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요예능의 부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에 막을 내리게 되는 뜨거운 형제들이나 오늘을 즐겨라 이전부터 숱한 기획이 있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부진의 늪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지지부진한 일밤을 살릴 야심작으로 기획된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드디어 그 면모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14일, 첫 녹화가 있었지요.
처음 이 프로그램이 기획됐을 땐 우려가 많았습니다. 최고 가수들의 감동어린 무대라고는 하지만 서바이벌형식의 오디션에 과연 최고의 가수들이 출연할까 의구심이 든거지요. 하지만 막상 촬영에 참여한 출연가수들의 면면를 보니 왠지 대박의 기운이 보입니다. 우선 메인MC 이소라부터가 눈에 띕니다.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끝으로 9년만인데요, 이후 이렇다 할 활동도 없어 앨범을 구경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그녀의 예능나들이가 퍽 신선합니다. 그녀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어눌한 진행이 주는 매력이 긴 세월을 넘어 여전할지 벌써부터 기대를 낳게 합니다.
그런데 대거 참여해준 이들의 면면을 보니 문득 세시봉 열풍을 떠올리게 합니다. 세시봉에 열광했던 것은 동시대를 함께한 올드팬만이 아니었습니다. 옛 노래에 잔잔한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이를 함께 지켜본 아들, 딸이 함께 감동한 거지요. 그래서 세시봉의 감동은 트윗터 등 SNS를 통해 젊은이들 사이에서까지 화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미 기성가수가 돼버린 이들 '나가수'의 출연가수들 역시 자신들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한편, 편중되어 있는 작금의 가요계에 폭넓은 음악을 들려주고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결국 천상 가수이기 때문이지요.
심사를 일반인이 한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물론 이들 출연가수를 평가할 전문가를 찾기도 힘들겠지만) 오늘 우리가 즐기는 음악을 가늠할 수 있는 의미가 되겠지요. 우리가 음악을 즐긴다는 것은, 코드진행이 어떠한지, 몇 옥타브나 고음이 올라가는지 등의 세세한 음악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 싫다' 가슴으로 느낄 뿐입니다. 실연을 당했을 때 유행가 가사가 다 내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 혹은 평소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음악을 즐기는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심사를 전문가에 맡길 필요 없이 그냥 우리네 이웃같은 분들이 자신의 느낌대로 편안한 느낌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 각 가수들과 짝을 이룬 매니저의 활약 또한 상당한 볼거리를 선사해 줄 듯합니다. 매니저로 거론된 이들은 김제동, 박명수, 김신영 등의 개그맨들이지요. MBC 일밤을 살리겠다는 큰 포부를 지녔으나, 뜨형이 막을 내림으로써 타격을 입게 된 박명수의 경우, 많은 이들이 우려 속에 지켜보는 듯한데요. 박명수가 MC로서는 아직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개그맨으로서는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콩트를 꾸밀 때 애드립도 재미를 살려주고요. 메인MC로서가 아닌 프로그램 조력자로서는 제 몫을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진솔함과 위트 있는 진행이 돋보이는 김제동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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