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디션 형식의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편이 아니지만 오랜만에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챙겨봤습니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나왔다" "역시 대단한 가수들이다" "귀가 정화되었다"라는 호평이 대부분이었지요.

물론 편집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습니다. 몰입할 만하면 개그맨들이 나와서 소리를 지르고 좋아하는 장면들이 편집된 게 시청자들의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이겠지요.

이 프로그램의 긍정적인 면과 부적한 편집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으니, 이 점과 관련해서 나온 몇 가지 말들 중에 "현 아이돌 가수를 저 무대에 올려봐라", "요즘 아이돌들과는 비교가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현재 아이돌들은 저러한 감정을 낼 수가 없다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의 경력을 평균적으로 계산해보면 15년이 됩니다. 15년째 노래를 불러온 사람하고 많아야 한 5년 정도(현재 최장수 아이돌의 경력으로 계산해봐도)되는 사람하고의 연륜과 감정몰입도와 그 깊이는 당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7명은 데뷔 때부터 솔로로 해오면서 댄스나 퍼포먼스보다는 가창력과 감정 이입에 초점을 맞춘 가수들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아이돌들의 데뷔 때하고 비교하면 훨씬 앞서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지금의 아이돌들에게 저러한 무대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조금 무리가 아닌가 합니다. 경험과 키워진 환경 면에서 너무 다르기 때문이지요.


환경과 상황이 너무나도 다르다

또 한 가지 생각해볼 점은 현 아이돌들의 환경과 저 가수들이 성장해온 과정이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 기라성 같은 가수들이 데뷔했을 당시는 가수들이 정말 "음반 내고 노래만 하면"되는 시기였습니다. 그들의 노력이나 실력을 무시하는 게 아니고 상황이 그랬다는 것이지요. 음반은 기본적으로 10만 장 이상은 팔리던 시절이었고 당시에는 아이돌들마저, "신비주의" 컨셉에 싸여 있었기 때문에 방송 출연하는 것을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음반이 5만 장만 팔려도 초대박 가수쪽에 속합니다. 실제로 많은 아이돌 가수들은 팬덤이 없이는 음반을 팔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지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들은 더욱더 예능쪽에 집중하게 되고 단순히 "노래만 하고 무대를 즐겨라"라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행사도 뛰어야 하고, 예능에서 고정으로 활약도 해야 하며 심지어는 연기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가장 실력 있는 아이돌 중 하나라는 가인 같은 경우에도 (사실 브아걸은 아이돌로 보기 힘들죠), 작년에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을 하면서 <몽땅 내 사랑>에도 출연하고 동시에 가수 생활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트리플 생활의 힘겨운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단순히 노래를 연습해 가창력을 키울 시간보다는 "가수 이외의 것"을 해야 할 시간이 더 많아진 것입니다. 물론 "가창력"을 타고나는 가수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경우 노력과 끊임없는 자기 계발로 발전하기 마련인데 현재 아이돌 가수들은 그런 시간조차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가수들 중 솔직히 데뷔 때보다 정말 몰라보게 발전한 가수들이 많습니다.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데 현재 가수들은 노력할 시간이 없는 상황에 있다는 면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또한 주어지는 곡조차 댄스곡들뿐이니 많은 아이돌 가수들은 단순히 노래와 가창력보다는 댄스까지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브아걸의 제아 같은 경우도 아마 자신은 그룹이 아니었으면 절대 댄스를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아이돌 가수들에게도 댄스는 힘든 부분입니다.


가요계가 바뀌지 않는 한 실력 있는 가수들은 나오기가 힘들다

그나마 요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는 가수에는 "아이유" 정도가 있는데요. 아이유가 호평을 받고 있긴 하지만 아이유 역시 가수활동 / 예능고정 / 연기까지 하면서 체력이 바닥난 적도 있었습니다. 아이유는 요즘 가수들 중 가장 깔끔하게 라이브를 소화해내는 가수이면서 정말 "실력파" 가수라고 부를 만도 하지만, 그런 아이유조차 힘들어 하면서 성대를 쉬게 해야 하는 일도 있었지요.

현재 활동 중인 많은 아이돌 가수들은 노래 연습할 시간도 없이 해외를 돌아다녀야 하고, 군무를 짜야하며, 예능에서 나가야 하고, 연기연습도 해야 합니다. 현재 <나는 가수다>에 나온 가수들 중에 연기나 예능 출연을 고정으로 하거나 연기에 도전한 멤버는 오로지 백지영 하나 뿐입니다(천하무적 야구단).

정작 실력 있는 가수들이 나오더라도 대형 기획사들에서 제작된 아이돌에 묻혀 버려서 파급력이 약하고, 요즘에는 실력이 있든 없든 예능에 나오지 않으면 뜰 수 없는 가요계 시장이라서 가요계에 뭔가 새로운 바람이 불지 않는다면 실력면에 있어서는 나아지기 힘든 여건입니다.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7명의 가수들과 아이돌들의 실력을 비교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현재 아이돌 중 10년 15년이 지난 후에도 저들처럼 훌륭한 보컬을 가질 수 있을 멤버들이 몇 명이나 될까하는 점이 중요한 것이지요.

현재 몇몇 가수들은 재능면에서 그러할 만한 실력을 가졌습니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멤버들도 그렇고, 아이유도 그러한 케이스고, 샤이니의 종현도 가능성이 있으며, 2AM의 창민, 소녀시대 태연, F(x)의 루나 등이 이러한 케이스에 속한 가수들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요.

물론 실력이라는 게 단순히 연습만 한다고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랬다면 1세대 아이돌들 중에서도 당연히 실력파가 많이 나왔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1세대 아이돌 중에서 실력 있다고 불릴 만한 보컬은 김태우, 옥주현, 바다, 강타 정도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요즘 가수와 연기자와 예능인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실력 있고 발전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팀의 "메인보컬"마저도 서너 개의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아이돌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기도 합니다.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가능성 있는 메인보컬은 가수 쪽으로 더 키워줬으면 하는 게 시청자의 바람이겠지만, 그저 눈앞에 수익을 걱정하는 기획사들에게 그러한 배려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정말로 10년, 15년 뒤에 현재 우리가 자주 보는 아이돌들 중에서 저만한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니 꼭 아이돌들이 아니더라도 현재 활동하는 가수들 중에서 10년, 15년 후까지도 매력 있는 보컬로 사랑을 받을 만한 사람들이 있을까요?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은 이런 점을 많이 생각해보게 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