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9년 만에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타 팀에 뒤지지 않는 타선에 비해 취약한 투수진 보강이 시급합니다. 2010 시즌 LG의 팀 타율은 0.274로 3위였지만 팀 방어율은 5.23으로 7위에 그쳤습니다. 타선이 점수를 뽑아도 투수진이 그보다 많이 실점하는 것이 LG의 패배의 패턴이었습니다. LG의 타선이 매 경기 6점 이상을 뽑아내야만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겨우내 트레이드나 FA를 통한 전력 보강은 없었지만 새로 선발한 두 명의 외국인 투수인 리즈와 주키치가 선발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3년 연속 10승 투수인 에이스 봉중근도 선발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선발부터 3선발까지는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춘 셈입니다.
하지만 롱 릴리프로 경기 중반 2이닝 안팎을 책임질 LG의 좌완 투수는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SK와 삼성이 맞붙은 2010 한국 시리즈에서 권혁이 부진한 삼성이 준우승에 그친 반면, 작은 이승호가 건재했고 LG에서 보상 선수로 영입된 큰 이승호가 깜짝 활약을 선보인 SK가 우승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한국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최종 순위 3위와 4위에 그친 두산과 롯데 역시 내세울 만한 좌완 롱 릴리프가 없었다는 사실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단기전 승부인 포스트 시즌은 차치하고 페넌트 레이스만 감안해도 최근 각 팀의 테이블 세터와 중심 타선은 쓸만한 우타자가 품귀라는 푸념이 일 정도로 좌타자 일색입니다. 이들을 상대로 등판해 2이닝 정도 힘과 구위로 짓누르는 능력이 요구되는데 이미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도달해 140km 중반의 구속이 나오지 않는 오상민과 이상열에게 2이닝을 맡기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난 시즌에도 류택현이 2군을 들락거리다 팔꿈치 부상으로 방출되었음을 감안하면 베테랑 투수들이 꾸준히 활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비교적 젊은 투수에게 좌완 롱 릴리프의 보직을 부여해야 하는데 현 상황에서 꼽을 수 있는 것은 서승화와 최성민입니다. 하지만 서승화는 최근 몇 년 간 제구력이 잡히지 않는 고질적인 약점이 되풀이 되면서도 강점인 구위가 저하되었기에 과연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인 최성민은 어깨 부상으로 전지훈련지 오키나와에서 조기 귀국했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가동되기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선발과 마무리를 비롯한 필승 계투조가 제대로 구축되었는지 판단하는 것이 그 팀의 투수력을 판단하는 기준이지만 더욱 세분화, 전문화되고 있는 프로야구의 추세를 감안하면 경기 중반 2이닝 정도를 책임질 좌완 롱 릴리프는 필수적인 존재이며 LG가 4강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퍼즐의 한 조각입니다.
현재까지 좌완 롱 릴리프로 딱히 눈에 띄는 투수가 없는 가운데 과연 새로운 투수가 혜성처럼 등장해 LG 투수진의 한 축을 담당할지, 아니면 다년간 허약한 투수진의 구성이 반복될지 주목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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