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이 칼을 빼 들었다. 빈번히 칼집만 번지르하고 칼은 영 시원찮았는데 이번에는 좀 다르다.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를 들고 나왔는데, 신입사원은 아직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나는 가수다는 분명 히트 프로그램이다. 타이밍과 명분, 재미, 감동까지 모두 갖춘 회심의 카드 나는 가수다는 일밤의 메인 코너라 해도 부족함이 없다.
명분
명분 : 진짜 가수가 없다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부르짖은 마이클 센델 교수가 히트를 친 것처럼 진짜 가수가 없는 이 시점에서 진짜 가수를 찾겠다는 것은 히트를 칠 가능성이 높다.
서바이벌
오디션의 가장 큰 묘미는 서바이벌이다. 승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의 냉혹한 무대. 나는 가수다는 기존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예 내로라하는 가수들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슈퍼슈퍼슈퍼스타K 시즌 100의 우승자들을 다 모아 놓아도 비교 안 될 정도의 정상급... 아니 한 시대를 이끌었던 가수들이 나와서 진검 승부를 벌인다. 그것도 꼴찌는 탈락한다는 엄청난 긴장감 속에 말이다.
시청자들은 최고의 가수가 부른 최고의 음악을 들을 수 있고, 가수는 초심으로 돌아가 혼신을 다해 노래를 부를 수 있으니 시청자, 가수, 제작진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다.
롱런 프로그램
섭외
가수들은 많은 고민을 하였을 것이다. 이미 돈이 문제가 아니다. 명예가 걸린 일이기에 가수들은 쉽게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 정말 실력이 있는 가수라면 말이다. 나는 가수다는 어쩌면 가수로 인정받는 유일한 무대가 될 것이다. 이미 기라성같은 가수들이 나왔기에 실력파 가수라면 누구나 이 무대에 서고 싶을 것이고, 쟁쟁한 이들과 겨루어보고 싶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들끼리의 말처럼 나는 가수다에서 탈락하는 것은 멤버 구성이 워낙 뛰어나기에 오히려 같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이 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에 나온 것만으로 가수로 인정받은 것이니 말이다. 첫 투자로 나는 가수다는 섭외에 대해서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평가단
더불어 이젠 평가단이 되는 것은 하나의 특권이 되었다. 스포일러를 낼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있겠지만, 꼭 부작용으로 볼 게 없는 것이 나는 가수다가 시작되기 전에 수많은 평가단들이 사전 바이럴을 해 준 것처럼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또한 어느 정도 진행되면 티켓을 팔아서 수익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부르는 노래인 만큼 퀄리티는 보장된 무대이므로 웬만한 콘서트보다 나을 것이다. 예전에 윤종신이 박정현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기계가 없다고 했는데 역시 라이브로 듣는 것과 TV로 듣는 것과는 감동의 차이가 날 것이다.
일밤, 명성을 되찾을 것인가?
일밤이 넘어서야 하는 벽은 1박 2일이다. 엄태웅이 엄포스로 등장하여 힘을 보탠 1박 2일. 하지만 이번엔 일밤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오디션으로 장르가 변해가고 있는 시점인데다 명분과 재미, 감동까지 모두 갖추고 있기에 이번엔 붙어볼 만하다.
일요일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더 일밤이 다시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지 여부는 나는 가수다에 달렸다. 나는 가수다만 터진다면 이후 수익 사업도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을 묶어서 음반을 낼 수도 있고, 해외로 수출도 가능하다. 음악은 만국 공용어이니 말이다. 남자의 자격 합창단편에서 단지 노래만 주구장창 하는데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즐겁게 볼 수 있었다. 나는 가수다도 마찬가지다. 독설도 없고, 선정적인 것도 없고, 무리수도 없다. 그저 노래만 하는데 긴장과 재미와 감동까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나는 가수다의 소름끼치는 강점이 바로 이것이다.
가수들도 나는 가수다에 나옴으로 명예도 얻게 되고, 자신의 음반도 다시 홍보할 수 있게 되고, 신세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과연 나는 가수다에서 서태지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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