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예능 일밤이 뜨거운 형제와 오늘을 즐겨라를 돌연 폐지하고, 새 코너로 신입사원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은 MBC 아나운서를 공개채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원자들이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치열한 오디션을 펼치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선발된 최후의 합격자는 MBC 정식 아나운서로 채용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벌써 지원자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BC 신입사원의 권리포기 각서, 케이블 보다 더한 횡포

그런데 이 신입사원에 원서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서 지원은 신입사원 홈페이지에 있는 지원서 동의 항목을 모두 동의해야 지원이 가능한데요. 그 지원서 동의 항목이 노예계약 정도는 저리가라는 식의 일방적인 권리포기 각서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총 5가지 사항에 대해 동의를 해야만 지원이 가능한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이 지원서를 냄으로써 나는 (주)MBC에게 내 목소리, 행동, 이름, 모습, 개인 정보를 포함한 기록된 모든 사항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또한, 프로그램 지원 시 첨부된 사진이나 동영상 중 제작팀에 의해 수정된 결과물들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합니다. 나는 출연여부를 불문하고 모든 영상이 관계자들에 의해 수정될 수 있음에 동의하고 관계자들이 저작권 등 프로그램에 관련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 동의하며 제출한 모든 자료의 사용과 수정에 동의합니다.

2. 관계자들이 출판, 프로모션, 광고, 마케팅 등의 분야에서 모든 권한은 (주)MBC에게 있고 나의 초상과 자료를 2차적 저작물의 사용 등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이러한 사용에 대해 명예 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을 포함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다.

3. 나는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내 초상이나 자료 출판에 관련된 모든 문제에서 관계자들의 개입을 허락하고 이에 대한 명예손상이나 사생활 침범 등을 포함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다. 또한 (주)MBC가 필요에 의해 나의 초상과 모든 자료들을 사용, 수정, 복사, 출판, 공연, 배급, 선전할 수 있으며 이에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계약할 수 있음에 동의합니다.

4. 나는 (주)MBC와 본 프로그램에 관련된 관계자 및 모든 제작진이 나의
1) 프로그램 지원 및 참가,
2) 프로그램의 방영취소,
3) 사생활 침해
4) 명예 훼손
5) 신체적, 정신적 손상
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해야 하는 의무가 없음에 동의합니다.

5. 나는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전, 후를 통틀어 다른 참가자나 그 어떤 사람에게도 내가 지원함으로써 알게 된 (주)MBC나 프로그램 관련 내용, 프로그램 관계 회사 및 관계자, 프로그램의 행사, 선발 결과나 내용을 포함한 모든 정보에 대해 허용된 범위 외에는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에 동의합니다.

만약 이 지원서에 쓰인 내용에 대해 하나라도 불이행하는 일이 생기면 (주)MBC는 나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며 이 불이행이 (주)MBC에 끼칠 막대한 경제적 손해를 알고 있으며, 불이행 했을 시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것에 동의합니다.

내용을 보면 아이돌들의 노예계약 정도는 정말 애교수준인데요. 최종 합격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어처구니없는 권리포기 각서입니다. 보통 수많은 공모전들도 당선작들에 한해 저작권에 대한 권리를 부여받기 마련인데요. 이건 지원자 모두에 대해 그 권리를 가져가겠다고 포기하라는 것으로, 철저히 갑의 입장에서 취업에 목말라 있는 을을 마음대로 쓰고 버리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듯합니다. 그렇게 MBC는 최종 합격자인 1명의 영웅을 만들기 위해 나머지 지원자 모두를 희생시키고, 그에 대한 책임은 모두 동의를 한 지원자에게 돌리려 하고 있습니다.

동의하고 지원서를 냄과 동시에 MBC는 그 지원자에 대한 목소리, 행동, 이름, 모습, 개인정보 등의 모든 권리를 부여받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수정하고 편집하여 수정된 결과물들을 프로그램에 사용할 권리까지 부여받게 됩니다. 또 그것에 대해 지원자는 MBC에서 어떻게 수정을 하든 무조건 동의를 해야만 하는 것이죠.

방송에서 편집의 위력이란 대단합니다. 사람 한순간에 바보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닌데요. 앞뒤 다 짤라먹고 논란이 되는 말 한마디로 얼마든지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을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자신은 분명 그런 의미로 말한 것이 아닌데, 방송에서는 일부러 왜곡시키고 논란이 생기도록 해서 얼마든지 주목을 끌고 이슈거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리고 그렇게 MBC가 의도적으로 편집을 하고 수정을 하더라도, 지원자는 그 어떤 정정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초상권 및 자료를 출판, 프로모션, 광고, 마케팅 등의 2차적 저작물의 사용 등으로 맘대로 활용을 해도 지원자는 명예 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의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는데요. 단순히 사용뿐만 아니라 수정, 복사, 출판, 공연, 배급, 선전의 권리까지 부여받아, 지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MBC 맘대로 계약을 하고 얼마든지 상업적으로 활용하여 이득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생활 침해는 물론 명예 훼손,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손상이 발생하더라도 지원자는 그 어떤 보상을 받을 수도 없고, 오히려 그렇게 문제가 되는 부분을 공개적으로 발설할 경우 MBC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데요. 정말 이런 권리포기 각서는 노예계약의 최종판 혹은 종결자라고 불릴 만한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권리포기에 대한 동의를 비공개도 아니고 공개로 버젓이 진행하는 MBC의 대범함에 정말 놀랐는데요. 더욱이 아무 생 각없이 동의하고 지원했다가, 뒤늦게 동의 항목에 대한 내용을 확인하고 지원을 취소하려는 사람들은 취소도 해주지 않아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어쩌다가 MBC가 이 지경까지... 안타까운 MBC의 행보

정말 요즘 MBC를 보면 기가 찹니다. 지상파의 자존심을 버리고 시청률을 위해 케이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끈 슈퍼스타 K의 노골적인 모방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방영하고 재미를 좀 보더니, 이제는 그런 오디션 프로그램의 아류작으로 공개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케이블보다도 더한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MBC는 이번 신입사원을 방영하기 위해 뜨거운 형제들과 오늘을 즐겨라 코너를 갑자기 없애버릴 정도로 기대감이 크다고 하는데요. 오늘의 즐겨라 폐지는 출연 중인 멤버들(정준호, 신현준, 서지석, 김현철, 김성주, 이특, 정형돈)은 마지막 녹화인 줄도 모르고 촬영을 마쳤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오늘을 즐겨라는 출범 당시 다양한 즐길거리를 찾아 1년간의 과정을 책으로 펴내겠다고 시청자들에게 선포를 하기도 했었는데, 그런 시청자들에게 한 공약 따위는 간단히 무시한 채, 멤버들에게 예고도 없이 폐지를 해버려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박명수의 뜨거운 형제들 마지막 녹화 불참 역시 단순히 무한도전 촬영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데요. 어쩌다가 MBC가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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