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카라는 서로 아무 관계도 없다. 하지만 일본이라는 훨씬 더 큰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가진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한국 언론의 묘한 시각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도 지적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은 이들이 한국을 떠나 일본 활동하는 것을 은연중 배신이라는 시각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한국 언론이 이승기와 카라를 억압하고, 대중을 선동하는 주요 이슈는 배신과 의리라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서의 활동을 접은 상태에서 일본 활동을 하고 있는 카라를 향해 일본가수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그에 대한 누리꾼들의 따끔한 비판도 눈에 띤다. 카라가 일본가수면 박지성은 영국 선수고, 추신수 역시 미국 선수냐는 말이다. 소속사와 어떤 문제가 있건, 온전한 카라건 아니건 일본 활동을 통해서 성과를 올린다면 기존의 평가에서 달라질 이유가 있을 수 없다. 이승기 역시 1박2일 등 예능에서 하차하고 일본에 진출하고자 하는 의지를 마치 배신행위처럼 몰아붙였다. 물론 그것이 일부 대중에게는 잘 통한 부분도 없지 않고, 1박 2일이 오늘날의 이승기를 있게 한 지대한 공이 있음을 부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소수 의견일지 모르겠지만, 카라와 이승기가 기존의 상황을 바꾼다고 해서 그것을 배신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동의할 수는 없다. 1박2일에서 이승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김C와 MC몽의 부재가 아닌 상태라도 이승기의 하차는 그 어떤 위기보다 더 큰 타격으로 1박2일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박2일을 보지 않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승기가 있는 것이 훨씬 좋다. 그러나 진정한 이승기 팬이라면 그의 새로운 도전을 아쉽다고 가로막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욕심을 이승기의 배신이란 말로 바꾼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 특정인들의 구체화된 음모가 아니더라도 더 나은 활동을 위한 이승기의 도전을 막은 언론의 극우적 방식의 선동은 통했고 마침내 이승기는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것을 의리를 지킨 것이라고 주저없이 칭찬하고 나서는 언론의 모습은 조직폭력에 성공한 비열한 미소를 보는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과연 이승기가 자신의 도전와 꿈을 접을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일까?

안타까운 것은 믿을 만한 언론은 연예계에 큰 관심을 주지 않는 편이라 비틀어진 시각의 균형을 맞추지 못하는 현실이다. 소위 전문가라든지, 평론가라는 사람들조차 객관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소속사 혹은 방송사 눈치보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누리꾼들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이 대형 기획사와 방송사의 권력에 맞서 다윗의 용기를 보인 것은 그다지 기억에 없다. 카라와 이승기를 배신과 의리라는 명분으로 다분히 조폭스러운 몰아붙이기를 하면서 동방신기를 이탈한 JYJ에 대한 왕따 현상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다.

JYJ의 활동을 가로막는 문화권력의 폭력에 침묵하는 비겁한 언론은 이만 입을 다물어야 할 것이다. 아니 이미 언론 또한 문화권력의 거대한 카르텔의 행동대장이나 다름없는 짓을 해오고 있다. JYJ뿐만 아니라, 슈퍼스타K 출신들에 대한 공중파의 방송저지도 역시나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횡포이나 역시나 잠잠할 뿐이다. 연예권력의 이익과 반하지 않는 일에만 언론의 열정은 빛난다. 때로는 과잉충성의 경쟁으로 갖가지 무리수도 마다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승연 부친의 일본 인터뷰에 대한 악의성 다분한 왜곡이 그런 증거의 하나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카라의 해체는 멤버 다섯 모두에게 몰락을 가져올 것이라는 악담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면서 한국 팬덤의 특성을 들어 카라 3인의 소송에 협박 아닌 협박을 가하고 있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잘되건 그렇지 않건 소속사와의 갈등과 불만을 벗어나 일본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임하겠다는 카라 3인을 그렇게까지 몰아붙일 이유는 없다. 마찬가지로 소속사와 함께 하는 박규리와 구하라에 대해서도 그 판단 자체에 대한 본인들의 선택을 두고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변화를 향해 움직이기 마련이고, 그 결과는 본인에게 달렸을 뿐이다. 배신과 의리라는 명분은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개인의 행복추구를 억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요즘 연예계 이슈에 대한 언론의 태도를 보면 개인의 행복추구 따위는 안중에 없다는 투다. 지난 20세기는 거의 무조건 대의를 선택해야 했다. 21세기인 지금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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