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춘삼월의 첫 미국 박스 오피스는 애니메이션 <랭고>가 장악했습니다. 국내에도 지난주에 개봉했죠? <랭고>는 고어 버번스키 감독과 조니 뎁이 <캐리비안의 해적>에 이어 또 한번 호흡을 맞춘 작품입니다. 물론 애니메이션이라 조니 뎁의 모습은 볼 수 없는 대신에 엉뚱한 카멜레온 '랭고'를 연기하는 그의 개구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조니 뎁의 목소리 연기는 팀 버튼의 <유령 신부>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2005년에 개봉한 <유령 신부>는 개봉 2주차에 확대 개봉하며 약 1,970만 불을 벌어 2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반해 <랭고>는 첫 주에 1위로 데뷔하며 3,800만 불을 기록했으니 일취월장한 흥행세를 보여주고 있는 셈입니다. 비록 작년 이맘때 개봉한 조니 뎁의 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말이죠. 참고로 <랭고>는 개봉 첫 주를 기준으로 관객수에서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앞섰다고 합니다. 그러나 3D 상영이라는 특장점(?)에 밀려 흥행수입은 조금 저조합니다.

제작비를 감안하면 4,500만 불~5,000만 불을 달성했으면 무난했을 듯한데... <드래곤 길들이기>가 호조를 유지하면서 롱런했듯이 <랭고>도 조니 뎁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겠죠? 이건 순전히 여성관객들에게 달렸겠군요. 미국에서는 관객의 54%가 여자였고, 연령으로 따지면 54%가 25살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역시 조니 뎁!

2위는 <랭고>와 함께 국내에 개봉한 <컨트롤러>입니다. 흥행수입도 2천만 불을 돌파했으니 꽤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입니다. 맷 데이먼의 전작이자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다시 만났던 <히어애프터>가 1,200만 불에 그쳤던 것에 비해서도 양호한 흥행성적입니다. (새삼스럽지만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히어애프터'가 국내에서는 더 늦게 개봉하네요)

게다가 <컨트롤러>의 성적은 <본> 시리즈를 제외한 맷 데이먼의 단독 주연작으로는 최고입니다. 그가 출연해 개봉 첫 주에 2천만 불 이상을 벌었던 영화는 <본> 시리즈, <오션스> 시리즈, <디파티드>입니다. <오션스>는 말할 것도 없고 <디파티드>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공동주연이니, <본>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혼자 2천만 불 이상을 기록한 것입니다.

알고 보니 이 영화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더군요. 지난주에 영화를 한 편도 못 봐서 홀가분했는데... 어째 점점 더 보지 못한 영화들이 궁금해지네요. <랭고, 컨트롤러> 둘 다 어떤가요? 다들 재미있게 보셨어요?

3월 첫 미국 박스 오피스의 3위도 신규 개봉작인 <비스틀리>가 차지했습니다. 이 영화는 <미녀와 야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이를테면 <미녀와 야수>의 <트와일라잇> 버전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또 한번 적잖이 10대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로맨스를 그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더 재미있는 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아이 엠 넘버 포>의 주인공이기도 한 알렉스 페티퍼입니다. 두 편 모두 다분히 '트와일라잇'을 염두에 두고 만든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텐데, 두 편 모두 주인공이 같은 배우라니, 알렉스 페티퍼의 대단한 인기를 알 수 있네요.

그에 비해 흥행성적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닙니다. 아니, 비수기라는 걸 감안하면 이 정도도 꽤 준수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아이 엠 넘버 포>가 첫 주에 기록했던 약 1,950만 불에는 미치지 못했네요. 그래도 이런 영화는 역시 10~20대 젋은 여성 관객층에게 잘 먹히긴 하나 봅니다. 국내에도 벌써 3월 17일로 개봉일이 잡힌 걸 보면 말이죠.

<비스틀리>의 예고편입니다. 이것만 봐도 금세 <미녀와 야수>가 연상될 겁니다. 초절정 미남에 부유한 환경마저 갖춘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가 함부로 나대다가 저주를 받아 흉칙한 외모로 변합니다. 그렇게 되고 보니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사실은 죄다 자기를 재수 없는 놈으로 취급했다는 걸 깨닫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내용입니다.

제가 없는 동안에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로 데뷔했던 <홀 패스>는 세 계단을 하락한 4위입니다. 지난주에 1,300만 불을 조금 넘은 수입으로 1위를 차지했던 걸 보면 비수기는 비수기인가 봅니다. <홀 패스>는 처음에 오웬 윌슨만 눈에 들어왔는데 알고 봤더니 엽기발랄한 패럴리 형제의 신작이었군요. 이 영화는 시도 때도 없이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남편에게 일주일 동안의 자유시간을 허락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코미디입니다. 이 정도만 봐도 벌써부터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패럴리 형제의 영화라니 보고는 싶은데 국내에서 개봉할 확률이 그리 높지 않아서 아쉬울 따름입니다.

우와~ <Gnomeo&Juliet>이 여전히 상위권에서 버티고 있군요. 생소했던 작품이라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얼마나 선전할까 했는데 어느새 8천만 불을 돌파했습니다. 이것으로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은 진정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겠습니다. 작년에 <슈퍼 배드>가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올린 데 이어 <Gnomeo&Juliet>의 성공도 의미심장합니다.

6위는 리암 니슨의 <언노운>입니다. 이 영화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면서 5천만 불을 넘어섰습니다. 제작비 3천만 불도 돌파했으니 여러모로 만족하고 남을 영화일 듯합니다. 리암 니슨은 본격 액션배우로 자리매김하게 되는 걸까요?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거머쥔 <킹스 스피치>는 역시 그 후광을 조금 업었군요. 순위는 한 계단을 상승했고, 드랍율은 -11.4%에 그치는 기염을 토하고 있습니다. 개봉 15주차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 안에 머무른 것도 마찬가지! 앞으로 2~3주만 더 버틴다면 제작비의 열 배에 달하는 수입을 올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스트 고 위드 잇>은 8위까지 떨어졌네요. 제작비가 다소 높아서 우려했었는데 다행히 제작비인 8천만 불은 돌파했군요. 아쉽게도 이번 주가 지나면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아 1억 불 돌파는 다소 힘들지 않을까 합니다.

알렉스 페티퍼가 주연한 또 하나의 '트와일라잇' <아이 엠 넘버 포>는 9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모델을 하면서 버버리 모델로도 활동하고 인기를 얻은 끝에 영화의 주연까지 맡은 알렉스 페티퍼. 하지만 영화의 흥행은 썩 좋질 않네요. 3위에 오른 <비스틀리>도 그렇지만 <아이 엠 넘버 포>는 제작비를 건지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그러고 보면 <트와일라잇>은 왜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을까요? 원작의 영향?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조합이 좋아서? 난 <아이 엠 넘버 포>가 더 재밌었는데... ㅎㅎ

대단한 저스틴 비버! 이 영화(다큐?)가 아직 10위권 안에 있을 줄이야!!! 지금의 성적은 이미 한나 몬타나의 뮤직 다큐를 넘어섰고, 조만간 이 부문(3D 콘서트)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디스 이즈 잇>도 넘어설 기세입니다. 과연 미국의 초통령이라 불리는 저스틴 비버다운 맹활약이군요.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슈퍼 주니어의 콘서트는 성적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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