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2월의 출장, 거의 해마다 찾는 듯한 프로야구의 전지훈련, 그 장소는 바로 "오키나와". 프로야구의 전지훈련지를 향한 여정은 늘 다녀와 만들어야 하는 특집에 대한 부담과 새로움에 대한 고민이 바탕에 있습니다.

특히, 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지 풍경, 어떻게 상상하십니까? 잘 만들어진 리조트와 따뜻한 날씨, 야구팬들의 마음을 뛰게 하는 야구장의 잔디 내음과 선수들의 가벼운 몸놀림...

이런 것들을 상상하신다면 크게 틀리진 않습니다만. 그것이 전부라는 거!

오직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공간에서 오로지 야구만이 함께 합니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휴양지 특유의 가벼운 관광? 혹은 맛있고 특이한 음식과 이런저런 잔재미가 있는 쇼핑. 그런 것들은 상상도 할 수 없죠.

다른 종목의 전지훈련도 비슷합니다만, 프로야구단의 전지훈련지는 대부분 상당히 외진 곳에 위치합니다. 제가 매년 찾는 삼성의 전지훈련지 온나손은 오키나와의 중심가와 상당히 떨어져 있어 정말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죠. 일반적인 관광의 장점이나 가치는 찾기 힘든 전지훈련지를 향한 여정!

그럼에도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프로야구 전지훈련은 볼만하다고 결론짓고 싶습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역설일까요?

일본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야구장 습격사건"도 오키나와의 전지훈련을 다녀오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요. -지난해, "한국의 야구장 습격사건을 꿈꾸다"라는 포스팅에서 저도 이 책에서 느낀 가치에 대한 동감을 다루기도 했습니다.-

일본의 경우, 오키나와라는 섬 자체는 우리나라의 제주도 비슷한 느낌인데다가 지금도 이미 10~20도를 오가는 포근한 날씨. 먼저 봄-여름을 만나고, 그 계절에 우리와 함께하는 야구를 만난다는 건, 분명 가슴 뛰는 일입니다. 선수들의 훈련을 편안하게, 여유롭게 즐길 수 있고, 다양한 연습경기에서 여러 선수들을 한번에 만날 수도 있습니다.

또다른 야구의 재미가 있고, 여유가 있으며, 야구만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그것만을 즐기러 온다면 더욱 그렇겠죠? 일하러 왔다는 부담과 바쁜 일정이 따르지만, 저역시도 때때마다 그 가치나 위력에 동조되니 말입니다.

이와 같은 관심과 열기는 야구의 원조, 미국에서 더 뜨겁게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전지훈련을 펼치는 애리조나 주와 플로리다 주는 스프링캠프 시즌마다 열기와 관심이 가득합니다.

1주일 정도의 짧은 사전 훈련기간을 마치면 바로 실전 경기에 들어가는데요. 에리조나와 플로리다, 캑터스(Cactus)리그와 그레이프푸르츠(Grapefruit)리그란 이름의 시범경기 리그가 펼쳐지죠. 이런 스프링캠프도 상품으로 활용, 구단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스프링캠프 투어 패키지를 판매한다는데요.

좋아하는 스타플레이어의 경기를 가까이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은 기본. 플로리다 해변가와 애리조나 피닉스 지역은 관광과 오락 산업이 발달해 있는 휴양지다보니, 그 재미는 2배가 됩니다.

미국사회에서 야구의 인기는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것이기도 합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높은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스프링캠프에 대한 관심도 매우 뜨겁죠. 관광상품의 가격도 만만치 않고, 기간도 매우 한정적이지만... 관심과 인기는 높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분위기는 짐 케이플 기자의 ESPN선정 '스포츠 팬이 죽기 전에 꼭 경험해야 할 이벤트 101가지'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당당하게 101개의 스포츠 이벤트에 포함된 프로야구 스프링캠프, 심지어 그 순위는 매우 높습니다.

지구촌의 대축제로 불리는 하계올림픽을 최고의 대회로 평가된 가운데, 뒤를 이어 월드컵과 동계올림픽. 미국인의 기준에 맞춰, 4위는 MLB 월드시리즈, 5위는 NCAA남자농구 결선이었는데요. 바로, 그 뒤를 이은 6위가 메이저리그 야구팀들의 스프링캠프 현장이라고 합니다.

- 짐 케이플 기자의 선정 내용
6. Spring training (February-March, Florida and Arizona). Even in this cynical, jaded world, all of us are officially allowed to be naive and optimistic about the coming year when the crack of the bat mixes with the smell of sunscreen. If there is a more enjoyable way to pass a spring afternoon than at a Cactus or Grapefruit league game, man has yet to find it. Heck, even Royals and Pirates fans feel good here.

어찌됐던 또 다시 떠나는 전지훈련지로의 출장, 해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만. 다른 한편으로는 "야구"란 이름으로 그래도 가슴이 뛰고, 다가올 풍경들에 기대도 커집니다. 내일부터, 가능한 종종 소식도 전하고, 다녀와서도 그 풍경과 그 분위기를 한껏 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힘써야겠죠?

다녀오겠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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