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여 일 간의 기나긴 마무리 훈련과 스프링 캠프를 거친 LG가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에서의 연습 경기를 8승 1무 2패의 호성적으로 마무리하고 오늘 귀국합니다. 새로 뽑은 두 외국인 선발 투수 리즈와 주키치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선발 투수진의 붕괴로 매년 가을 야구를 접어야했던 아픈 과거를 되풀이 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일 리즈와 주키치가 페넌트 레이스에도 연착륙한다면 봉중근에게는 3선발의 보직이 주어지게 될 것입니다. 한때 마무리로도 거론된 바 있지만 매 경기 1회를 힘겹게 넘기는 슬로 스타터인 봉중근에게 마무리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최근 LG의 마무리로 거론되는 투수가 김광수, 이동현 등 작년에도 필승 계투조에서 활약했던 선수임을 감안하면 봉중근의 마무리 전향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국내 무대로 U턴해 LG 유니폼을 입은 첫해인 2007년 봉중근의 성적은 6승 7패에 그쳤으나 2008년 11승 이후 3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습니다. 2008년 이후 LG가 8위, 7위, 6위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음을 감안하면,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한 김용수 중앙대 감독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봉중근은 명실상부한 LG의 에이스입니다.
하지만 봉중근은 고독한 에이스였습니다. 봉중근이 10승 이상을 기록했던 3년 동안 LG의 동료 투수 중 10승 이상을 기록했던 것은 2008년 옥스프링(10승)이 유일했습니다. 2009년과 2010년에 봉중근 외에 10승 투수는 전멸했습니다. 10승 투수가 최소 3명은 나와야 4강행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봉중근 홀로 10승을 거둔 것만으로 LG의 4강행은 언감생심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료들만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허약한 계투진으로 인해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는지 지난 시즌 봉중근은 1회부터 흔들리며 선취점을 내주며 에이스답지 않게 끌려가는 경기를 자초했고 시즌 종료 뒤에는 계약 옵션이 경기 초반 부진의 원인이라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2007년 국내 무대 데뷔 후 단 한 번도 완봉은커녕 완투조차 없다는 사실도 에이스로서 아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두드러진 투구 시 짧은 팔 스윙과 구속 저하도 보완해야 합니다. 2009 WBC에서 일본 대표팀을 상대로 3번 선발 등판하며 2승 무패의 호성적을 거둔 봉중근이지만, 도루 및 투구 습관 노출을 피하기 위해 팔 스윙을 짧게 바꾼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은 아닌지 코칭스태프와 함께 면밀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팔꿈치 부상으로 2년 연속 시즌을 조기에 마무리한 것 역시 동일 선상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지난 시즌 만 30세에 이르며 구속이 저하된 것 또한 보완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봉중근이 2007년 6승에 머물렀지만 2008년 11승을 따내며 극적으로 환골탈태한 것은 직구 구속이 140km 중반을 상회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올 시즌에도 2010년처럼 구속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30대에 접어든 봉중근의 구속 회복은 난망합니다.
지난 시즌 말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봉중근은 재활을 거치며 몸만들기가 늦어져 연습 경기에도 등판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좋았던 2009년의 구속을 회복하며 리즈와 주키치의 호성적을 발판 삼아 3선발로서 부담 없이 상대 3선발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이 LG에게도 봉중근에게도 최고의 시나리오입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들이 제몫을 하지 못하고 봉중근이 1선발로 복귀한다면 LG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하위권 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2011 시즌이 종료될 무렵 과연 봉중근이 어떤 보직에서 활약하고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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