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1박2일에서는 2011년 새해 첫 특집으로 설악산 종주편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1박2일을 두고 예능에서 다큐를 찍는다며 감동 강박증이라고까지 혹평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예능의 목적은 웃음이고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 역시 재미와 웃음인데, 감동의 덫에 빠져 예능 본연의 재미와 웃음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1박2일은 웃음만 주는 단순한 예능이 아니다

물론 예능의 가장 큰 목적은 웃음입니다. 하지만 1박2일의 경우 무조건 예능의 범주에 한정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미 단순한 예능의 수준을 뛰어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지요. 1박2일은 주말예능으로서 복불복 등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국내 곳곳의 여행지 정보를 함께 제공하기도 하고, 일상에 지치고 여행을 가고 싶지만 바쁜 일상으로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1박2일의 그런 정보 제공에 대한 영향력은 웬만한 뉴스나 다큐 그 이상으로 파급력이 뛰어난데요. 1박2일 제작진을 사칭하여 자치단체로부터 1억여 원을 요구하는 사기행각도 발생하고, 광역시 특집 때는 울산을 담당한 김종민이 울산을 제대로 관광(?)하지 않았다고 울산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울분을 토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1박2일이 한번 다녀가면 해당 여행지는 단순히 화제가 될 뿐만 아니라, 실제로 방송 이후 그곳을 찾는 사람들이 폭주함에 따라 해당 지역 주민의 피해사례까지 뉴스기사로 보도되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렇게 1박2일을 두고 단순히 예능으로서 웃음과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1박2일의 가치나 취지 등 1박2일이 왜 국민예능으로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1박2일은 웃음과 재미뿐만 아니라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 등이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20-30대는 물론 40-50대까지 주말 저녁 가족 단위로 시청을 하며 모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1박2일의 설악산 종주편은 그런 정보성에 좀 더 큰 비중을 두고 보여주는데 주력했습니다. 겨울 산악에 대해 사전 교육을 철저히 하는 모습들로 경각심과 정보를 제공하였고, 실제 등반을 하면서 주위 설악산의 풍경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겨울 설악산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시청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는데요. 이번 주는 아니지만 다음 주 대청봉에서 일출 장면을 보여주는 것 역시, 연초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희망과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멋진 영상이 되겠지요.


감동 때문에 웃음을 등한시? 예능은 감동 좀 주면 안 되나?

아무튼 그런 1박2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함을 둘째치고라도, 이번 설악산 종주편을 두고 감동을 주기 위해 웃음과 재미를 등한시했다는 비난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분명 이번 설악산 종주편에 빵 터지는 부분은 다른 특집들에 비해 다소 덜했습니다. 하지만 웃음과 재미를 등한시했다? 1박2일 멤버들은 실제 험난한 코스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최대한 웃음과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출발 전 설악산 종주 계획을 이야기할 때도 김종민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을 비축했다는 말이나, 은지원의 유체이탈 발언, 이승기라 쓰고 허당이라 읽는다 등 곳곳에서 충분한 재미와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처음부터 험난한 코스로 접어든 강호동은 힘든 코스를 벗어나자 특유의 억지 설정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했고, 처음부터 무난한 코스였던 이승기는 라면 먹는 이수근을 찍으며 엽기 사진으로 웃음을 유도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실제 험난한 코스에서는 위험하기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주는 것을 멈추었을 뿐이지, 그 외에 틈만 나면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들이 보였는데요. 단순히 "더 빵 터지게 못 웃긴 것이 죄다"라면 차라리 이해를 하지만, 감동을 위해 웃음과 재미를 등한시한다는 것은 억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예능에서 감동을 추구하는 것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는 공식입니다. 요즘 예능은 리얼버라이어티가 대세가 되면서 웃음에 감동이 더해졌을 때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옵니다. 강심장에서도 재밌고 웃기는 이야기로 꾸며지다가 결국 강심장에 선정되는 것은 감동적인 이야기들이고 그것은 다음날 여지없이 기사화되어 화제가 됩니다. 또한 남자의 자격에서도 합창단, 유기견 등을 통해 감동을 주면서 호평을 많이 받기도 했구요.

또한 2011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예능은 감동코드가 대세였습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와 예진이의 이야기가 그렇고, 정준하의 중국집 사장님과의 인연도 그러합니다. 1박2일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특집으로 진한 감동을 보여준 바 있구요. 물론 웃음이 전혀 없이 진지하기만 한 감동이라면 문제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1박2일은 무작정 감동만을 추구한 것도 아니고, 충분히 멤버들 모두가 최대한 웃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설악산 종주에 대해서 멤버들과 스탭들의 한 땀 한 땀 흘린 감동 그리고 도전, 새해 첫 특집으로서의 각오 등의 의미를 함께 보여준 것이지요. 다른 특집에 비해 감동의 비중을 좀 더 늘였을 뿐, 예능으로서의 기본적인 웃음을 아예 빼버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예능의 방식으로 일부 다큐의 장면들이 구성되었던 것이죠.

쉽게 웃길 수 있음에도 굳이 멤버들은 물론 스탭들까지 힘든 설악산 종주를 선택한 1박2일이 오히려 대견하기만 합니다. 덕분에 설악산 겨울 풍경의 장관을 볼 수 있었고, 다음 주면 힘차게 떠오르는 일출까지 보면서 2011년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느껴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충분히 재미도 감동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획이었음에도, 좀 더 웃기지 못한 아쉬움에 막연한 비난만을 하는 사람들을 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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