인상을 남기며 힘찬 출발을 알렸습니다.

그런 이천수에게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이 '6월경에 대표팀에 발탁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과연 3년 여 만에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습니다. 당장 이천수를 대표팀에 발탁시킬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앞으로 꾸준하게 골도 넣고 이천수다운 플레이가 살아나 대표팀 전력에 힘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면서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이천수 본인이 대표팀 복귀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가운데서 조광래 감독의 발언은 향후 대표팀 운영 등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꾸준하게 관심을 모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포스트 박지성, 이영표'로 자칫 흔들릴 수 있는 대표팀에 좋은 영향을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 태극마크를 달고 거침없는 드리블을 펼치는 당돌한 이천수의 모습을 조만간에 다시 볼 수 있을까.ⓒ연합뉴스
이천수의 국가대표 복귀는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모락모락 피어올라 왔습니다.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이천수의 플레이를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진 팬들도 있었고, 실제로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은 이천수를 꾸준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복귀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알 나스르에서 계약 문제로 소속팀 없이 국내에서 몸만들기만 했던 이천수는 허정무 감독 앞에서 뭔가를 보일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결국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일찌감치 접는 아픔을 맛봐야 했습니다. 1년 가까이 이렇다 할 실전 경험을 얻지 못하던 이천수는 8월에야 일본 J리그 오미야에 입단하면서 재기를 노렸지만 2년 전의 사태 때문에 크게 주목하는 시선은 많지 않았습니다.

묵묵하게 새 시즌을 준비한 이천수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출발부터 무섭게 폭발했습니다. 겨우내 다진 오른발목 힘이 제대로 실리면서 찰 때마다 강력한 슈팅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경기 감각은 그대로 살아있었고, 경기장에서 다부지고 당찬 모습은 역시 예전 그대로였습니다. 비록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천수의 플레이 자체만 놓고 보면 전성기 때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경기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친 이천수는 일본 언론으로부터 재평가를 받았고, 국내 언론 역시 재조명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는 당연히 이르지만 조용하게 재기를 준비하면서 이전의 경기력을 어느 정도 회복한 것 자체만으로도 이천수의 활약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튀는 행동, 언행으로 주목받았던 선수였지만 워낙 조용하게 재기를 노렸던 만큼 마음가짐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엿볼 수도 있었고, 그런 의미에서 이천수의 부활은 이전에 수차례 복귀했을 때보다도 더욱 눈길이 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 이천수를 국가대표팀에서도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안정환, 김남일이 모처럼 대표팀에 발탁됐던 사례를 들 수 있듯이 오랜 공백기 속에서도 이전의 좋았던 폼을 되찾아 전력에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언제든 발탁될 수 있는 것이 바로 국가대표 자리고, 이천수는 능력 면에서 충분히 그럴 자격을 갖춘 선수입니다. 조광래 감독 역시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이천수가 계속 해서 골을 넣고 좋은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이천수에게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습니다. 첫 경기에서 보여준 그 모습 그대로 꾸준함을 잘 유지하면 시기를 봐서 언제든지 발탁하겠다는 것입니다.

경험이 부족하다는 조광래호에 이천수는 큰 탈 없이 제 기량만 보여준다면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없는 자원입니다. 2002, 2006 월드컵, 2007 아시안컵, 2004 아테네 올림픽 등 다양한 국제 경기 경험을 갖고 있는 이천수가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다면 세대교체로 과도기를 겪을 수 있는 대표팀의 중심을 잡는 데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현재 국가대표 선수들과 많은 친분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일 수는 있지만 팀 내에서만큼은 워낙 외향적인 스타일인데다 2년 전부터 꾸준하게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차두리도 건재해 적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해서 빠른 시간 안에 조광래호 대표팀에 녹아든다면 박지성, 이영표의 대표팀 은퇴로 인한 공백은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이며, 대표팀의 세대교체도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천수의 회복, 그리고 국가대표 복귀로 인해 국가대표가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소속팀에서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던 이천수였지만 국가대표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고 투혼을 발휘했던 선수가 이천수였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스위스전에서 패배해 16강 진출에 실패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대성통곡하던 그 모습은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만큼 이천수는 태극마크를 달면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나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선수였습니다. 그런 이천수에게 기회를 준다면 개인적으로도 큰 기쁨으로 다가오겠지만 다른 후배 젊은 선수들에게도 큰 동기 부여가 돼 대표팀의 전력 상승에도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서른 줄에 접어들어 어느 때보다 비장한 각오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려는 이천수, 과연 이전의 강렬한 경기력을 그대로 지켜나가면서 빠른 시간 안에 태극 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까지 보여줄 수 있을지 앞으로 꾸준하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아직도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는 이천수이기는 합니다. 그래도 당돌하면서 시원스러운 플레이를 선보인 '국가대표 이천수'의 모습을 보고 싶은 팬들도 여전히 많은 듯합니다. 그런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이천수의 2011 시즌을 어쨌든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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