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연인 사이>는 이제는 더 이상 볼 것도 없이 뻔한 장르가 되어버린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겠지만 결국 마지막에 달콤한 사랑을 이룬다는 결말만은 진부하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관건은 그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고 보여주느냐에 달렸습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똑같게 보이지는 않게끔 하는 능력이 필요한 부분이죠.

<친구와 연인 사이>의 엠마와 아담은 10대 때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세월이 한참 흘러 다시 재회하게 됐지만 서로를 기억할지언정 특별한 감정은 생성되질 않습니다. 그 후로 한번 더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아담에게 기겁할 일이 생김을 계기로 둘은 조금 가까워지게 됩니다. 그러나 엠마는 누군가와 인연을 맺는 걸 극도로 꺼려하고 아담도 이에 동의하면서 감정을 뺀 관계만을 유지하기로 합니다. 그랬던 이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을 가지는데...

이를테면 <친구와 연인 사이>는 사랑 없이 시작된 육체관계의 지속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입니다. 바꿔 말하면 섹스가 우선이었던 남녀의 관계도 사랑을 동반하게 된다는 것인데... 결국 <친구와 연인 사이>가 말하고 있는 것은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진정한 사랑을 알아가게 된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솔직히 이야기 자체에 색다름이 없어 진부하게만 느껴집니다. 가깝게는 <사고친 후에>에서 원 나잇 스탠드가 임신으로 번져 연인관계로 이어지는 구조와도 별로 다를 게 없습니다. 사랑보다 섹스가 앞서는 현대적인 감각을 앞세웠지만 영화가 따라가고 있질 못하는 형국입니다.

그나마 이런 영화를 살리고 있는 것은 주인공을 연기한 애쉬튼 커처와 나탈리 포트만입니다. 이젠 로맨틱 코미디가 자신의 전매특허가 된 애쉬튼 커처 그리고 현재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여배우인 나탈리 포트만의 궁합이 의외로 괜찮습니다. 특히 나탈리 포트만이 이렇게 귀엽고 아름다우며 깜찍한 여자라는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됐습니다. 더불어 제법 노골적인 성적 유희의 대사에 내숭이 없다는 것도 맘에 듭니다. 최소한 점잔빼면서 아름답게만 보이려는 위선은 없으니까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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