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MBC가 오전에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계약직 아나운서 업무 부여를 위한 면담을 진행하고 전날 오후에는 아나운서들의 임시 근로자 지위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전과 오후가 다른 셈이다.

지난 17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 관계자들과 MBC 사측 관계자들을 만나 업무 부여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진정 건과 관련해 “권고 사항 이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MBC계약직 아나운서들 (출처=미디어스)

앞서 노동부는 MBC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낸 진정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부의 통지문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데 이어 11일 시민석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이 “행위 시 기준으로 판단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맞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진정 이후 처음 MBC 사측과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만나는 자리에서는 라디오 뉴스 투입을 위한 과정 등이 논의됐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측 관계자는 “이제 서로 좋은 방향으로 한 발짝이라도 나아가자”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 열린 해고 무효확인소송 1심에서 MBC측 변호인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이의신청'을 16일 제기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부터 임시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MBC로 출근하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박탈해달라는 소송이다.

계약직 아나운서는 회사의 이중적인 태도에 분노하고 있다. 계약직 아나운서 법률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잘 지내보자고 노력하겠다며 아나운서들의 요구사항을 듣고 갔는데 그 전날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 이의제기신청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며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아나운서들은 당혹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방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마주 앉힌 노동부도 “2차 가해를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류 변호사는 “폭행당한 피해자한테 폭행죄가 아니라고 결론짓고선 가해자와 피해자를 대면시킨 것”이라며 “양측이 해결할 수 없어 노동부에 도움을 청했더니 결론도 후속 조치도 무책임하다”고 말했다.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2016~2017년 1년 단위 ‘전문 계약직’으로 채용됐다가 지난해 계약 만료됐다. 이들은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을 근거로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지난 3월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확인 청구 소송과 근로자지위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본안판결(해고무효확인소송)에 앞서 지난 5월 아나운서들의 근로자 지위를 임시 인정했고 아나운서 7명은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다시 출근하고 있다.

한편, MBC는 이들에 대한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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