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 좋은 활약을 펼쳤던 두 축구 선수가 있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전임 대표팀 감독의 '황태자'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꾸준히 성장 가능성을 높여 왔던 선수들이었습니다. 특히 두 선수 모두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해묵은 과제를 깰 적임자들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 놓친 기회는 더 이상 잡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대표팀에서도 더 이상 이름을 볼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부진, 불운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속한 소속팀에서마저 이렇다 할 재계약 의사를 보이지 않으며 떠돌이 신세에 놓일 위기까지 몰렸습니다. 물론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K-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상황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때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주춤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묻힐 대로 묻힌 두 스트라이커 조재진과 이근호를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불과 몇 개월, 몇 년 사이에 이들은 중심에서 완전히 멀어졌고, 그 사이 후배들의 성장으로 비집고 들어갈 자리도 좁아 보이기까지 합니다.

독일월드컵 당시 대표팀 주전 공격수였던 조재진, 그리고 허정무호의 황태자로 평가받으며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맹활약한 이근호에 대한 소식이 요즘 상당히 뜸합니다. 일본 J리그 우수팀 감바 오사카에 나란히 뛰고 있다는 소식만 들렸던 조재진, 이근호는 둘 다 계약 만료, 부진 등을 이유로 K리그 복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주목받았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철저한 무관심'으로, 아주 조용하게 복귀를 노리고 있는 모습이 그저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때 대표팀 차세대 스트라이커로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던 선수들이 너무나도 쉽게 외면 받는 모습 자체가 안됐다는 것입니다.

▲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예선 F조 2차전 FC서울 대 감바오사카 경기에서 FC서울의 아디와 감바오사카의 조재진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색다른 스타일로 한국 축구의 공격을 이끌 것으로 평가받던 선수들이었습니다. 조재진은 김호곤 감독이 이끌던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에서 부동의 원톱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하며 8강 진출을 견인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으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으며 독일월드컵 본선 3경기에 모두 출전했습니다. 특히 아드보카트 감독, 이후 핌 베어벡 감독 시절에도 큰 키를 활용한 타점 높은 공격력, 유연한 득점력을 갖춘 킬러 본능으로 A매치 40경기에서 10골을 집어넣으며 '황태자'라는 별칭을 듣고 승승장구를 거듭했습니다.

이근호는 그야말로 '무명 신화'를 썼던 공격수였습니다. 2군에서 절치부심 노력 끝에 1군 입성에 성공, 대구 FC에서 데뷔 첫 해, 12골-6도움을 쏘아 올리며 대표팀까지 단번에 이름을 올린 '드라마'를 썼던 선수가 바로 이근호였습니다. 대표팀에서도 이근호는 빠른 스피드와 센스 있는 공격력으로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무패 행진을 거듭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내며 '허정무호의 황태자', '태양의 아들'이라는 별칭까지 얻기도 했습니다.

공통적으로 이근호, 조재진 모두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실제로 관련 소문이 무성했던 '행복한 순간'을 맞기도 했습니다. 조재진은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입단이 추진된 바 있었으며, 이근호 역시 2009년 초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입단이 추진되면서 현지로 직접 날아가는 등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모색한 바 있었습니다. 해외에서도 주목을 할 만큼 이 두 공격수의 공격력은 어필할 만한 수준의 강한 뭔가가 있었고, 개성 있는 공격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황선홍, 안정환 이후 나오지 않은 한국 축구 차세대 공격수 자리를 꿰찰 선수라는 말을 들으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적어도 득점력, 킬러 본능에서 한창 좋을 때에 이들을 따라갈 만한 선수는 박주영 정도가 유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둘 다 해외 진출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상당했습니다. 모두 실패로 끝난 뒤, 한창 좋았을 때의 폼을 전혀 찾지 못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슬럼프가 찾아온 것입니다. 나름대로 재도약을 위해 일본 J리그에 둥지를 틀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는 역부족인 듯했습니다.

대표팀에서도 조재진은 2008년 9월,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이후, 그리고 이근호는 지난해 5월, 벨라루스와의 평가전 이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물론 엔트리 발탁은 몇 차례 있었지요) 특히 이근호는 꾸준하게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고도 부진한 폼을 되살려내지 못하며 본선 개막을 열흘 앞두고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맛봤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아시안컵 예비엔트리에 들고도 조광래 대표팀 감독으로부터 "다른 공격수에 비해 장점이 나타나지 않는다. 예전보다 못한 것 같다"라는 혹평을 들으며 제대로 몰매를 맞고 대표팀 재승선 기회를 또 한 번 잃었습니다. 뭔가 제대로 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들어가기 힘들 것입니다.

▲ 2010년 5월 24일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축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이근호가 혼다 게이스케와 볼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도 그럴 것이 이근호, 조재진이 떨어져 나간 사이에 박주영이 '대형 스트라이커'로 완전히 자리매김했고, 지동원이 아시안컵을 통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받았습니다. 두 선수 모두 이근호, 조재진과 스타일이 비슷한 면이 많은 선수들입니다. 이 외에도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아 세대교체를 꾀하는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이근호, 조재진보다 젊은 선수를 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얘깁니다. 덩달아 슬럼프가 장기화되면 '황태자'에서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전락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조용히 잊혀질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일단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전 J리그와는 다른 새로운 환경이면서 이들에게 익숙한 K-리그에서 다시 시작하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론은 냉정한 것 같습니다. 이들이 K-리그 복귀설이 모락모락 나오고 있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별로 없습니다. 슬럼프가 장기화되고, 별다른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니 당연히 반응도 냉담한 것입니다. 뭔가 새로운 변화 없이 부진이 장기화된다면 이들이 다시 여론의 중심에 들어오는 것도, 그리고 그토록 꿈꿨던 대표팀 발탁은 어림도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이 두 선수를 통해서 한때는 주목받는 스타여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냉혹하다는 것을 일깨우게 하는 사례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든 이들은 다시 살아서 날아오를 수 있습니다. 남아공월드컵 직전에 안정환, 차두리가 그랬듯이 이들도 자기 노력을 거듭하고, 강한 의지로 부활에 성공한다면 충분히 다시 중심에 설 수 있습니다. 이미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상황에서, 아직 어느 정도 뛸 수 있는 나이에 모든 것을 접는 것은 이들 입장에서도 너무나 안타까울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이 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서 이전보다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아시안컵을 계기로 공격 자원, 전술이 어느 정도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세대교체가 더욱 탄력 받을 것이라는 말도 흘러나왔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경험이 있는 선수 중용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기존 대표 선수들을 갖고도 충분히 팀 전력 다지기에 열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들을 견줄 만한 또 다른 경험 있는 선수의 합류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근호, 조재진 같은 공격수들의 부활이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후배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될 것이고, 동료 선수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되고 힘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좀 잊혀져서 참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살아나야 하는 두 스트라이커 조재진과 이근호입니다. 이들의 '부활 2011'을 올 시즌에는 꼭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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