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시기가 지나고 짝패의 본격 스토리가 시작되는 짝패 9회의 최대 이슈는 천정명이었다. 김태희도 고쳤는데 천정명은 신데렐라 언니 때와 거의 달라진 것이 없는 스위트한 모습으로 현실에 저항하는 천둥의 캐릭터와 겹쳐지지 않아 답답하게 했다. 물론 상단의 행수와 의적의 이중생활을 위한 위장일 가능성도 있기는 하겠지만 과연 천정명이 야수같은 분노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과거 김윤경 작가의 작품인 서울의 달의 최민식, 한석규 같은 치열한 배우들을 캐스팅하지 못한 짝패의 태생적 한계이기에 이를 극복할 방법은 주인공이 아닌 드라마 자체의 재미를 높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뒤숭숭한 분위기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캐스팅만큼이나 심각한 문제가 홈페이지에서 벌어졌다. 정작 손봐야 할 동녀와 달이의 묘사는 고치지 않고 전체 등장인물 관계도에서 현재로서 가장 궁금한 아래 의적의 정체를 밝혀버리고 말았다. 10회 천둥과 동녀의 아리송한 대화를 통해서 아래 의적이 누구인지 애써서 감추고 있는데 그 일부라도 이렇게 알려지는 것은 맥 빠지는 일이다. 물론 홈페이지에 소개된 아래 의적은 강포수와 도갑 등 총 세 명. 물론 이생원 살인 및 돈을 나눠준 일의 규모로 봐서 아래 의적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게다가 또 하나의 문제는 도갑이다.

강포수는 10회에 두건을 쓰고 등장했지만 그가 권오중인 것은 누가 봐도 알겠으니 상관없지만 도갑의 경우는 작가가 나중의 반전 재미를 위해 애써 위장하고 있는데 홈페이지가 그 노력을 허사로 만들고 말았고, 모든 스포일러가 그렇듯이 알게 된 시청자 입장에서도 한심하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9회에 도갑이는 어릴 때와 분명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어미인 작은년이와 손발이 잘 맞아 도둑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도갑이가 설마 아래 의적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10회에는 아버지 장꼭지에게 자기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주 잘 생각하고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는데, 그것에 대해서 더 이상 궁금해 할 일이 없어져 버렸다. 단순히 홈페이지 관리자의 실수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짝패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란이 두고두고 말썽이다. 이래서는 작가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만든 반전 요 소들이 아무 소용없게 돼버렸다. 벌어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앞으로는 홈페이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천정명의 문제, 홈페이지의 안일한 스포일러 등 실망스러운 요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짝패는 관심을 가질 만한 요소가 많다. 썩어빠진 세상을 향해 반기든 젊은이들의 뜨거운 분노에 대한 관심과 쾌감이 우선 가장 클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아직 추노의 천지호 만큼은 아니어도 서서히 존재감을 키워가는 조연들의 활약이다. 드라마를 평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공하는 드라마의 필수 공통사항은 바로 대박 조연의 등장이라는 점에 있다. 짝패에서는 이미 큰년이 서이숙, 업득네 라미란 등이 시청자 눈에 친숙해지고 있다.

거기에 쇠돌이 큰년과 일을 저지르면서 큰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 막순이에게 순정을 다 바치고도 결국 미남 한량인 조선달에 밀려난 쇠돌과 역시 작은년이에게 밀려난 큰년이의 다 늦은 로맨스가 흥미를 가질 만하다. 짝패가 주인공들을 중심으로는 무거운 분위기를 가져갈 수밖에 없지만 그럴수록 조연들의 역할은 숨통을 열어줄 해학을 살리는 일이고, 작가가 그것을 잘 만들고 있다. 막순이를 빼앗아간 조선달 방에 불을 지피는 쇠돌을 나무라다가 결국 그를 안으면서 질펀한 로맨스의 실마리가 풀리는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과거 김진사의 종살이하다 이제는 막순이 주막의 찬모질을 하는 업득네가 부엌 밖에서 그것을 부러운듯 “저것들이 꼭 붙어버렸네”하는 육덕진 대사를 한마디 툭하고 뱉는다. 쇠돌과 큰년의 저잣거리 애정도 질펀한 재미를 주기에 넉넉하지만 거기에 팔자 사납게 꼬인 업득네의 얼레리꼴레리 한 대사 한 마디를 더해서 눈물겨운 쇠돌과 큰년의 관계를 해학으로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렇듯 천정명의 연기에 불만이 커도 마음 붙일 곳은 짝패에 많다. 앞으로 아래 의적의 활약이 넓혀지면 카타르시스까지 듬뿍 얻게 될 것이다. 캐스팅의 란에도 불구하고 짝패의 미래는 아직 밝아 보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