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웃음이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MBC는 오디션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낙하산 김재철에 의해 강행된 오디션 프로그램이 이젠 전사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예능 피디들이 나서서 오디션 프로그램 만들기에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줄 세우기 급급한 오디션, 그게 답인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일밤'이라는 제호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름까지 버리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던 그들은 일반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일밤'을 사용하겠다는 정도의 변화만 택했습니다.

이름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이 추구하는 재미 역시 특별할 것 없는 짜깁기 수준의 인기 영합일 뿐입니다.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라는 두 프로그램이 새로운 일밤을 살릴 구세주라 이야기하지만 이 둘 모두 시작도 하기 전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방송사 직원을 공개적으로 채용하겠다는 그들의 포부를 비하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피나게 노력하는 많은 이들을 연예인처럼 활용하겠다는 태도는 많은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밝힌 원서접수 선행 조건은 비합리성이 지배하는 노예계약이 무엇인지 명확한 기준이라도 제시하는 듯합니다.

남녀노소, 학력 불문하고 아나운서 하고 싶은 사람들은 모두 도전해보라는 내용 자체가 문제될 것은 없습니다. 누구라도 아나운서의 꿈을 키울 수는 있는 법이니 말이지요. 문제는 방식의 문제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일요일 오후 시간대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아나운서에 적합한 인물을 선발해 낼 수 있을까요?

미모가 뛰어나든, 말도 안 되는 스펙을 자랑하든,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키웠든, 화제가 될 수밖에 없는 그들의 꿈을 팔아 시청률과 바꾸겠다는 의지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이 흥행에 성공하면 김재철도 피디나 다른 부서 인원들도 공개 프로그램으로 사원을 뽑을 수 있게 해줄 것이라는 김 피디의 발언은 참 답답할 뿐입니다.

유명 가수들을 전면에 등장시켜 투표를 통해 꼴지 한 명을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의 방식을 새롭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기존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변주를 가해 유명 가수들을 소외받았다는 설정 하에 그들에게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하겠다는 발상이 새롭지는 않습니다.

실력은 있지만 좀처럼 무대에 설 수 없었던 가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노래 잘 하는 이들이 대접받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과연 그들이 흥행만을 노린 꼼수는 아닐까하는 불신을 접을 수가 없습니다.

방송에만 자주 안 나올 뿐 두터운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가수들이 대거 등장하고 그들에게 서바이벌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 과연 무대를 잃어버린 가수들을 위한 배려인지 의문입니다. 기획의도에 맞추려는 쟁쟁한 가수들의 면면이 아닌 꿈과 실력은 뛰어나지만 좀처럼 대중과 함께 할 수 없었던 인디나 소외된 이들을 무대에 세울 수는 없었을까요?

그런 시도는 하지 않았을 듯합니다. 시청률에 목을 맨 그들이 시청률을 담보할 수 없는 인디와 무명 가수에게 기회를 줄 가능성은 없으니 말이지요.

"아이돌 그룹들과 댄스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실력파 가수 5~7인을 결정해 출연시킬 예정이다"
"피카소의 그림을 화가가 잘 그렸다 못 그렸다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 그림이 좋다 싫다 말할 수 있다"
"현재 김건모, 김범수, 김연우, 나얼, 바비킴, 박정현, 성시경, 윤도현, 윤미래, 이소라, 인순이, 장윤정 이렇게 12명의 가수를 상대로 출연 협의 중에 있으며 이중 심사방식에 동의한 5~7명이 출연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500명의 일반인들에게 기성 가수들을 평가하게 하겠다고 합니다. 대중이 가장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김피디의 발언은 심각한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가 문제라고 지적했던 아이돌 그룹과 댄스음악 역시 대중이 선택한 기호입니다. 대중들이 선택해서 유행이 되었던 아이돌 노래를 부정하며 대중에게 심판을 받겠다는 이야기는 '내가 하면 로맨스이지만 남들은 불륜이다'는 말과 다른 것이 없지요.

말은 그럴 듯하게 꾸며냈지만 정작 그들이 담아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대중에게 화제가 될 수 있는 소재와 스타들을 버물린 별반 색다르지 않은 예능일 따름입니다.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고 스타들을 앞세우는 프로그램은 기존 일밤의 다른 프로그램들처럼 관심에서 멀어지면 바로 폐지될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MC들부터, 특별할 것 없는 틀 속에 취직에 모든 것을 거는 이들을 담보로 예능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편견과 비교를 일삼을 수밖에 없는 서바이벌이 과연 '일밤'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요? MBC가 어느 정도까지 망가져 가는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는 모습에 마음이 아플 정도입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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