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당시 호주와의 조별예선 경기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됐다가 24분 만에 다시 교체되는 수모를 당한 이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불만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가 그 내용이 언론에 의해 '항명 논란'으로 보도되며 파문이 확산되자 곧바로 사과의 뜻을 밝히는 헤프닝을 벌였던 인천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유병수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유병수는 지난 14일 인천의 전지훈련지인 목포축구센터에서 가진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호주전에서 교체투입 돼 24분을 뛰고 다시 교체돼 나왔는데. 내 미니홈피에 엄청난 비난 글이 올랐다. 당시 미니홈피에 들어온 축구팬이 5만 명이 넘었다. 거의 테러 수준이었다. 나는 이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며 "나도 호주전에서 교체투입 돼 다시 교체돼 나오면서 피해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팬들은 나를 비난했다. 호주전에서 교체멤버로 그렇게 못한 것도 아니었다. 20분여 동안 공식 기록상 2.67km를 뛰었다. 적게 뛴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의 비난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왜 욕을 들어야 하나.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유병수 본인은 스스로 당시 자신의 푸념 내지 불만 표시가 조광래 감독을 향한 것이 아님을 밝히는 한편 조 감독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고, 조 감독 역시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말로 이해한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후 유병수는 아시안컵에서 더 이상 기용되지 못했다.

▲ ⓒ연합뉴스
'조광래 감독에게 솔직히 서운한 점도 있지 않냐'는 질문에 유병수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잘 하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K리그에서 득점왕도 탔고. 박주영 형도 빠져서 내게 기회가 주어질 줄 알았다. 잘 하고 싶었다."는 말로 출전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데 대해 서운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 유병수는 당시 대표 팀이 카타르 현지도 들어가기에 앞서 아랍에메레이츠에서 가진 연습경기에서 골 퍼레이드를 펼치며 아시안컵에서의 맹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지만 어찌된 일인지 조광래 감독을 위시한 코칭스태프의 입이나 언론을 통해서는 지동원, 손흥민의 이름이 주로 거론됐고, 유병수는 그야말로 '곁다리'로 잠깐 언급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실제로 아시안컵에서 유병수는 선발요원이 아닌 '조커'로 주로 활용됐다. 하지만 '미니홈피 넋두리 사건' 이후 유병수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 설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유병수는 "일본전과 우즈베키스탄 전에서는 교체투입에 대비해 몸도 풀었다. 호주전에서 실수한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몸을 풀었다. 조그만 불씨라도 생기면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의 마음가짐을 전했다.

하지만 그와 같은 마음가짐에도 불구하고 유병수는 끝내 아시안컵 그라운드를 밟지 못한 채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했다.

유병수는 인터뷰에서 조광래 감독으로부터 "페널티지역 내에서는 네가 한국에서 최고다. 그런데 페널티지역 밖에서 움직임은 아직 충분치 않다”는 말을 들었음을 공개했다. 조광래 감독이 원하는 스트라이커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유병수는 "많은 것을 느꼈다"고 했지만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유병수와 사제의 인연을 맺고 있는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대표팀 사령탑 허정무 감독과 현재 대표팀에서 사제의 인연을 맺었던 조광래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해 "두 감독님 모두 제 장점을 살리기보다 단점을 보완해 플레이하길 원했다. 많이 움직이는 것 말이다."라는 말로 두 전 현직 대표팀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하지 못했음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한편으로는 자신의 스타일을 있는 그대로 살려주려 하지 않은 데 대한 서운한 기색도 살짝 내비쳤다.

유병수는 이어 "그 사건(미니홈피 넋두리 사건)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다. 교체선수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대표팀에 들어가 많은 것을 배웠다. 조 감독님이 또 선발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K리그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벼르고 있다."는 말로 대표팀 재발탁에 대한 기대도 함께 내비쳤다.

어쨌든 아시안컵은 끝났고, 유병수는 소속팀으로 돌아왔고, 이후 대표팀은 터키와의 평가전을 치렀지만 조광래 감독은 유병수를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2011 K리그는 개막을 한 달 여 앞두고 있고, K리그가 개막하는 3월 대표팀은 두 차례 평가전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조광래 감독이 든든한 신뢰를 보내고 있거나 신뢰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대표팀 공격수는 박주영, 지동원, 손흥민, 이청용, 남태희 등등이다. 이들 가운데 박주영과 지동원은 유병수가 대표팀에 재발탁되는 데 있어 가장 높고 견고한 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니홈피 헤프닝 이후 일각에서는 유병수에게 단 1분의 출전시간도 허락하지 않은 조광래 감독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한 마디로 '밴댕이 XXXX' 라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표팀 감독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축구를 구현해 낼 수 없는 선수를 기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앞으로 유병수가 다시 조광래 감독과 대표팀에서 사제의 인연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는 한 달 후 개막하는 K리그에서 지난 시즌과는 다른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변화된 모습을 대표팀 코칭스태프나 언론에게 인정받는다면 유병수는 벼르고 있는 대로 다시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다.

유병수가 그 동안 비쳐져 왔던 그저 경기 내내 페널티박스 안에 머물며 골만 넣을 줄 아는 이기적인 스트라이커로서의 이미지를 걷어내지 못한다면 조광래 감독과 대표팀에서 사제의 인연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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