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운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와 너무나 닮아 있는 조선시대 말기의 상황을 담아내고 있는 <짝패>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운명이 갈라놓은 그들, 운명의 수레바퀴에 운다

옛말에 남자들은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티격태격하며 싸운 후 서로를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되면 진짜 친구가 되기도 하지요. 그렇게 서로 운명을 바뀐 천둥과 귀동은 그들이 사랑하는 동녀를 사이에 두고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천둥의 책과 관련된 다툼이지만 그 근간에 깔려 있는 사랑에 대한 갈등이 오히려 그들을 진정한 친구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양반집 도령이면서도 왈패들과 놀기를 좋아하고 문과보다는 무과에 가고 싶어 하는 귀동에게 천둥은 상대가 되지 않습니다. 하루 살기도 쉽지 않은 거지로 살아가는 그가 귀동과 동등한 입장에서 대결을 할 수는 없었으니 말이지요.

5회 화제가 되었던 "밥부터 먹고 싸우자"는 천둥의 말처럼 그들의 싸움은 며칠 동안 서로를 챙기면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둘도 없는 짝패가 되는 데 합의합니다. 신분의 차이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된 그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알지 못한 채 소울 메이트를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천둥을 좋아하는 동녀. 그런 동녀에게 천둥이 마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귀동은 과감하게 동녀에게 마지막을 고합니다. 귀찮을 정도로 그녀를 쫓아다니던 귀동은 짝패를 위해 사랑을 버리는 쉽지 않은 선택으로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거지 패거리들에서 벗어나 갖바치가 된 천둥은 강포수와 만나 무예를 경험하게 됩니다. 글에 그 누구보다 관심이 많은 천둥을 보고 첫 눈에 반한 강포수는 대단한 존재가 될 수 있는 그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전해주려 합니다.

강포수와는 달리 이종사촌 형이자 갖바치가 된 천둥의 스승 황노인은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는 존재들입니다. 썩을 대로 썩은 세상을 분개하며 바꾸려 노력하는 강포수와는 달리, 자포자기하며 현재의 상황에서 살기 위해서만 노력하는 황노인은 항상 대립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방관자와 혁명가 사이에서 천둥이 망설임 없이 혁명가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천한 자신을 거둬 글을 가르쳐 주었던 스승 성초시가 부패한 현실을 고발하고 개정을 촉구하기 위한 글을 가지고 한양으로 올라가려던 사이 성초시의 친구이자 김진사의 처남인 탐관오리 고을 현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친어머니라 생각했던 막순은 자신을 외면하고 그렇게 버려진 자신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며 글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 부모 같은 스승의 죽음은 그를 분노하게 만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는 자신이 처음으로 선물한 신발을 싣고 가다 죽음을 맞이한 스승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에 해서는 안 되는 일까지 벌이게 됩니다.

실제 외삼촌인 현감을 노상에서 칼로 찌르는 일을 벌이는 천둥은 기생집에 팔려가는 동녀와 이별하며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로 거듭나게 됩니다. 천둥의 짝패이자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귀동 역시 괴리감에 힘겨워합니다.

신분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을 만나던 귀동은 백정인 붓들 아범이 부당한 이유로 현감에게 끌려간 사연을 듣게 됩니다. 사냥과 인생을 알게 해주었던 그를 위해 현감에게 붓들 아범이 풀려날 수 있도록 부탁을 하지만 그는 차가운 시체로 백정 마을로 실려 가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부패해서 심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현실. 그런 현실 속 자신의 가문을 보며 그가 외친 "더러운 세상, 더러운 가문"이라는 한마디는 그가 향후 어떤 모습을 보일지를 알려주고 있는 듯합니다.

무고한 이에 대한 더러운 권력의 살인은 양심 있는 다수를 분노하게 만듭니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부패가 일상이 되고 힘없이 이들에 대한 수탈이 극심해지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변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잘못된 권력에 대한 순응이 아닌 개혁이었습니다.

가진 자들은 점점 정교해진 방식으로 다수의 가지지 못한 자들을 수탈하는 데 앞장섭니다. 돈이 권력이 되고 권력이 공고해진 세상에선 다시 돈이 인간을 줄세우는 세상으로 변해갑니다. 그렇게 망가진 세상은 자연스럽게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음은 역사가 이야기하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중동의 독재자들이 시민혁명에 의해 무너지듯 독재자들은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음을 우리의 근대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라는 탈을 쓰고 독재를 일삼는 국가가 얼마나 위험한 나라가 될 수 있는지 우리는 처절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분노에 들끓는 대중은 임계점을 넘어서게 되면 넘칠 수밖에 없습니다. 언제 넘칠지 모르는 분노 속에 내던져진 우리의 모습이 <짝패>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에 그 어떤 드라마보다 마음이 무거운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아역들은 8회까지 출연한다고 합니다. 주인공들의 성격들을 규정하게 만든 어린 시절을 섬세하게 연기해낸 천둥 역의 노영학, 귀동 역의 최우식, 동녀 역의 진세연, 달이 역의 이선영은 <짝패>가 건진 보물 같은 존재들입니다.

사극이 주는 부담감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연기해낸 아역들로 인해 <짝패>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역들이 보여준 실감나는 연기는 그 안에 담긴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 전달을 용이하게 해주었습니다. 9회부터 등장하는 성인 배우들이 오히려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아역의 열연은 <짝패>를 보게 만드는 또 다른 힘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합니다. 인간사 모든 것들이 돌고 돌듯 우리가 사는 세상도 과거 조선시대 말엽 부패가 하늘까지 치솟던 시대와 다를 바 없습니다. 사회는 온통 부패해 있고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은 그들의 배만 부르게 할 뿐입니다.

여전히 부패와 부당한 권력으로 대대손손 이어가려는 역겨운 정치인들이 떵떵거리며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면 잘못된 역사에 대한 단죄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드라마 <짝패>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재현할까요? 아니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 줄까요? 부패한 정권의 썩어가는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려하는 <짝패>가 과연 어떤 이야기들로 시청자들과 소통을 이어갈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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