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는 새로운 일밤의 첫 관문을 힘겹게 넘어섰다. 아나운서 오디션 신입사원이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해답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너무 과한 프롤로그 작성으로 지루함을 면치 못했던 것과는 달리 <나는 가수다>는 적어도 가수들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무대와 그들이 겪는 긴장감을 시청자에게 나눠주는 아주 큰 성과를 거뒀다.

최고라는 말을 붙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가수 일곱 명이 혼신을 다 한 무대였다. 그러나 감동은 온전하지 못했다. 그것은 출연한 일곱 명의 가수 중 어느 누구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이소라부터 마지막 김건모까지 모두 딱 한 곡의 노래를 백 곡을 부른 것 같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고, 그렇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그러나 그냥 두었으면 좋았을 노래를 중간 중간 편집이 끼어들어 사족을 다는 바람에 호흡이 툭툭 끊겨서 노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다.

나는 가수다가 음악 프로가 아니라 예능인만큼 PD가 뭔가를 해야 했겠지만 너무 서툰 가위질이었다. 노래 한 곡의 길이는 4,5분이 고작이다. 그 짧은 한 곡을 부르기 위해 가수들은 녹화 당일 하루를 긴장으로 보내야 했다. 그러나 PD는 그런 가수들의 인내와 열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인지 노래 중간 중간 끼어들어 감상을 방해했다. 도대체 노래를 들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최악의 편집이었다.

가수들의 혼신을 다한 노래 중간에 제작진 회의 내용이나 개그맨들 대기실 코멘트를 끼워 넣은 것은 마치 조용한 소나타 연주 중간에 박수를 치는 것과 다를 것 없는 일이다. 물론 박수를 친 당사자는 그만한 감동과 만족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취했겠지만 본인 말고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는 행위다. 나는 가수다 PD도 역시 마찬가지로 첫 회 방송에 알리고 싶은 이런저런 내용들이 많았겠지만 똑같이 무지한 행동을 한 것이자 동시에 PD는 어디에나 가위질을 해댈 수 있다는 미련하고도 폭력적인 행위였다.

시청자는 감동 받을 요량으로 마음을 활짝 열고 티비를 보면서도 눈조차 감게 듣는데 그런 것과는 딴판으로 노래를 토막토막 잘라내는 PD는 기본적으로 가수와 노래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존중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그것 중 일부가 비록 노래를 부르는 가수 본인의 코멘트라고 하더라도 그것을 노래와 디졸브시킨 것은 너무 지나친 의욕이었거나 시청자의 기대치를 오판한 결과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하이라이트 부분이라고 해도 그것을 다시 반복하는 것은 결코 칭찬받을 짓이 아니다.

원곡의 아우라를 지키기 위해서는 빼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더하지도 않는 것이다. 가수 본인이 새롭게 편곡하거나 혹은 라이브 당시의 즉흥적으로 바꿔 부르는 것이 아닌 이상 녹화라고 해서 노래를 짜깁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물론 그런 것이 없으면 일반 음악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갖지 못한다는 조급증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뭔가를 하고 싶었더라도 노래가 끝난 후에 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가수다의 편집은 기술이 아니라 편집의 자해행위였다. 과유불급이라고 지나친 의욕이 불러온 참극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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