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던 아이돌 시대에 균열이 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분열이, 외부적으로는 반발이 상호작용하면서 아이돌은 방송가의 가장 화려한 꽃의 지위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런 징후는 최근 들어 최고조에 달했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다. 특히 2010년은 이런 아이돌에 대한 전방위적 공격이 가장 심했다고 볼 수 있다. 소위 5초 가수 논란으로 대표되는 반아이돌 정서는 슈퍼스타K, 세시봉 등의 대안적 프로그램들의 대성공으로 대리 표출되었다.
그와 동시에 한국 최고의 아이돌 그룹은 한국 연예계 활동을 최소화한 채 일본진출에 전력을 쏟고 있다. 기획사들은 양국 활동을 병행한다고 했지만 일본 진출 이후 일본 중심의 활동을 해오고 있고 이런 모습이 대중에게 실망감을 주고 있다. 소녀시대와 카라로 대표되는 2010년 일본 러시는 신한류로 추앙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카라의 분열사태를 곧바로 불러오게 한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그뿐 아니다. 애프터스쿨의 소영에 이어 f(x) 엠버가 팀을 이탈했고 그런 탈퇴 혹은 퇴출은 2011년이 돼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
최근 유키스 두 멤버의 탈퇴 혹은 퇴출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그보다 전에 나인뮤지스의 라나 등 3인도 팀 활동 중지를 선언하고 각자 모델 및 개인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이들이 아직 톱 클라스 그룹은 아니지만 유키스의 경우는 후발 남자 그룹들 중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활동을 보인 점에서 일곱 명 중 둘씩이나 이탈하는 현상이 그룹 전체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런 멤버 이탈의 분위기 속에 신인 아이돌 그룹의 데뷔는 속속 이어지지만 소위 대어급 신인의 등장은 없어 소시와 카라의 공백이 주는 절호의 기회를 거머쥔 것은 아이돌 그룹이 아닌 소녀 디바 아이유이다. 물론 최근 시크릿이 뮤직뱅크 등 순위 프로그램을 석권하고 있기는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인기에서는 아이유의 아우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아이유 역시도 엄격하게는 아이돌로 보아야겠지만 어쨌든 아이돌 하면 바로 연상되는 댄스그룹의 형식이 아니라 가창력을 전제로 한 솔로 가수라는 점에서 전체적인 아이돌 왕국 붕괴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아이돌 제국을 뒤흔드는 요인 중 가장 강력한 하나인 오디션 프로그램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작년 슈퍼스타K가 끝나자마자 긴 공백 없이 위대한 탄생이 뒤를 이었고, 위탄이 끝날 즈음 슈퍼스타K 시즌3이 시작될 전망이다. 거기다가 아직 성공 여부는 미지수지만 일밤의 새 코너 <나는 가수다>가 언젠가 또 아이돌을 투입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시작은 가창력 중심의 가수들을 포진시키고 있다. 또한 방송 바깥에서 세시봉 친구들의 콘서트는 연일 뜨거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세계 2위의 음반시장인 일본 음악시장이 가장 부럽고 선진적인 요소는 다양성과 장르별 균형에 있다. 일본 역시도 이런 요소가 흔들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국과 비교한다면 그 장점은 매우 크게 다가온다. 뭐든 독점은 좋지 않다. 아이돌 독점이 불러온 긍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지만 부정적 결과가 더 많고 심각하기에, 최근 다양하게 감지되는 현상들이 대중문화의 아이돌 편중현상을 깨는 긍정의 결과를 가져오기를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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