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이 이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느낌입니다. 많은 스타유망주들의 눈물과 환희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데요, 어제도 수많은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노래가 휙휙 지나가서 한 간이 정말 짧게 느껴지더군요. 주목할 만한 참가자가 너무 많지만, 상대적으로 짧게 스쳐간 백새은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멘토 김윤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일본 오디션을 통해 본선에 진출한 백새은은, 발성이 좋고 호홉이 안정됐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경직된 무대매너와 시선처리가 단점으로 지적됐었습니다. 2차 심사를 앞두고 필사적으로 자연스러운 시선처리를 하고자 했으나 노래만 하면 시선은 밑으로 떨어지곤 했는데요. 뜻대로 되지 않는 시선 탓에 속상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심사무대에 서게 된 백새은, 노래의 발성과 함께 시선을 고정시켰으나 이내 눈을 감아버렸고 이때부터 가사를 잊고 말았습니다. 그냥 허밍으로 노래를 이어봤지만 멘토 신승훈이 손짓으로 시선을 지적하자 더욱 긴장해서 노래를 완전히 놓쳐버리고 말았지요. 결국 심사위원은 노래를 중단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녀는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십사하고 또박또박 말했지만 결코 감정에 호소하지 않는 담담함이 있었지요. 하지만 멘토 김태원은 '수고하셨습니다'로 대답을 대신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짧은 인사를 끝으로 미소를 입에 문 채 돌아섰습니다.

그녀가 속한 조에선 6명 중 1명만 합격했는데요, 멘토 김윤아는 굳이 백새은을 지목해서, 그 한 명은 누가 돼야 하냐고 물었지요. 백새은은 차분하게 '우태'라고 답했는데요, 이유를 말하는 그녀는, 진한 아쉬움까진 숨기지 못했지만 진지한 우정을 더불어 담아낼 수 있었지요. 그런 상황이라면 누구나 잔뜩 위축돼서 말끝을 흐리기 쉬운데 그녀의 또박또박한 말투가 여운을 주더군요. 결국 '우태'만 합격하고 모두 불합격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무대를 나서는 탈락한 조원들의 표정엔 하나같이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지요.


참을 수 없는 좌절의 가벼움

살다보면 인생의 중요한 기회 앞에 서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삶의 고비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지요. 이런 곤혹스러운 순간을 대하는 반응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릅니다. 어떤 이는 눈물로 애원하고 혹자는 분노로 자신을 기만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절망 속에 얼어 붙어버립니다. 변명으로 자기합리화를 시도할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반응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원망하는 마음입니다. 자신을 원망하든, 환경을 원망하든, 남을 탓하든, 하다못해 옷깃에 묻은 먼지조차 원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속상한 마음 한량없기에, 작은 하나하나가 안타까움으로 남기 쉽지요.

이러한 원망과 회한을 모두 묻고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 좌절의 깊이만큼이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좌절을 딛는 것도 빠를 것이며 지켜보는 사람들도 한결 부담이 적을 것입니다. 어제 백새은이 좌절을 받아들이는 모습에는 이렇듯 원망을 덮는 담담함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주변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하는데요, 밝은 미소로 탈락을 받아들였던 조원들의 모습에도 조금은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디션을 마친 후 멘토들은 탈락자 대기실로 향하는 데요, 그곳에서 멘토들은 각기 추가합격자를 지목했습니다. 멘토 김윤아는 지목에 앞서, 연말 특집방송의 본방에서 4번이나 실수 했던 자신의 뼈아팠던 기억을 이야기했는데요, 당시의 통렬했던 실수를 담담히 말하곤 백새은을 호명했습니다. 얼떨떨해하는 백세은을 바라보는 김윤아의 눈빛에는 재능에 대한 진한 신뢰가 담겨 있었지요. 처음부터 백새은을 주목했던 김윤아인데요, '뭘 가르칠 필요 없이 본인의 장점을 살리면 되는 사람이라고 호평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날 실수에 기회로 화답하는 따뜻한 마음이 넉넉했습니다.

비록 TV화면에서는 쉬 스쳐지나간 짧은 시선이었지만 그 눈빛 속에 담긴 찬란한 신뢰가 쉽게 떨쳐지지 않더군요. 누군가를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군가에게 그런 신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주목할 만한 기대주들이 많이 있었지만 어제만큼은 김윤아와 백새은 이 두 사람에게서 잔잔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김윤아가 건넨 똑바른 시선에 백새은은 어떤 시선으로 화답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앞으론 무대에서의 경직된 시선처리만큼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