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대표팀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많은 축구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이청용(볼턴)이 지난주, 터키와의 평가전 직전에 오른쪽 무릎 타박상으로 경기를 빠진 것을 시작으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오른쪽 허벅지 뒷근육 햄스트링으로 4주 결장이 점쳐지고 있고, 차두리(셀틱)가 발목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까지 점쳐지는 안타까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이영표(알 힐랄) 역시 아시안컵이 끝난 뒤 소속팀에 복귀해서 경기를 펼치던 도중 왼쪽 손등을 다쳐 트위터에 소식을 알리기도 했습니다. 아시안컵 전에는 박주영(AS 모나코)이 무릎 부상을 당해 아시안컵에 출전하지 못했고, 젊은 선수들 역시 경미하지만 언제든 부상 위험에 노출된 환경 속에서 아시안컵 준비를 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축구 선수라 할지라도 경기 중, 또는 훈련 중에 심하게 몸을 다루다 보면 부상을 자주 당하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심해지다보면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할 시기에 육체적으로 나아가 심리적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게 되고, 상황에 따라서는 조기에 선수 생활을 마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런저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경기를 치르다보면 제대로 몸을 추스를 여유도 없이 혹사당하는 경우가 별반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기 몸은 자기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고 하지만 선수들 역시 일반인과 똑같은 인간이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음에도 소속팀, 대표팀,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경기를 뛸 수밖에 없는 현실은 건강한 이미지가 강한 축구 선수들을 오히려 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 이청용, 박지성 선수 ⓒ연합뉴스
국내외 축구에서 여러 사례들을 통해 선수 부상, 그리고 대표팀 차출 논란이 끊임없이 있어왔지만 이 문제가 최근 잇따른 스타급 대표팀 선수들의 부상을 계기로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부상 사례들이 잇달아 터져 나오면서 '상처뿐인 영광', '조광래 감독의 선수 혹사가 아쉽다'라는 의견 역시 연달아 나오고 있고, 선수 입장에서 바라보며 이제는 바뀐 내외적 환경만큼이나 좀 달라져야 한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현재 좋은 활약을 펼치는 고참급 선수 뿐 아니라 앞으로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신예 선수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해결해 나감으로써 궁극적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데도 신경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무작정 경기만 잘 할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서는 선수들을 정도껏 보호해야 이득도 보고, 질적인 향상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국가대표 선수 차출 갈등, 그리고 부상 문제에 대해 몇 차례 다룬 적이 있습니다. (관련 포스팅) 당시 지적한 문제들이 1-2년 정도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것을 보면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이 문제가 완전히 가라앉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렇다 할 대표팀 경기 이슈가 없고, K-리그 경기 개막이 없는 지금 이 시점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는 시기인데 논의하려 한다는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최근의 문제에 대해서도 과연 일선 지도자들이나 기술위원들이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지금 당장 큰 일이 없어도 선수 차출 논란은 앞으로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6개월 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U-20 월드컵 그리고 월드컵 예선이 치러지는 하반기에 이르면 차출 논란은 당연히 다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전에 클럽 축구와 대표팀 축구 간의 갈등이 있었다면 올해는 앞서 언급한 갈등에 덧붙여 대표팀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클럽, 각급 대표팀에 모두 뛰어야 하는 선상에 올라있는 대표급 선수들은 당연히 혹사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이들 가운데는 '신성'으로 불리는 손흥민, 지동원, 남태희 등이 포함돼 있으며 구자철, 기성용 등도 해당 사항이 돼 해외파들이 수백-수천km를 오가며 선수 생활을 해야 하는 '혹사 생활'이 불가피하게 됩니다. K-리거 역시 소속팀의 경우에 따라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출전한다고 하면 수백 km를 오가다 대표 선수 생활까지 해야 하는 피곤함을 감수해야 합니다. 당연히 피로 누적 등으로 선수 생활조차 지장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 2011-12년에 소속팀과 여러 대표팀을 오가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은 손흥민-구자철 ⓒ연합뉴스
하지만 대표급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월드컵, 올림픽 등 규모가 있는 대회 같은 경우, 국민적인 관심이 클럽 축구에 비해 높은 분위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상의 전력을 갖추고 대회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평가전 등을 통한 전력 담금질 기간에 이 같은 선수들을 차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표팀급 감독들의 생각입니다. 감독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이가 어린 선수들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경기를 뛸 수밖에 없으며, 결국 선수 자신도 모르게 몸이 점점 더 피로해지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청용의 경우, 2009년 2월 4일 바레인과의 평가전 이후 단 한번도 쉬지 못하고 2년 동안 소속팀, 대표팀을 통틀어 무려 108경기를 뛰는 강행군 속에서 피로가 누적돼 나이가 어린데도 신체 곳곳이 부상 병동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지성이 무릎 때문에 대표팀을 '조기 은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축구 차세대 에이스인 이청용 역시 그 전철을 다시 밟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아직 선수 생활을 한참 뛸 수 있는 나이지만 지금부터 조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잇따른 경기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생긴 선수 부상, 그리고 선수 보호냐 명예냐를 놓고 벌이는 프로팀과 대표팀의 차출 갈등 모두 어떻게 보면 점차 규모가 커지는 축구판만큼이나 점점 심각해지는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는 FIFA를 비롯한 국제 축구계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지속적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나가야 하는 게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점점 심각해지면 내부적으로라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프로팀과 대표팀, 그리고 선수와 감독 모두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야 하는데 여전히 이 문제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블로그 포스팅(선수 차출 논란, 해외 사례를 살펴보니)을 통해 독일대표팀과 분데스리가의 상생 모델을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큰 대회에 임박해서야 첨예한 대립을 펼치다 '미봉책'으로 잠시 해결했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풍선처럼 이 문제를 놔두고 있는 형편입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몫은 고스란히 선수에게 돌아가는데 참 아쉽습니다.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포스트 박지성, 이청용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과 세대교체를 지속해 나갈 뜻을 내비쳤습니다. 이는 다양한 풀(pool)을 가동해 더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궁극적으로 많은 선수들을 대표급 선수로 키워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요 선수에 의존해서 부담감을 지우고 '원맨팀'의 한계를 만드는 것보다는 대표팀 운영의 체질 개선을 통해 선수도 살고 팀도 살아나가는 '윈-윈' 해법을 제대로 찾아내는 조광래 감독의 운영의 묘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이는 올림픽 대표를 맡고 있는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고, U-20 대표팀을 맡고 있는 이광종 감독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 혹사 논란'을 잠재울 만한 수준의 가이드 라인이 필요하고, 국내외 프로팀과의 지속적인 협의 핫라인도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또 일선 지도자를 비롯한 축구계의 인식 변화도 동반돼야 합니다.

팬들의 자세도 역시 달라져야 합니다. 모든 대표팀에 기대를 갖고 지나친 부담감을 만드는 것은 선수 혹사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각 대표팀 성적이 무조건 좋아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모든 경기에 다 나서 무리하게 뛰다 보면 당연히 부상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한두 경기 못 했다 해서 그냥 '까고 보는' 반응들은 선수 개인이나 한국 축구 전체적으로도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좀 더 축구를 즐기고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우선시된다면 그에 따라 좋은 성적이 나왔을 때, 그리고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쳤을 때 얻는 감동과 즐거움은 더 합니다. 지난해 여자 축구가 그랬듯이 말이지요.

선수 혹사와 대표팀 차출 갈등 이야기를 왔다갔다하면서 했습니다만, 최근 크게 불거진 논란은 분명히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인 게 맞습니다. 좋은 기량을 갖고도 혹사로 인한 부상으로 일찍이 꽃이 저버린 선수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충분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해외파 증가, 클럽 축구 관심 증가라는 달라진 환경 속에서 대표팀 전력 향상, 그리고 클럽 축구 체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지혜를 도출해내서, 특히 출중한 기량을 갖춘 젊은 선수들이 더욱 마음껏 활약을 펼치며 나아가 더 좋은 신예들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한국 축구의 미래를 꿈꿔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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