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황선희를 잡으려는 윤지훈의 노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고다경이 법의관이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던 동생을 죽인 범인을 만난 그녀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드라마를 완성시킬 수 있는 두 사건은 수면 위로 올라왔고 이를 맞이하는 두 주인공의 분노는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실에는 없는 이야기의 개입, 해피해질까?

한 번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수가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면 이는 습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못된 습관은 자신을 합리화하게 만들고 자기 합리화는 부정한 행동들을 당연하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윤지훈이 국과수에 사표를 내며 고다경에게 했던 말은 무척이나 의미 있고 대단한 결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생의 꿈이었던 국과수 법의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내려놓는 결단을 하며 그는 다시 한 번 자신을 추스릅니다. 법의관으로서 더 이상 정의를 외면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그의 결심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물욕과 권력에 대한 탐욕이 넘치는 우리 시대에 윤지훈 같은 존재를 만나는 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이겠지요.

살인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벌이고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대통령 후보의 딸 강서연과 이를 감싸는 무리들과의 대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국과수에 사표를 낸 윤지훈과 출세와는 멀어져버린 정우진 검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서윤형 사건에 올인하게 됩니다.

타후보에 더블 스코어 차이를 보이며 가장 강력한 대통령 후보로 올라선 강 후보는 자신의 딸이 저지른 범죄를 묻기 위해 권력을 남용합니다. 중립을 지켜야 할 검찰 조직 역시 스스로 나서 사건을 은폐하고 권력의 시녀가 되는 데 앞장섭니다.

여기까지의 모습은 우리의 현실과 너무 같아 소름이 끼칠 정도입니다. 현실과 드라마를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서 <싸인>은 드라마적인 해법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총장이라는 거대한 권력이 진실에 앞장서기로 작정한 것입니다.

선악의 대결 구도는 검찰 조직 내에도 존재하고 이런 존재로 인해 일방적으로 흐를 수도 있는 상황들이 무게 중심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권력에 순종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모든 것을 소진하는 권력 집단 속에도 바른 생각을 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겠지요.

이젠 익숙한 <싸인>의 방식이 된 또 다른 살인 사건은 고다경의 과거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으로 등장했습니다. 묻지마 살인을 저지르는 살인마를 잡게 되고 그를 심문하는 과정에서 그가 과거 자신의 여동생을 잔인하게 죽인 범인임을 알게 됩니다.

국과수에 들어서게 만든 여동생의 죽음의 진실을 알게 되고 범인까지 잡게 된 상황에서 이제 고다경은 윤지훈을 도와 서윤형 사건에 올인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습니다. 묻지마 사건이 갑자기 등장했지만 사건은 과거 고다경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식 이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가져다주지는 않았습니다.

서윤형 사건을 알고 있는 이들의 입막음을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무리들로 인해, 마지막 생존자를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던 윤지훈은 진실 앞에 다가간 순간 죽음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자신과 만나기로 한 시간에 자살로 추정되는 추락사를 당한 그는 어쩌면 진실을 밝힐 수 있는 마지막 살아있는 증거였습니다.

마지막 증거를 왜곡하려는 이들과 진실이 담긴 목소리를 찾으려는 이들의 대립은 의외의 변수로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이 승기를 잡게 됩니다. 국과수 직원이 아니지만 검수 측에서 위촉한 검시관으로 참석한 그는 자살이 아닌 살인임을 밝혀내며 진실 앞에 좀 더 다가서게 됩니다.

예고편에서 잠깐 보였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이는 자신의 딸을 버리고 이를 빌미로 권력을 얻으려 합니다. 과연 그는 민주주의 권력의 끝이라는 대통령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까요? 진실을 추구하던 주인공들은 그가 저지른 범죄의 진실을 모두 밝혀낼 수는 있을까요?

10회 이후 감정에 치우친 진행이 주가 되며 범죄 수사 드라마의 재미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감정적 복수에 너무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이 듭니다. <로앤오더> 시리즈의 특정 부분을 변주한 느낌이 강한 이 드라마가 과연 우리에게 통쾌함 혹은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결과를 제시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적 요소의 개입이 과연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통쾌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기대됩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현실과 동급으로 놓을 수는 없지만 현실을 반영하는 드라마를 통해 우리를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찾는 것도 즐거운 체험이 되겠지요.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마 강서연과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 중 누가 더 잔인한 범죄자일까요? 부와 권력을 모두 가져서 살인마저도 당당한 여자와 살인 자체를 즐기는 극빈자 살인마. 그들은 너무 다른 위치에 서 있지만 너무나 닮아 있는 쌍둥이 같은 존재들입니다. 누가 더 대단할 것 없는 그저 살인마일 뿐이지요.

세상에 명분 있는 살인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살인은 그저 살인일 뿐 그 안에서 명분을 찾기 시작한다면 세상에 이유 없는 살인은 없을 테니 말이지요. 너무 다른 상황의 두 살인마. 그런 살인마들보다 잔혹한 권력이 만들어낸 조직적인 살인은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밖에 없음을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제도와 부패한 권력자는 사회 전체를 살인의 추억으로 몰아갈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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