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 SM이 JYJ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바 있다. 그 판결에 이어 법원은 SM에게 JYJ 김준수, 박유천, 김재중이 낸 간접강제 신청 사건에서 SM이 JYJ의 연예활동을 방해할 경우 1회당 2천만 원을 지급하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SM 혹은 JYP가 탈퇴하거나 퇴출시킨 전 소속 가수들의 연예활동을 가로막는 일이 법으로 그 부당함이 가려졌다. 그러나 이런 법원의 판결과 명령이 아니어도 진작에 SM 등은 부당한 행위를 그쳤어야 했다.

SM, JYP 등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기획사들이다. 아시아를 거의 장악했다고도 할 수 있는 SM과 원더걸스를 미국에 진출시킨 JYP는 국내에서도 내놓는 아이돌 그룹마다 성공시키는 그야말로 마이더스의 손을 가졌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그 경이로운 손은 공식적인 일만 해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성공을 위한 것을 벗어나 JYJ의 경우처럼 누군가의 앞날을 방해하는 린치까지 이르게 된 것은 분명 오만에 빠진 결과일 따름이다.

팬덤 속에서도 일부의 반발과 일부의 동조로 엇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이런 부정적인 일들로 인해 기껏 소속 아이돌들이 쌓아올린 이미지를 회사가 까먹는 것이다. 소속사의 이미지가 나빠지게 되면 이미 성공한 그룹들이야 그런 영향을 아무래도 덜 받겠지만 어차피 아이돌의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데뷔시켜야 할 소속가수들에게 결코 좋은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 그보다도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손익을 따지기 이전에 누군가의 방송 및 가수활동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은 조폭들이나 할 짓이지 선량한 기업이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녀시대를 생각해서라도 이러면 안 된다.

또한 가요를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감동을 파는 행위이다. 그러나 소속 가수들과의 분쟁과 갈등을 폭력적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는 그런 근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이다. 상호 간에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해서 자신이 가진 연예권력을 악용해 눈 밖에 난 전 소속가수들을 괴롭히는 것은 굳이 법원 판결이 아니더라도 언론 사회면에서 다룰 정도로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모 개그맨의 말처럼 늦었다고 생각될 때는 정말 늦은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잘못된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는 것은 다만 늦은 정도가 아니라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판결에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대형 기획사가 이렇듯 연예계 퇴출의 파워를 과시할 수 있기까지는 반드시 방송사의 동조가 필요하다. 최근 박재범의 사과에 따른 JYP의 수용에 따른 기사 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문산연이 재범의 방송출연 협조 공문을 방송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기사에는 문산연(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형식을 갖추기 위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는 JYP가 재범의 방송출연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의지 표출이다.

다시 말해 이 문산연의 조치 아니 JYP가 재범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실질적인 조치는 거꾸로 그동안 JYP가 재범의 방송 출연을 막아왔다는 반증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한 방송사가 얼마나 기획사들과 밀접한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는가를 증명하는 사례로 해석하기에도 충분하다. 방송 프로그램에 누가 출연하는가는 전적으로 PD의 재량이다. 아니 그렇게 알고 있다. 그렇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방송사 내 윗선도 있을 것이고 이처럼 외부 실력 있는 기획사까지 포함되는 것이니 예능PD들도 참 해먹지 못하겠다는 푸념이 있을 법하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기획사가 아무리 독하게 방해하고자 한들 방송사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일이다. 티비 채널을 장악해가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제작의 고충을 토로하지만 설득력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들어 부당한 행위를 용납하고 동조한다면 방송의 공영성은 설 땅을 잃고 마는 까닭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 직접 이해당사자인 SM을 향해 JYJ를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속에는 방송사의 비겁한 동조 역시 거두라는 행간이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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