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은 일요일 저녁에 식사를 하며 편안히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친숙해질 대로 친숙해진 멤버들이 주는 편안한 웃음과 더불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구석구석의 풍광을 접할 수 있는 것은 1박2일이 주는 큰 매력이지요. 평소 여행을 즐기는 것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도 1박2일을 통해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찾아볼 수 있는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또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주기도 하는데요, 이를테면 어제 방영된 설악산종주 두 번째 이야기를 보니 십수년 전 그 자리에 섰던 학생시절이 생각나더군요. 설악산 대청봉의 정상을 비추는 찬란한 태양은 지금이나 십수년 전이나 여전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고, 느끼는 가슴도 여전한 건지 복잡한 감회를 주더군요. 특히 대청봉의 일출을 바라보는 이승기의 눈에서 살짝 흘러내리는 눈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매섭게 몰아치는 찬바람을 헤치고 정상에 오른 멤버들은 저마다 뿌듯한 감동을 만끽했는데요, 주변 사람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등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전날의 힘겨운 산행이 있었기에 멤버들의 감회는 더욱 남달랐을 텐데요, 드디어 저 멀리 구름의 바다 위로 태양이 솟아오르자 이들의 감동도 더해지는 인상이었습니다. 붉은 태양을 바라보며 산행의 보람도 느끼고, 새해의 소망도 기원하는 등 즐거운 모습이었지요. 특히 시원시원한 강호동의 진행으로 구호도 외치고 환호를 보내는 등 왁자지껄 단란한 분위기였습니다. 늘 익숙했던 예능프로그램 같은 느낌이었지요. TV화면을 통해서도 전달되는 일출의 장관과 어우러진 멤버들의 에드립은 그래서 편안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말이 없던 이가 있었으니 막내 이승기였습니다. 이 젊은 청년은 자연이 주는 장엄한 풍광 앞에서 환한 미소를 짓더니만 살짝 눈물을 비치더군요. 예능에서 다큐를 내비치는 순간이었습니다.

감동을 마주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벅차오르는 감격을 표현하려 애쓰는 사람, 누군가와 나누려 하는 사람 그리고 말없이 혼자 그 감동을 느끼는 사람 등등.. 그런데 어제 일출을 보며 말을 잊은 이승기의 미소가 단연 여운을 남겨주네요. 벅찬 감동의 실체를 말로 그려내기는 늘 어렵습니다. 너무 벅차오르는데, 말로 뱉어내고 보니 별 게 아닌 게 돼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진정성이 있을 때 사람은 감동을 공유하기도 합니다. 이승기가 바로 그렇더군요. 너무 멋있다, 힘차다, 벅차오른다는 어떠한 감동수식보다 말없이, 서리가 내려앉은 눈꺼풀 속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래서 더욱 감동적이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치이다보니 감성은 메마르고, 늘 사람 사이에서 지내다 보니 자연을 잊고 살기가 쉽더군요. 하지만 누구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의 끈만큼은, 잊고 있을지언정 가슴 속 어딘가엔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감성이 자유로웠던 학생시절, 저 역시 똑같은 태양을 보며 인류의 역사를 뛰어넘는 위대한 자연의 실존을 실감했던, 그래서 가슴 벅차 눈물을 흘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의 충격덕분에 한동안 제법 겸손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이러한 깨우침은 자연과 멀어지면 또 금세 잊혀지는가 봅니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보며 어느 가까운 뒷산에서 한적하게 자연을 다시 느껴봐야겠다는 절실함을 주네요.

처음 대청봉 풍경과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선, 피상적인 추억과 더불어 반갑고 편안한 느낌에 머물렀지만, 청년 이승기의 눈물은 세월을 넘어 세상과 개인을 되돌아보게 해주네요. 새삼 젊은 청년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날 산행을 할 때도 참 인상적이었지요. 이미 완전히 어둠이 내려앉은 겨울산에서 쌩쌩 부는 칼바람에 발걸음마저 얼어붙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등반하더니, 대피소에 도착해서는 잠시 몸을 녹이고, 쥐가 나서 저려오는 다리를 무릅쓰고 뒤쳐진 두 형들을 맞으러 다시 나갔지요. 그래서 이수근을 만나게 되자 가방을 들어주고 함께 발을 맞춰주던 이승기를 보며, 이수근은 마치 아버지를 만난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요. 비록 이승기가 함께 해준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마음이 주는 의미는 겨울의 찬바람을 무색하게 했습니다.

이 힘들었던 야간산행을 마치고 잠들기 직전, 이승기는 슬쩍 힘들었던 점을 토로했는데요, 산행을 앞두고 장염으로 너무 고생을 했다고 했지요. 그럼에도 이렇듯 뚜벅뚜벅 내색하지 않고 올라섰던 그는 아름다운 청년임에 분명합니다. 전날 백담사 길을 오르던 이승기는 자신들을 예능용병이라고 했었지요. 동료와 호흡하며 리얼버라이티를 만들어내고, 장엄한 자연을 느끼며 감동을 전달해주는 이승기. 그는 확실히 막강한 예능용병임에 틀림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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