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 지시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관계 활성화, 남측에 관광 재개를 강력히 요구하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뉴시스는 김정은 북한국무위원장이 2008년 이후 중단돼온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을 백지화하고 독자적으로 관광지구를 새로 건설해 관광사업을 펼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며 노동신문의 보도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은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었다”며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비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3일 보도했다.(출처=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MBC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위원장의 메시지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아니다”라며 북미 정상 간에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강산 관광 관련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결단을 내리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며 “오히려 금강산 시설을 북한의 소유라고 선언한 상태에서 남측 관계자들과 협의해 새로 짓겠다는 건 미국에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이에 오간 발언들이 둘 사이에 큰 진전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은 금강산에서 원산으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설립 관련 의지가 강해 김 위원장의 발언은 ‘금강산 관광 재개 요구’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작년 북한에 갔을 때 아태 부위원장과 두 번 깊게 얘기했는데 원산 살마지구 관광시설을 엄청 개발하고 있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금강산과 원산 갈마지구를 연결하는 관광사업을 생각하다가 남북관계가 막히고 북미 관계도 진전이 없자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재개해달라고 (남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 역시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정은 위원장의 다분히 감정적 표현으로 보이지만 내면에는 금강산 관광특구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는데 문제가 안 풀리는 것에 대해 격분, 내지는 상실감이 크다는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종대 의원은 “제가 작년 11월에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금강산을 갔는데 북한이 보여주는 비전과 포부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남북 관계가 교착 상태가 되면서 진척이 안 되니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앞서 남측과 협의하에 개발하겠다는 발언을 현정은 회장이 듣고 왔는데 아무 반응이 없자 김정은 위원장이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우리가 계속 이렇게 반응을 안 보이고 국제 공조, 한미 동맹을 이유로 하면 북한은 아마 독자 개발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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