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비극적이었을 소식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부조리한 구조를 가진 대한민국 영화계의 현실 또한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그 부조리함이 얼마나 개선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에 스탭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지금까지 그대로였죠. 천만 관객이니 뭐니 떠들며 환호성을 지르는 한편으로는 아직도 꿈을 담보로 잡힌 채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개탄할 일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좋은 영화가 나온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확실한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2월 2주차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는 아담 샌들러와 제니퍼 애니스톤이 주연한 <Just Go With It>입니다. 개봉 첫 주말에 3,100만 불의 수입을 올리며 1위로 데뷔했습니다. 이는 아담 샌들러의 영화로는 평균치보다 조금 모자란 금액이고, 제니퍼 애니스톤의 그것보다는 높습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영화에서 만난 것치고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네요.

제니퍼 애니스톤은 의외로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봉 첫 주말에 <Just Go With It>보다 높은 수입을 올린 영화를 찾으려면 2008년의 <말리와 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아담 샌들러의 경우는 바로 전작인 <Grown Ups>가 4천만 불의 성적으로 데뷔했고 최종 1억 6천만 불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두 사람은 원래 유명해기지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 합니다. 2003년에는 아담 샌들러의 결혼식에 제니퍼 애니스톤이 참석하기도 했다는군요. 그래도 별로 친하진 않았나 봐요. 이제야 함께 영화를 찍은 걸 보면 말이죠.

이 영화에서 아담 샌들러는 바람둥이 성형외과 의사 '대니'로 등장합니다. 희한하게도 그는 자신을 유부남으로 속이며 여자들을 꼬시는데, 마침내 운명의 짝을 만납니다. 물론 이 여자도 대니를 곧 이혼을 앞둔 유부남으로 알고 있죠. 대니는 거짓말했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고 조수인 '캐서린'에게 부인인 척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참고로 이미 아시겠지만 캐서린이 제니퍼 애니스톤이고, 운명의 짝은 브루클린 데커(!!!)입니다.

크레딧에는 원래 주연이었다가 무산된 니콜 키드만이 나온다고 하는데 예고편엔 안 보이네요. 여담입니다만, 43초부터 아담과 제니퍼가 걸으며 대화하는 장소가 그 유명한 베벌리 힐즈입니다. 지난 미국여행에서 다녀왔던 곳을 이렇게 보니 무지 반갑네요!!! ㅋㅋㅋㅋㅋ

금요일만 해도 미국 박스 오피스 결과를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소위 '초통령'이라 불리는 저스틴 비버의 영화가 <Just Go With It>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 뭡니까! 그러나 토, 일요일에 밀려 개봉 첫 주말에 2위로 데뷔하는 것에 만족했네요. 사실 1위를 차지했더라도 새삼스러운 일만은 아닙니다.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가수들의 영화가 선전하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거든요. 조나스 브라더스도 2위로 데뷔했었고, 마일리 사이러스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정확히 말하면 이들의 출연작은 영화는 아닙니다. 그들의 콘서트 일정과 영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가깝습니다.

저스틴 비버의 <Never Say Never>는 조나스 브라더스보다 2배 이상을 벌었고 마일리 사이러스에는 조금 못 미쳤습니다. 그런가 하면 놀랍게도 마이클 잭슨의 <This Is It>과 비교하면 약 7백만 불 가량을 더 벌었습니다. 과연 저스틴 비버의 미국 내 인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지 않을까 합니다. 3D 상영인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말이죠. 일전에 케이블에서 저스틴 비버의 다큐를 잠깐 봤는데 정말 폭발적인 인기긴 하더군요.

<Never Say Never>의 예고편을 보시렵니까?

오히려 <Never Say Never>가 아닌 3위를 차지한 <Gnomeo and Juliet>이 더 의외입니다. 개봉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애니메이션은 개봉 첫 주말에 2,500만 불 이상을 벌어들이며 단번에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습니다. 게다가 역대 1, 2월에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최고의 흥행수입을 기록했다고 하는군요. 제작사가 드림웍스도, 디즈니도 - 그리고 픽사도 - 아닌 애니메이션으로는 실로 놀라울만한 성적입니다. 작년에 <슈퍼배드>도 그렇고 애니메이션에서는 늘 메이저 스튜디오에 밀리며 약자에 머물렀던 곳들이 점점 더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Gnomeo and Juliet>는 제목에서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요정판 로미오와 줄리엣입니다. 인간의 정원에 사는 난쟁이 요정들인 노미오와 줄리엣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요정들은 빨강과 파랑으로 나뉘어 앙숙으로 지냈는데, 하필 노미오는 파랑, 줄리엣은 빨강의 일원이었습니다. 그들은 사랑은 이루어지게 될까요?

노미오는 제임스 맥어보이가, 줄리엣은 에밀리 블런트가 목소리 연기를 맡았습니다. 그 밖에도 마이클 케인과 제이슨 스타뎀 등이 있으며, 놀랍게도 오지 오스본의 목소리 연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예고편을 참고하세요~

<Gnomeo and Juliet>의 예고편입니다.

아무튼 4위도 새로이 개봉한 <The Eagle>입니다. 터프한 역할이 제격인 채닝 테이텀이 주연한 이 영화는 2007년에 포레스트 휘태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줬던 <라스트 킹>과 러셀 크로우, 벤 에플렉, 레이첼 맥아담스가 출연했던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연출한 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작품입니다. 원작인 <The Eagle of the Ninth>가 꽤 잘 알려진 소설인 것까지 감안하면 흥행은 미약합니다. 개봉 첫 주말에 1천만 불을 돌파하지 못했고 최근에 중세를 배경으로 했던 <시즌 오브 더 위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The Eagle>은 영국의 여류소설가 로즈마리 서클리프의 <The Eagle of the Ninth>가 원작입니다. 이 책은 총 아홉 권으로 이뤄진 시리즈 중에서 첫 편인데... 이대로라면 속편까지 제작되기는 무리겠죠? 이야기는 서기 14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 마르쿠스 아퀼라는 스코틀랜드의 한 산에서 20년 전에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로마 9군단의 행적을 찾아나섭니다. 당시 지휘관이자 자신의 아버지였던 플라비우스의 명예를 회복하고 그들이 사라진 원인을 찾기 위함이었죠. 동시에 9군단의 상징인 황금문양의 'The Eagle of the Ninth>도 되찾으려 합니다.

예고편을 보니 도널드 서덜랜드와 제이미 벨도 출연하는군요.

지난주에 1위로 데뷔했던 <룸메이트>는 신작에 줄줄이 밀리면서 5위로 하락했습니다. IMDB 평점도 덩달아 점점 하락하고 있지만, 이것은 이미 예견된 바! 그래도 굴하지 않고 개봉하면 반드시 보러갈 겁니다. 이유는 벌써 말씀드렸죠? 제작비 1,600만 불을 훌쩍 개봉 2주 만에 뛰어넘었으니 제작사로서는 밑지는 장사를 한 영화도 아니겠군요.

<킹스 스피치>는 이러다 정말 아카데미 시상식 무렵까지 미국 박스 오피스 10위권에 남아있을 모양입니다. 신작이 네 편이나 개봉했지만 두 계단만 하락하며 여전히 6에 올라있습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1억 불도 돌파하겠네요.

<친구와 연인 사이>도 예상 외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비록 7위까지 하락했지만 이미 제작비의 두 배를 벌었으니 적어도 흥행에선 아쉬울 게 없겠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썩 뛰어나진 않던데... 나탈리 포트만의 효과일까요?

헉! 관람하고 나서 예상은 했지만 <생텀>은 수직으로 하락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개봉하여 2위로 데뷔했지만 일주일 만에 자그마치 여섯 계단이나 떨어지며 8위에 머물렀네요. 흠... 이러다 제작비를 회수하는 것이라도 가능할지... 그래도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한 3D 영화인데 흥행에서 이렇게 부진할 수도 있군요. 거기에 낚인 저만 불쌍한가요?

딱 한 계단만 하락해 9위인 <트루 그릿>의 흥행세도 좀처럼 멈출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제 역대 최고의 서부영화 흥행작에 오르기까지 약 2,400만 불을 남겨둔 상태입니다. 여전히 왕권을 탈환하기는 좀 버거워 보이지만 또 모르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을 하면서 뒷심을 발휘하면 감히 <늑대와 춤을>도 한번 꺾어볼만합니다.

<그린 호넷>은 이제 슬슬 생명력이 다 했나 봅니다. 초반의 우려에 비하면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지만 곧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 같군요. 잘하면 제작비인 1억 2천만 불은 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그저 미쉘 공드리가 안타까울 뿐이고... 이것도 엄청난 대박이라 생각할 뿐이고... 엄~, 아니 미쉘 공드리~ ㅠ_ㅠ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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