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맘때쯤 한국 드라마 팬들은 추노에 열광했다. 번듯한 왕과 귀족들의 사극이 아닌 노비들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추노는 한국 드라마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런저런 논란과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2010년의 최고 수작으로 꼽고 싶을 정도로 신선한 충격을 불러온 드라마였다. 그리고 일 년이 흐른 지금 제2의 추노의 기대를 받는 짝패가 등장했다. 짝패 제작진 스스로가 퓨전이 아닌 전통 민중사극을 지향한다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짝패가 주인공들의 아역 횟수를 줄이고 줄여서 8회라고 했으니 꽤나 긴 드라마가 될 것이고, 사극팬이라면 충분히 반길 만한 희소식임에 분명하다. 게다가 퓨전이 아닌 전통사극이란 결코 쉽지 않은 말을 하고 있으니 짝패는 또 다시 사극팬들에게 역사 공부를 자극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사극 한편이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긍정적이다. 게다가 PPL의 불쾌감도 없어 잘만 만든다면 사극만큼 시청자를 즐겁게 해주는 드라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작년 추노, 동이 이외에 이렇다 할 사극이 없었다. 물론 많다고는 할 수 없어도 적지 않은 사극이 만들어졌으나 대부분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낳았다. 그런 이유 때문이라도 짝패에 기대를 거는 사극마니아들의 부푼 심정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 기대와 동시에 우려도 존재한다. 우선 운명이 뒤바뀐 두 남자 주인공의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작년 신데렐라 언니에서 보인 천정명의 연기는 대단히 위태로운 것이었다. 게다가 천정명에게 첫 번째 사극이라는 점도 우려가 되는 점이다.

그렇지만 군대에 가기 전 길들여지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빛과 연기가 살아난다면 이런 우려는 말끔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천정명이 맡은 역할의 전체 그림은 대단히 매력적이다. 양반집 도령으로 호의호식했어야 할 그가 거지움막에서 자라나 후일 의적이 된다니 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충분한 사연를 갖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추노의 장혁, 오지호에 비하면 그 무게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 짝패의 큰 약점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연의 배치가 그 부족함을 커버할 수 있는데, 일단은 거지패 우두머리로 나오는 이문식이야 거지역할을 하기에 부족감은 없어 보인다. 거기다 MBC의 성공한 사극에는 거의 빠진 적이 없는 임현식의 너스레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며, 최근 따라쟁이가 된 MBC답게 추노를 연상케 하는 포수 역할이 살짝 민망하기는 하지만 권오중이 노비해방을 꿈꾸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짝패를 민중사극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강렬한 존재감을 기대케 한다.

아직은 전체 등장인물에 대해서 파악하기에는 너무 성급한 일이지만 일단 동이와 보냈던 많은 시간을 대신해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이 새로 시작한 민중사극 짝패다. 짝패 첫 회 시청률은 10.2%로 겨우 한 자리수를 면했다. 동이보다는 못하지만 발전가능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 성인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시기가 4주 후라는 점이 큰 약점으로 작용하지만 그동안 이문식 등 조연들의 활약이 짝패를 잘 이끌어줘야 하며 무엇보다 추노와 같으면서도 분명히 다른 짝패만의 시각을 인정받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거지들의 생활을 얼마나 잘 그려내느냐가 초반의 최대 관건이 될 것이다.

추노가 노비였다면 짝패는 거지다. 누구 팔자가 더 낫냐고 잴 일 없는 최하의 삶들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기에는 거지들의 행색이 너무 번듯하다. 첫 회에 준 인상으로 짝패는 리얼리티가 덜하다. 첫 회에 그려진 바로는 거지가 아닌 장터 왈짜패거리라고 해도 좀 남아 보일 정도였다. 아무리 소작이라 해도 땅을 일구는 농민들도 보릿고개에는 초근목피로 연명했던 것이 조선시대 민조들의 삶인데 짝패의 거지들에게는 배고픔이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거지같지 않은 거지로 보인다는 것을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추노는 상상이나 했던 노비의 척박한 삶을 리얼하게 그린 출발점에서 성공했다면 짝패는 거지들의 처절한 생활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고작 1회를 봤을 뿐이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영화나 드라마의 초반 인상이 얼마나 큰 것임은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지 움막에서 의적이 성장하게 되는 설정인 만큼 향후 어떤 변화와 발전이 있을 수 있음을 억지로라도 기대하게 된다. 다소 불안한 요소가 많았던 출발이었지만 짝패의 스스로 천명한 민중사극의 퀄리티를 잘 지켜가기를 일단 응원하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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