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의 1박 2일 하차 소식은 믿기 힘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활동해 놓고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내려간다니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승기가 하차하게 되면 이승기는 물론, 1박 2일은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만약 하차한다면 강심장도 하차할 것이기 때문에 1박 2일과 강심장은 절대적인 팬층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고, 그 어떤 때보다 가장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1. 성장의 가속도가 줄었다

이승기 소속사 측에서는 하차에 대해 1년 전 이미 1박 2일과 이야기가 끝난 것이라고 밝혔는데, 왜 이승기는 1년 전에 하차를 결심했을까? 1년 전이면 지금의 1박 2일보다 더 인기가 좋았을 정상의 시기인데 말이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성장에 대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승기는 이미 성장할 대로 성장했다. 최고의 톱스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에는 가속도이라는 것이 있다. 성장해 나가는 속도는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너무 높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성장의 가속도가 붙지 않는다는 것은 이승기 본인으로서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을 수 있다.


2. 욕심 많은 이승기

예전에 이승기 소속사 대표와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이승기에 대해 욕심이 많은 편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의욕도 넘치고 열정도 넘치는 이승기이기에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것이다. 지금의 이승기의 모습이 아마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오히려 1박 2일이나 강심장 같은 예능으로 인해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도 찍고 싶고, 드라마도 찍고 싶고, 음반 활동도 제대로 해보고 싶고, 한류 스타로 해외 진출도 시도해보고 싶고, 뮤지컬도 할 수 있고 이승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많다. 영화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뮤지컬에서도 이승기는 분명 두각을 나타낼 것이다. 해외에서 활동은 그를 월드스타로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1박 2일은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이틀을 꼬박 내어야 하고 위험부담도 너무 크다. 다칠 수도 있고, 얼굴이 탈 수도 있다. 강심장도 하루 꼬박 촬영을 한다. 이승기에겐 더 성장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성장을 못하는 것이다.


3. 굳어버린 이미지

구미호를 찍을 때 이승기는 찬란한 유산 때보다 적은 반응을 이끌어내었다. 찬란한 유산 때도, 구미호 때도 이승기는 1박 2일을 하고 있었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1박 2일이 더욱 바빠졌고, 강심장이란 프로그램이 하나 더 생겼다는 것이다. 게다가 강심장은 이승기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자사 프로그램을 띄우기 위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초강력 푸시 스페셜을 마련하여 구미호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던 예비 시청자들을 다 밀어내버렸다.

이승기는 또한 예능으로 인해 이미지가 굳어져버렸다. 바른 생활 청년의 이미지는 바꿀래야 바꿀 수 없었다. 고집쟁이 이승기라는 캐릭터를 만들려 했으나 오히려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만 끼쳤기에 다시 바른 생활 청년의 이미지로 돌아갔다. 좋은 이미지이지만, 하나의 캐릭터로 나아간다는 것은 가능성의 폭이 줄어들게 된다. 다른 것을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상태에서는 영화에서 악역을 맡을 수도 없고, 뮤지컬에서 지킬앤하이드같은 모습도 보여줄 수 없다. (만약 하게 된다면 말이다) 그런 굳어버린 이미지를 바꾸려면 더 굳어지기 전에 그만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4. 군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피할 수 없는 군 문제가 있다. MC몽은 지금도 발악을 하며 군문제를 교묘히 빠져나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참 쓸쓸하기만 하다. 1박 2일 멤버 중 이수근을 제외하고 군대를 제대로 다녀온 사람이 없다. 그것은 1박 2일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것이기도 하지만 이승기에게도 큰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아직 군대를 안 간 이승기에게 1박 2일에서 만들어주는 부담감은 100배이다. 바른 생활 청년 이미지는 군복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고 있고, MC몽 사건은 사람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시크릿가든의 현빈이 해병대에 지원함으로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을 것이다. 현빈이 해병대 간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언급된 사람이 이승기이기도 하다.

이승기는 아직 군대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군복무를 회피한다기보다 최대한 미루고 싶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수 있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이익을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와 바꾸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이미 군대에 갈 나이가 되었지만 아직 안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이승기는 최대한 군 복무를 늦추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능 프로그램에 너무 자주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신비주의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이미 인기는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으니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지도를 향상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승기 하차가 정답?

이승기에게 하차가 답일까? 이성적으로는 그렇다. 모든 정황으로 보았을 때 하차하지 않은 것이 더욱 이상할 정도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쉽고 찜찜할까? 이승기 팬들도 쉽게 방향을 잡지 못할 것 같다. 이승기를 TV에서 자주 보고 싶은데 예능을 그만두면 이제 그만큼 자주 보지 못할 것이고, 그렇다고 하차하지 않으면 더 다양한 곳에서 이승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없애버리는 것이니 말이다.

이미 1년 전에 이야기했다고 하니 하차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 하차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은 매우 힘든 결정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김C가 바로 그런 케이스이다. 그러나 지금 1박 2일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일밤에선 오디션 프로그램들로 밀고 나오기 시작했고, 동시간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런닝맨이 두각을 나타내며 해피선데이 자체에 위협을 강하게 주고 있다. 1박 2일 자체적으로도 김종민으로 인해 갈피를 못 잡고 있고, 예전같지 않은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승기의 하차 결정이 아쉬운 것이다. 이왕 하차할 거면 1박 2일을 최고의 위치에 올려두고 하차하면 좋았을 텐데 공교롭게도 최악의 상태에서 하차한다고 하니 1박 2일 시청자로서도 아쉬운 것이다. 1박 2일 PD는 얼마나 더 아쉬울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것이다.

그러나 계약이라는 것이 이면에 존재하고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정상의 자리에 오를 때까지만 더 하고 싶을 수 있겠지만, 계약에는 기간이라는 것이 있고, 이번에 만료가 되기 때문에 이승기는 하차를 결심한 것이다. 지금 다시 계약을 갱신하면 1년 더 해야 하는데 1년 후에 1박 2일이 또 다시 위기에 있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기에 리스크가 너무 크다.

계약 조건을 기간이 아닌 시청률로 바꾼다든지 하여 1박 2일과 잘 협의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승기로서는 지금이 최적의 하차 시기일 수도 있다. 이제 TV에서 자주 못 봐서 아쉽긴 하지만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기에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나저나 1박 2일 이제 무슨 재미로 보나...쩝.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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