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축구에서 떠오르는 포지션을 꼽는다면 바로 측면 풀백입니다. 1990년대에 등장한 호베르투 카를루스, 카푸(브라질)를 시작으로 최근의 더글러스 마이콘, 다니 알베스(이상 브라질), 에쉴리 콜(잉글랜드), 필립 람(독일) 등 재능 있는 풀백 자원들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풀백 포지션 자체가 공격수 스트라이커 못지않게 한 팀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풀백은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빠르고 공격적이며 창의적인 축구를 하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포지션으로 주목받으면서 그 역할과 위상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대거 선보여 이영표, 송종국, 김동진 등이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그 가운데 이영표(알 힐랄)는 한국 축구 10년을 빛낸 영웅과도 다름없는 존재로 꾸준하게 활약했고, 최근에는 차두리(셀틱)가 공격수에서 풀백 자원으로 거듭나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도 아시안컵 이후 대변혁기를 맞이하면서 확실한 풀백 자원을 보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춘추전국시대'나 다름없는 풀백 자원들에게 기회이자 위기를 맞이할 수 있는 시기가 찾아온 셈인데요. 그런 가운데서 조광래 감독은 지난 9일, 터키와의 평가전에서 윤석영(전남)과 홍철(성남)을 '포스트 이영표'로 주목하면서 대표팀에 처음 발탁시켜 첫 실험을 펼쳤습니다. 일단 아직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숙제만 확인했습니다.

▲ 윤석영, 홍철, 박주호 ⓒ연합뉴스
그래도 꾸준하게 감각을 키우면서 성장해 나간다면 이영표의 빈자리를 빠른 시일 안에 채울 것으로 기대되기는 합니다. 앞서 언급한 윤석영, 홍철 외에도 이영표가 직접적으로 후계자로 지목한 박주호(주빌로 이와타)까지 후보에 들 만한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봤을 때 '포스트 이영표 3인방'이 앞으로 한국 축구 풀백의 전성기를 이끄는 모습을 보여줄지 '포스트 박지성'만큼이나 관심이 모아지고 또 기대됩니다.

이들 3명은 저마다 확실한 장점을 갖고 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입니다. 안정된 수비 능력 뿐 아니라 오버래핑 시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까지 갖춘 윤석영, 저돌적이고 강력한 슈팅이 돋보이는 '숨은 저격수' 홍철, 드리블이 좋고 공-수 양면에 걸쳐 탄탄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박주호 모두 특장점만 놓고 보면 기대감을 가질 만한 요소들이 많은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터키전에 나섰던 홍철에 대해 수비력 문제를 지적하면서 아직 갈 길이 멀어보인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공격력이 좋아도 풀백의 기본 역할인 수비가 제대로 안 되다보니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밖에 박주호는 지난해 9월, 왼쪽 종아리뼈 부상으로 제대로 뛸 수 있는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윤석영은 측면 공격수 출신이어서 아직 수비력에 대해서는 의문 부호가 달려 있는 상황입니다. 저마다 갖고 있는 콤플렉스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면 상당히 치명적일 수 있기는 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이들이 꽤 빠른 시간 안에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느 정도 '선의의 경쟁' 체제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윤석영과 홍철은 21살 동갑내기이고, 박주호는 24살로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습니다. 아직은 서먹할 수 있어도 2014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 가운데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펼쳐 나간다면 분명히 약점을 극복하고 기량이 급성장해나갈 가능성은 덩달아 높아집니다. 서로 갖고 있는 것을 두루 배우고 보완해 나가면서 자신의 강점을 동시에 극대화시키는 노력을 벌인다면 자연스럽게 세 선수의 기량은 함께 좋아질 것이며, '동반자적인 경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풀백 자원의 옵션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계기로도 이어질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 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풀백 자원이 풍부해져 미드필더만큼 주목받는 '풀백 전성시대'가 도래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미 국제 대회 경험을 갖고 있는 것도 이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전 한국 축구 최고의 풀백이었던 이영표의 경우, 큰 대회 경험은 A매치 데뷔 1년 뒤인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 최초였습니다. 하지만 이영표와 다르게 윤석영, 홍철, 박주호는 모두 국제 경기 대회 경험을 갖고 A매치에 데뷔한 사례들을 갖고 있습니다. 윤석영은 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에 나서 18년만의 8강행에 큰 공을 세웠고, 홍철과 함께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경험을 쌓은 바 있습니다. 또 박주호 역시 2007년 U-20 월드컵 대표로 나서 이청용, 기성용 등과 나란히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록 청소년 대회였어도 워낙 극적인 승부들이 많이 벌어졌던 대회에 참가했던 만큼 자신감을 갖고 세계 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리하자면 A매치에 데뷔하는 시기의 여건만 놓고 보면 이영표보다 이들 3인방의 여건이 훨씬 좋다는 것입니다. 결국 어느 정도 경험을 갖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이영표를 뛰어넘느냐, 아니면 그저 그런 선수가 되느냐가 판가름 날 것입니다.

풀백의 역량에 따라 그 팀의 공-수 플레이, 경기 흐름도 달라지는 시대가 바로 오늘날입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조광래 감독은 미드필더에서의 패스플레이만큼이나 풀백 자원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강조하며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공격 패턴을 갖춘 축구를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풀백 자원들의 꾸준한 성장이 중요하며, 그런 만큼 각 자원들의 노력 역시 아주 중요합니다. 아직은 부족해도 조금씩 다듬어지면 보석이 될 만한 풀백 3인방. 한국 축구의 기술적이고 빠른 스타일의 정착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보다 세심한 관리와 주변 여건 조성이 필요합니다. 기술과 성실함을 두루 갖춘 자원들이 많이 나와 풀백 전성시대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풀백들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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