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내가 지지하는 연습생의 데뷔를 위해서라면 문자투표비 정도는 아깝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연습생에게 관심이나 호감을 가질 수 있도록 온라인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런데 이게 공염불이었다면?

그간 ‘프로듀스 101’ 시리즈 제작진은 이들을 ‘국민 프로듀서’로 호칭하며 시청자의 적극적인 피드백이야말로 연습생에게 힘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국민 프로듀서’들의 적극적인 사랑은 Mnet 제작진의 농단에 휘둘렸을 가능성이 높아진 게 작금의 현실이다.

투표와 상관없이 제작진이 사전에 염두에 둔 연습생이 방영에 있어 유리한, 이른바 ‘PD픽’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는 시청자의 ‘눈덩이 효과’와 직결된다. ‘국민 프로듀서’에게 눈도장을 받을 확률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득표 확률도 높아진다. 방영 초반부터 투표라는 눈덩이가 굴러가기 쉽게 만들어지는 구조는 ‘PD픽’ 덕이다.

`프듀X 조작 의혹' 파장…유사 프로그램에 불똥 (CG) [연합뉴스TV 제공]

만일 방영 분량이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면, 해당 연습생은 아무리 잘생겨도 ‘국민 프로듀서’에게 눈도장을 찍힐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고 투표수도 줄어들기 마련이었다. 부익부 빈익빈, ‘마태 효과’가 방영 분량에 의해 좌우되는 게 그동안의 ‘프로듀스101’ 시리즈에선 상식이었다.

금주 들어 ‘아이돌학교’에 참가했던 연습생의 폭로가 연이어 터지는 중이다. CJ ENM으로선 ‘프로듀스X101’ 조작 의혹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이전에 방영된 ‘아이돌학교’마저 공정하지 않았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가수로 데뷔하고자 하는 연습생의 간절한 바람이, 애초부터 공정하지 못했던 룰에서 뛰도록 만든 Mnet 제작진의 ‘PD픽’ 의혹 내지는 투표조작 의혹에 의해 무참하게 깨졌음이 이해인의 ‘아이돌학교 미투’를 통해 알려졌다.

Mnet 제작진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공정한’ 운동장으로 포장한 채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영해온 것이 의혹이 아닌 사실이라면 CJ가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영한다 해도 ‘국민 프로듀서’들에게 오디션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확률이 농후해진다. ‘프로듀스X101’과 ‘아이돌학교’의 진정성이 의심받으면서부터 야기된 낙인효과 때문이다.

JTBC <믹스나인>

하지만 연습생들의 간절한 바람을 악용한 오디션이 ‘프로듀스X101’과 ‘아이돌학교’뿐일까. YG의 ‘믹스나인’을 빼면 섭섭하다. ‘믹스나인’은 데뷔조까지 뽑아놓은 다음에 애초 약속한 데뷔 활동 4개월을 3년으로 무려 ‘9배’나 늘렸다.

YG의 이런 무리한 조건에 환영할 중소기획사는 없었다. YG의 무리한 활동기간 연장조건 때문에 데뷔조는 합격의 기쁨을 뒤로 한 채 데뷔조차 못하는 아이러니를 맞이했다. 결국 ‘믹스나인’은 YG에게 있어 흑역사로 장식됐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CJ와 대형기획사 YG가 저지른 이같은 패착은, 앞으로 이들 기업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예고할 때 좋지 않은 선례를 상기할 확률이 높아지게끔 만들었다. CJ와 YG 입장에선 이들 오디션의 후폭풍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스스로 가른 셈이다.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의 흑역사는 ‘프듀X’와 ‘아학’, 그리고 ‘믹스나인’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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