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챔피언스리그에서 5-0 대승을 이끌며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했던 토트넘에게 리그 무패를 이어가고 있는 리버풀은 너무 강했다. 지난 시즌 챔스 결승에서 만난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대 전력은 완전히 기울어 있었다.

토트넘은 새로운 시즌을 맞아 선수 수급도 했지만 리그 11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에서 토트넘이 이대로 무너질 것이라 보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언제든 반등할 수 있는 기회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버풀과의 경기를 통해 토트넘이 이제는 우승에 도전하는 팀은 아니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듯하다.

빅 4, 혹은 빅 5까지 어떻게든 올라갈 수는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이상 순위로 올라가기 어려운 전력임을 리버풀과 경기에서 잘 보여주었다. 리버풀 원정에, 주중 챔스 경기도 치렀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부담도 컸을 것이다.

손흥민의 200경기째 출전을 축하하는 토트넘 [토트넘 페이스북 캡처]

토트넘은 시작과 함께 골을 넣었다. 홀로 리버풀 수비진을 흔들며 슛을 쏜 손흥민의 공은 수비수를 맞고 골 포스트에 맞고 튀어나왔다. 자리 선점을 잘하는 케인 앞으로 공이 오며 손쉽게 토트넘은 리버풀에 1-0으로 앞서 나갈 수 있었다. 결정은 케인이 했다.

케인이 골을 넣기는 했지만 이 모든 과정은 손흥민의 것이었다. 상대를 압박하고 슛을 쏘는 과정에서 리그 최고이자 챔스 우승팀을 농락하는 손흥민의 움직임은 최고였다. 리버풀의 상징이 되어버린 반 다이크가 토트넘을 손흥민의 팀이라고 지칭한 데서도 그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초반 벼락같은 골이 나온 이후부터 리버풀의 파상공세는 이어졌다. 토트넘 수비진의 기량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버풀의 베스트 멤버들을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나마 골키퍼 가사니가의 선방쇼가 없었다면 경기는 다시 한번 대패의 분위기로 흘러갈 뻔했다.

후반 시작과 함께 다시 한 번 손흥민의 놀라운 움직임은 빛을 발했다. 전방으로 내달리며 골키퍼 알리송까지 제친 후 날린 슛이 다시 한번 골 포스트를 맞고 나오고 말았다. 전반 1분과 후반 시작과 함께 나온 손흥민의 이 놀라운 움직임 뒤 슛이 골로 연결되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넘버1 골키퍼인 알리송까지 제친 것은 놀라웠지만 그렇게 되니 각도가 거의 사라진 상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슛을 했고, 아쉽게도 골포스트를 맞고 나왔다는 사실은 손흥민의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골로 연결되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 과정에서 손흥민은 자신이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토트넘의 손흥민이 28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2019-2020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원정에서 벼락같은 슈을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의 가치는 리버풀 팬들이 더 먼저 알아봤다. 리버풀 홈에서 가장 큰 야유를 받은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다. 상대 에이스에 대한 반발은 그만큼 그가 위대한 선수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아직 루머에 그치고 있지만, 유럽 현지에서 지속적으로 손흥민 영입 이야기가 나오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

토트넘이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인 DESK 라인을 가동해 리버풀에 맞섰다. 지난 시즌이라면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라인업이었다. 하지만 DESK라인에서 제 역할을 한 것은 손흥민이 전부다. 케인이 골을 넣기는 했지만 이제 점점 그의 존재감 역시 사라지는 듯하다.

알리는 좀처럼 과거 화려했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현지에서 부자가 된 후 나태해졌다며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대목에서도 알리의 부진을 확인할 수 있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선 에릭센은 존재 가치가 전혀 없었다. 이런 방만함은 결국 그를 받아줄 다른 팀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비라인이 붕괴되고, 허리고 부실한데 최전방까지 엉망이다.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손흥민은 빛났다. 물론 골을 만들어냈다면 더 좋았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리버풀과 경기에서 그나마 존재 가치를 보여준 것은 손흥민이 유일했다는 점이다. 토트넘의 고민의 의외로 크고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이라면 반등은 꿈꾸기 어려워 보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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