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기아로 트레이드되었던 안영명이 8개월 만에 친정팀 한화의 유니폼을 다시 입게 되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2010 시즌을 보냈던 한화 출신의 이범호를 FA로 기아가 전격 영입한 것은 의외였지만, 기아로 트레이드시켰던 안영명이 보상 선수로 지명되어 한화로 복귀한 것도 못지않게 예상 밖이었습니다. 보상 선수 명단에 신인 선수 포함 여부를 놓고 기아와 한화가 논란을 벌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화의 안영명 지명은 분명 의외입니다.

2010 시즌을 앞두고 한화에 한대화 감독이 취임한 뒤 김태균과 이범호가 FA로 동시에 일본으로 진출하며 한화의 타선은 크게 취약해졌고 한대화 감독은 과감한 트레이드를 통해 4번 타자 감을 영입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표출했습니다. 팀 내 불화로 인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기아 장성호는 한대화 감독의 의도에 부합하는 영입 대상이었고 결국 트레이드를 통해 장성호는 안영명을 파트너로 한화로 이적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3:3 트레이드였으나 실질적으로는 장성호와 안영명이 유니폼을 맞바꿔 입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자유계약선수(FA) 이범호의 보상 선수로 KIA로부터 투수 안영명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8월 1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로 나서 역투하는 안영명 ⓒ연합뉴스
그러나 한대화 감독의 기대와 달리 한화로 이적한 장성호는 타율 0.245, 4홈런, 29타점으로 최근 10년 간 최악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반면 기아로 이적한 뒤 안영명은 2승 3세이브 3홀드의 성적을 거뒀습니다. 7패와 4번의 블론 세이브도 기록했지만 유동훈, 손영민 등 기아 불펜이 우승에 공헌했던 2009 시즌에 비해 약화되었고 팀 타율 역시 8개 구단 중 7위인 0.260에 머물렀음을 감안하면 34게임 동안 중간과 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등판하며 궂은일을 도맡아하던 안영명이 기아에 큰 힘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장성호가 시즌 종료 후 어깨 수술을 받아 올 5월 이후에나 복귀할 예정임을 감안하면 장성호 - 안영명 트레이드의 승자는 어느 팀인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습니다.

장성호 트레이드는 한화의 팀 내부에도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북일고 출신으로 8년 동안 한솥밥을 먹던 프랜차이즈 선수가 신임 감독의 부임 이후 타 구단 노장 선수와 트레이드된 것에 대한 반응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특히 안영명과 절친한 사이였던 김태완은 미니 홈피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장성호의 영입 이후 1루수 포지션을 내주고 지명타자로 밀려나게 된 김태완의 불만의 원인은 복합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태균과 이범호의 이탈로 중심이 약화된 한화 타선을 이끌어갈 것이라 여겨졌던 김태완은 2008, 2009 시즌에 못 미치는 타율 0.265, 15홈런의 평범한 기록을 남겼습니다. 32홈런을 터뜨리며 잠재력을 만개한 최진행과 함께 김태완이 2009 시즌만큼 제몫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면 한화 타선은 0.244라는 팀 타율 최하위의 오명을 쓰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미필자였던 김태완은 부진한 성적으로 인해 광저우 아시안 게임 대표팀에 승선해 병역 혜택을 받을 기회를 놓쳤고 2010 시즌이 종료된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습니다. 김태완의 부진과 군 입대가 트레이드에 전적으로 기인했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최하위에 그친 한화의 입장에서는 안영명의 공백과 장성호의 부진, 그리고 김태완의 부진과 군 입대의 연쇄 효과는 여러모로 아쉬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 2월 12일 한화는 이범호의 보상 선수로 안영명을 지명했고 불과 8개월 만에 안영명은 친정팀으로 복귀하게 되었습니다. 기아에서는 부상과 군 복무의 부담을 안고 있는 안영명을 한화가 선택한 것이 의외라고는 하지만 한화의 입장에서는 2010 시즌의 실패한 트레이드와 그로 인한 파장이라는 오류를 인정하고 바로 세우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풀러 제대로 끼우는 과정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트레이드된 선수가 8개월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간 것은 유례가 드문 일입니다. 한화로 복귀한 안영명이 2011 시즌 어떤 모습을 선보일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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