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들이 잘해도 너무 잘했을까? 성인 배우들이 본격 등장한 9회에 대한 일단의 반응은 시큰둥한 편이다. 그래서 성인 배역들의 연기나 캐릭터 표현을 문제 삼기도 하지만 아직 9회만 보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말하자면 새로운 1회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단 한 편을 보고 실망하기는 이르다. 천정명이 고질적인 웅얼거리는 발성의 문제점을 크게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지만 그렇다고 짝패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또한 부분적으로 모든 인물들이 한양으로 옮긴 것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은 부분이 다소 거북하지만 그런 정도는 드라마 진행을 위한 10년의 변화라고 너그럽게 생각해주는 편이 좋다. 아역도 아역이지만 그대로 버려두고 오기에는 아까운 조연들이 꽤 많은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게 좋다식으로 넘길 수만은 없는 문제도 생겨났다. 바로 짝패 홈페이지에 설명되었던 주역들 중 동녀와 달이의 성장 후 신변 문제이다. 등장인물 설명으로는 갖바치였던 달이는 큰 상인으로 성장하고, 동녀는 딱히 상인이나 기생으로 규정짓고 있지 않았지만 문맥상 기생이거나 기생 주변의 삶을 살고 있을 거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성인 역이 소개된 것은 그 반대로 동녀가 한양의 큰 상인이 되었고 달이는 명성이 자자한 갖바치로 어릴 때와 변함이 없다.
한편 십년이 흐른 시점의 한양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저잣거리에 아래라는 이름의 벽서가 붙어 탐관오리를 징치하고, 그 재물을 다시 백성들에게 돌려줄 것이라고 선포했다. 살인사건의 현장에도 아래라는 표식이 남겨져 있어서 두 사건이 동일인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여기에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졌다.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10년 전 동녀의 아버지 성초시를 배반하고 한술 더 떠 동녀를 범하려 했던 이생원인 것이다. 이생원을 죽인 자들이 ‘십년 전 원한을 오늘에서야 갚는다’는 말을 남겼다.
상단을 찾아온 왈짜패를 혼내는 무술솜씨로 보아 의적되기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로 보인다. 게다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한양에 도착하는 알리바이까지 맞추는 것이 아무래도 천둥의 소행으로 짐작하게 된다. 그런데 벽서와 이생원의 방에 남긴 표식 아래(我來)가 문제다. 이 아래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10년 전 천둥이 공부방으로 쓰던 상여막에 동녀가 가서 다녀갔다는 흔적으로 남긴 것이 바로 아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10년 전의 원한이라면 아무래도 동녀가 가장 직접적인 인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결국 동녀와 천둥이 함께 이끄는 상단의 숨겨진 정체가 의적단이라는 아주 위험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는 임꺽정이나 장길산 혹은 홍길동에게도 없던 방식이다. 물론 상단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면서 의적패만 따로 도성 밖에 마련해뒀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거나 동녀가 이 의적패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아주 강한 인상을 갖게 된다. 이런 추리가 맞다면 짝패는 최초로 여자가 우두머리인 아주 독특한 의적패를 선보이게 된다. 그 색다른 의적패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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